좌측통행? 아님 우측통행?

다른 나라도 한국처럼 좌측통행일까?

by TK

"홍아, 길을 걸을 땐 꼭 왼쪽으로 붙어서 걸어." 어릴 적, 엄마는 내 손을 잡으며 늘 그렇게 말해주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복도 계단마다 '좌측통행'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고, 선생님들도, "거기, 공종홍! 좌측통행!" 난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사람은 왼쪽, 차는 오른쪽. 그건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처럼 당연한 세상의 이치인 줄 알았다.


시간이 흘러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 토론토의 어느 쇼핑몰 복도를 걷는데, 마주 오던 현지인과 거의 박치기를 할 뻔했다. 친구가 내 팔을 홱 잡아끌었고. "헤이, 조심해! 너 왜 자꾸 사람들하고 부딪히려고 해?" "어? 왜... 나 잘 걷고 있는데? 왼쪽으로 붙어서..." 친구는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왼쪽? 여긴 오른쪽이야. 차도 오른쪽, 사람도 오른쪽. 그게 룰이라고."


그때 처음으로 머릿속에 물음표가 떴다. ‘아, 다 왼쪽이 아닌가?’ 처음엔 꽤 어색했다. 난 습관처럼 왼쪽으로 기우는데, 세상 다른 이들은 모두 오른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던가. 어느새 나도 자연스럽게 우측통행의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되었다.


그곳에 살면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캐나다는 자동차도 우측통행, 사람도 우측통행이다. "봐, 차들이 오른쪽으로 다니니까 사람도 오른쪽으로 다니는 게 헷갈리지 않고 좋잖아?" 친구의 말대로였다. 도로의 흐름과 인도의 흐름이 일치하니 논리적으로 딱 맞아떨어졌다.


지금 나는 호주 시드니에 출장을 와 있다. 이곳에 오니 또다시 룰이 바뀐다. "여기선 운전석이 반대네?"

호주는 차들이 왼쪽으로 달린다. 그리고 놀랍게도, 사람들도 왼쪽으로 걷는다. 운전석 위치는 북미와 정반대지만, 이곳 역시 '차와 사람의 방향을 일치시킨다'는 논리는 같았다.


잠깐... 캐나다와 호주, 두 나라 모두 차와 사람의 방향을 일치시키는 것이 상식이라면, 도대체 내 기억 속의 한국은 뭐였지? "한국은 차가 오른쪽으로 다니잖아. 근데 왜 우린 학교에서 '좌측통행'을 배웠지?" 차는 오른쪽으로 가는데 사람은 왼쪽으로 가라니. 서로 마주 보고 피하라는 뜻이었나? 아니면 군대 행군 문화의 잔재였을까? 나는 어린 시절 내내 그 규칙을 철썩 같이 지키면서도, 단 한 번도 "왜요?"라고 선생님께 물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국은 어떨까? 일본은? 걷는 방향과 운전 방향이 따로 노는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이건 단순히 교통 규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습관을 아무런 검증 없이 물려받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쪽으로 걷느냐는 사소한 문제다. 하지만 이 사소함이 보여주는 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가 '자연스럽다'라고 느끼는 수많은 행동이 사실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진리가 아니라, 그저 학습된 사회적 약속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국경을 넘는 순간, 그 견고해 보이던 약속들은 너무나 쉽게 바뀐다.


어떤 나라에서는 상식인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비상식이 된다. 하지만 각자의 시스템 안에서는 그게 완벽하게 작동한다. 결국 내가 얻은 교훈은, 우리가 '정상(Normal)'이라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그저 우리가 '처음 배운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가끔은 낯선 땅에서 반대편으로 걸어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내 안에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규칙'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왜?"라는 질문을 잊고 살았는지를.


TK

매거진의 이전글동전이 떨어지기 전에,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