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점심시간,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위치한 UCI 유니버시티 캘리포니아의 커스터머를 방문하게 되었다. 아주 예전 황우석 박사가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분야,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곳이다. 내가 관리하는 기계는 많은 종류의 암세포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을 분석해 어떻게 다른 세포에 영향을 주는지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기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잠시 들려보았다.
잠시 기계를 살표보고 별 문제가 아닌 것을 알고 부품하나를 바꾼 다음 세네 시간이 걸리는 테스트를 시작했다. 테스트는 기계가 할 테니 내가 할 일은 커스터머와의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이다. 기계의 좋은 점, 불편한 점도 듣고, 일을 제외한 본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바로 일을 하며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이다.
오늘은 저번에 방문했을 때 바네사, 커스터머의 이름이다, 가 이야기했던 본인의 메디칼 과정 도전에 대한 이야기다. 드디어 내년 봄에 MCAT(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을 치른단다. 북미에서 의사과정에 들어가기 위해서 보는 입학시험이다. 바네사의 나이는 나보다 조금 어린 40대 중반이고, 현재는 실험실의 매니저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딸아이는 이미 대학을 졸업했다.
오늘은 바네사가 도전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이유가 내가 고려 중인 심리학 박사과정에도 아마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화를 나누는 중 바네사가 나에게 물었던 가장 큰 질문이다. "Where were you 4 years ago?". "4년 전에 넌 어디에 있었어?" 허를 찌르는 질문이다. 잠시 머릿속에 떠오는 것은 지난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이를 먹은 것을 제외하곤 별다르게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충격이다. 뭐,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팟캐스트 하고 있고, 하는 아주 작은 변화는 있었지만... 4년 전이나 지금이나 흐르지 않는 물처럼 마냥 한자리에만 있었던 것 같은 뭔가 불편한 느낌이다. 그리고는 바네사는 이런 질문을 연이어 던진다. "What's in 4 years?" "그럼 다음 4년은?"
바로 이 질문이 바네사가 MCAT에 도전하는 이유란다. 흐르지 않아서 썩고만 있는 물이 아닌 계속해서 흐르는 물처럼 살고자 하는. 나이라는 것은 인생에 그다지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