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인하우스에서는 에이전시 출신을 꺼리는 거예요?
아, 진짜 너어무 힘들다!
에이전시 출신, 인하우스 출신.
이 글에서는 어느 쪽이 낫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
일의 다름을 얘기한다.
나는 '우리의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고 싶었기에 인하우스에 와서 고군분투 중이다.
에이전시에서 2년 1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고객사를 상대하던 내가
올해 1월부턴 인하우스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업무를 시작했다.
에이전시에서 업무 방식과 인하우스의 업무 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아... 이래서 인하우스에서 에이전시 출신이면 안 뽑으려 하는 거였어?'라는 것을 제대로 알고 고통을 겪는 중이다.
나는 인하우스에서 '우리의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부트캠프를 들은 뒤 여러 인하우스에 도전을 했지만 합격은 쉽지 않았고... 우연한 기회로 지난 회사(에이전시)에서 제안을 받아 면접을 본 뒤 합격을 하게 되었다.
합격 후 입사하기 전, 부트캠프 PM님에게 질문을 했다.
"저.. 에이전시에 가면 인하우스로 이직하는 게 힘들지 않을까요?"
그리고 PM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에요. 저도 에이전시 출신이고, 동료들도 거의 대부분 인하우스로 이직했어요. 대신 중요한 게 있어요.
2년까지만 그 기간이 유효합니다. 인하우스를 원한다면, 에이전시에서 특히 3년이 지나면 이직하기 어려워질 거예요."
오케이 접수 완료.
최대 2년까지만 다녀보자라는 생각으로 입사를 했고,
2년 1개월 간 8개의 프로젝트를 경험한 뒤 짧은 이직 기간을 거쳐 퇴사를 했다.
1월 중순에 이 회사에 입사했으니 어느덧 4개월이 되었다.
4개월 중 가장 힘들었던 기간은, 3개월의 수습기간이었다.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방식과 가장 다른 부분인
WHY를 고민하는 것.
무얼 하든 WHY가 필요하다.
왜?
왜 이걸 해야 해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왜 이 방식으로 해야 하는 거예요?
왜 명칭을 이렇게 지었어요?
왜 이건 a로 분류했어요?
에이전시에서는 시간이 없었다. 프로젝트를 최대 4개를 동시에 굴리게 되면 'WHY'라는 고민보다는 빠르게 쳐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다. 'WHY'라는 것은 이미 클라이언트가 했거나, 리더들이 하고 실무진에게 넘긴다.
반면에 인하우스에서는 실무진에게도 위의 예시처럼 '왜'를 끊임없이 묻는다.
시간에 쫓겨 쳐내는 일이 아닌 'WHY'라는 고민을 하고 싶었고, 그것에 목말라 있었던 내가 이제는 질문의 늪에 빠지게 되어버린 것이다.
왜 'WHY'라는 질문을 할까?
에이전시에서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것이 주 업무이다.
하지만 인하우스에서 클라이언트는 불특정 다수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나의 감이든, 데이터든, 경쟁사든, 사용자 인터뷰든 어떠한 근거를 찾아서 이 기능을 사용자들이 원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내부 관계자에게 말하고 설득해야 한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설득의 과정에서는 '왜'라는 질문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이 '왜'라는 질문에 대해, 치열하게 미리 고민을 미리 해놔야지만 합당한 대답을 할 수 있다.
사실 기획에 있어서 정답은 없기에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좁혀나가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정답이 있으면 그건 그냥 외우면 되는 것이고 누구도 '왜'냐고 묻진 않겠지.
하지만 이 과정은 정말 어렵다.
그리고 이 과정을 겪으며 이제 제대로 알았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사고 체계를 가지고 일을 했던 사람보다,
동일한 방식의 사고를 해왔던 사람들을 뽑으려고 하는 거구나.
라는 것을.
나는 4개월 간 이 회사에 다니며, WHY에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
어쩌면 이제 WHY를 조금씩 알게 된 듯싶다.
앞으로 그 간의 과정에서 생각해 왔던 것들을 조금씩 풀어보려고 한다.
이 글들은 에이전시에 다니고 있지만 인하우스로 이직을 하고 싶은 분, 아니면 바로 인하우스에 가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