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적으로 일을 하면 안 되거든요

왜라는 고민, 기준에 대한 생각

by 티나리

벌써 이 회사에 다니게 된 지도 꼭 6개월이 되었다.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제법 인하우스 서비스 기획자 다워졌을까?





회사 입사 후 1개월이 채 안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입사 후 내가 기획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때 '이제 3년 차인 제가요?'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전 회사에서 했던 시스템을 우리 회사에 맞게 맞추면 된다고 하셨다. 그 말을 쉽게 받아들인 나는, 별 고민 없이 이전 회사에서 했던 기획 산출물을 살짝 가공해서 만들어갔다.


내 생각은 이랬던 것 같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겠지'


하지만 미팅을 할 때 "이건 왜 이렇게 만들었냐, a에 대한 기준은 뭐냐?"와 같이 이유와 기준에 대한 질문이 굉장히 많이 오고 갔다.

나는 그 질문들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왜? 당연히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시간에 나는 머리를 띵- 맞은 느낌이 들었고 이전 회사에서 나는 관성을 가지고 일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땐 바빠서 정말 일을 쳐내기만 했었구나..?'


내 성향을 이미 알고 있던 사수는 그런 나를 이해하고 앞으로는 '왜'라는 고민, '기준'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해야 한다며 조언해 주셨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개발을 했지만 기획 시 잘못된 판단으로, 1년이라는 시간을 버리고 다시 개발에 들어갔다는 경험담을 말씀하면서 깊은 고민의 중요성을 다시금 알려주셨다.


이후 기획 문서를 만들며 나는 '기준'에 대한 단어를 방송이든 누구든 어디선가 들으면 움찔할 정도로 '기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물론 '기준'을 많이 생각해도 아직 정답을 모르겠지만 말이다. (기준은 다른 사람과 협업을 하려면 꼭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왜'라는 생각을 통해 '기준'을 만드는 방법이 너무나 어렵다.)


생각해 보면 나는 이전 회사에서 정책서를 작성할 때 그저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기능에 대한 정책을 작성했었다. (꼼꼼함은 이전 회사에서 나의 무기였고 그게 나만의 기준이었다.) 이 정책 문서를 나 혼자 작성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같이 일하는 팀원이 있었는데, 그들은 정책을 어디까지 작성해야 하는가에 대해 항상 의문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들이 나보다 덜 꼼꼼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미안..) 생각해 보면 내가 기준을 명확히 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생겼던 의문이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관성적으로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이 날의 일은 나에게 꼭 필요했던 일이었다. 이 회사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내가 좋은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미래가 보였던 날이었으니깐.



그 외 사수가 나에게 해준 말 중 기억에 남는 말


- 개발팀과 어떤 기능에 대해 얘기할 때 양보할 땐 양보하되, 중요한 것은 양보하지 않는 태도를 취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너무 자잘한 것까지 복잡한 로직이 필요하지 않을 때가 있을 것. (내가 고민을 많이 한다면서 사소한 것에 복잡한 로직을 짜갔었다)


- 기획 시 개발을 생각하며 기획을 하는가? 사용성과 기술 난이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으면 논의하기가 더 편하다.


- 기획하는 도중 장단점이 골고루 존재하는 기능이 있을 것. 그때는 레퍼런스를 많이 보는 것도 방법이다. ‘A 플랫폼에서 이렇게 하니까 이대로 하시죠’라는 것은 근거가 되지 않지만, 여러 근거를 찾은 후에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것을 선택한다'는 이유로 제안하는 것은 설득력이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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