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에 에너지가 있을까
'다정도 병이다!'라는 말을 들으며 일을 했었다. 나의 오지랖을 걱정하는 진심 어린 조언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말이 정말 나를 작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요즘 느낀다. 일을 할 때면, 나에게 주어진 일 이외에 갑작스러운 일들이 많이 쏟아졌고, 그걸 해줄 수 있다 생각하면 도와줬던 나였다. 심지어 그 일의 책임자가 내가 아님에도 힘들어하는 동료가 있다면 함께 하며 그 힘든 동료를 오히려 위로하는 사람 바로 나였다.
그런데 그 다정함이 잘못된 것이라는 느낌의 말을 들었을 땐, 조금 당황스러웠다. 다정함, 일명 오지랖이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준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부터 말이다. 나로 인해서 타인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되고 말이다. 그런데 그 속에서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나"였다. 나의 기본적인 성향을 무시하고 일을 하고, 그것이 드러나면 나도 모르게 멈춰버렸으니까.
도와주지 못해 속상하거나, 내가 마치 외면한 것 같은 느낌에 힘들었던 적이 종종 생기곤 하더라. 물론 이것도 내 아이들이 셋이 되고, 나의 건강이 안 좋아지다 보니 '그래, 그게 맞지'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에너지의 효율을 따지겠다고, 나는 마음의 효율을 따지지 않는 사람인데 마음의 효율을 따지고 있노라니, 나를 잃어가고 나의 마음 한 구석에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생겼던 것 같다.
그런 진심을 왜 나는 왜 이렇게 스스로에게 외면하며 살았나. 누군가의 시선에 맞춰서 살았나 싶은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되었던 건, 내가 진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수많은 고민과 답은 적지만 그 답이 정말 진정한 답은 아닌 상황, 계속해서 다른 이들의 말, 다른 이들의 상황을 살펴보며 부러움과 반성 그리고 성장이 계속 반복해서 휘몰아치곤 했다. 그러다 그 휘몰아치는 뜨거운 에너지가 조금 더 단단해져서 유리구슬이 되어 하나 툭 나왔다.
다정한 진심
다정한 진심을 보여주자고, 조금은 손해 보는 듯 보여도 미련해 보여도 나의 마음 에너지가 이렇다 저렇다 따지지 않는 점점 차오르는 방향으로.
나는 다시 0층에 서 있다. 새롭게 시작하려니까 말이다. 새로이 시작한다는 것이 다른 나를 찾는 것이 아닌 내 안의 나를 찾는 방향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 마지막 핵을 마주하고 받은 유리구슬에서 나는 출발의 실마리를 찾았다. 아직은 0층에 있다. 하지만 한 계단 한 계단 단단하게 나만의 계단을 만들기로 한다. 그리고 어떤 누구나 쉽게 오르고, 함께 하고 싶도록 낮은 넓은 계단을 많이 만들어 내어, 함께 가치를 같이 키워내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나 혼자가 아닌 함께 가치를 키울 수 있겠지.
티나게, 가치롭게
생각에 가치를 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