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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 Jul 15. 2019

모두가 달리는 차에서 내릴 수는 없잖아

예측 가능한 변화를 원하는 대기업 4년 차 직장인의 선택

사회인이 된 지 만 3년, 햇수로 4년 차. 큰 마음을 먹고 좌회전 깜빡이를 켰다. 사실 차에서 내릴까, 유턴을 할까 고민했는데, 결국 망설이다 내리기는 무섭고, 그렇다고 유턴은 잘 모르겠어서 좌회전 정도만 하기로 했다. 새 길에 접어들 그 길로 쭉 달릴지, P턴을 할지, 아니면 다시 우회전으로 가던 길을 찾아 갈지 고민해 볼 생각이다. 


올 상반기에는 유독 섬 여행이 잦았다. 혼자 문득 일본에, 애인과 함께 태국의 어느 섬에, 그리고 엄마와 우리나라 남쪽 작은 섬에 다녀왔다.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지만, 생각이 많은 시기에 여행을 하면 그저 놀고 즐기고 쉬는 때에는 느끼지 못하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요즘은 나는 변화를 바라지만, '예측 가능한 약간의 변화'를 바란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면, 오늘 가려던 식당이 문을 닫는다면 기꺼이 다음 가게를 찾아보겠지만, 적어도 오늘 저녁을 먹을 것이라는 사실은 명확해야 한다. ‘걷다가 보이면 먹자’ 정도의 즉흥성은 초조함을 불러온다. 훌쩍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떠나기 직전일지라도 숙소 예약은 마쳐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랄까.


소소한 변화를 통해 답답하고 불만 가득한 내 일상에 활력을 주고자 많은 것을 시도하기도 했다. 잠시 일본어 단어를 외웠고, 반년쯤 그만두었던 전화 중국어도 다시 수강했고, 수채화 도구를 꺼내 썩 마음에 드는 작은 그림도 그렸다. 요즘 핫하다는 유튜브에 편승해볼까 하여 영상도 찍어 편집해서 두어 개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미루고 미루던 운전 연수를 받아 이제는 동네 마트 정도는 간신히 다녀올 수 있다. 다음 세대에게 (마치 엑셀 못하는 현시대의 부장님처럼) 한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코딩 강의도 신청했다. (아직 1강 밖에 듣지 않았지만) 하지만 본질적인 불만감은 사라지지 않았고, 나의 새로운 취미/배움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면 무얼 해야 하지. 나와 비슷한 때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인들의 소식을 들어보면 이직, 퇴사, 대학원 등 변화를 맞이한 사람들이 꽤 많다. 나 역시도 '퇴사하고 싶어', '발리에서 한 달 살기 하고 싶어', '대학원에서 새로운 배움을 얻고 싶어' 등 말은 하고 다녔지만, 역시나, 나는 그렇게 급작스러운 변화는 어렵다. 


고민 끝 나의 선택은 계열사 전보, 직무 변경. 이 정도면 큰 변화다. 하지만 그리 낯설지 않은 환경에서 시작하는 '예측 가능한 변화'.


모두가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내려버릴 수는 없다.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변경하고, 좌회전, 우회전을 시도를 하여도 내비게이션은 '새로운 경로를 탐색합니다'라지 않는가. 일단 좌회전을 하고 좀 달려보면 되겠지. 

꼭 차를 세워 내리지 않아도 돼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7nrsVjvAL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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