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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낯선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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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in Dec 13. 2020

낯선 향기

내 꿈은 세계여행

공항 문이 열리면 훅 하고 들어오는 향기가 있다. 낯선 향기다. 축축하고 짭짤한 향기, 짙고 무거운 향기, 서늘하고 흩날리는 향기. 신기하게도 도시마다 각자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첫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난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반대로 여행에 무뎌지는 순간은 낯선 향기들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때이다. 어느 순간부터 낯선 향기를 맡을 수 없게 됐다. 여행에 무뎌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내 꿈은 세계여행이었는데, 25살에 질려버리다니 말도 안 돼’라며 몇 번 더 여행을 다녀왔지만 낯선 향을 맡을 수는 없었다. 코를 찌르는 향신료 냄새와는 분명히 다른 도시 특유의 향기 말이다.

여행이 더 이상 설레지 않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편안하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관계, 여행과 난 권태기를 맞았다. 올해 초, 코로나가 심각해지기 전 다녀온 여행이 마지막이었는데 지금까지 생각도 안 난 걸 보면  권태기가 분명하다.



낯설게 하기


마침 여행을 떠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별히 많은 나라를 다녀온 것도, 다양한 것을 경험해 본 것도 아닌데 이렇게 ‘세계여행’이라는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 ‘낯설게 하기’ 기법을 활용할 때다. 내 기억 속의 첫 여행인 9살의 네덜란드부터 마지막 여행인 25살의 하와이까지, 하나하나 파헤쳐보려 한다. 익숙지 않은 방법으로 기억을 되짚다 보면 새로운 흥미와 긴장감을 찾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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