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꿈 이야기

by 구루

오랜만에 아주 산만한 꿈을 꾸었다. 뭔가 꿈을 꾸긴 꾸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차가 슝슝달리는 길을 걸었던 것도 같고 누군가를 만나서 말없이 같이 걸은 것도 같다. 그러다 어떤 집 울타리에 들어가서 어떤 동물을 묶어놓은 것도 같은데... 내 기억 참 못쓰겠다. 깨고 보니 안개처럼 꿈이 몽글몽글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꿈을 꾼 적이 거의 없다. 어릴 때는 참 많이도 꿈을 꾸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꿈이 귀해졌다.


어릴 때 많이 꾼 꿈은 귀신 꿈이었다. 겉보기엔 성깔이 까탈스러워 귀신이 다가오기 어려울 것 같은데 내면이 허약했던 건지 유독 귀신이 많이 출몰했다. 처녀귀신부터 외계인을 닮은 귀신까지 레벨도 다양했다. 한 번은 꽤 오래된 책 제목이 붉은... 무슨 공상과학시리즈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나온 세발 달린 문어 괴물을 닮은 귀신이 나온 적도 있었다. 귀신 중에서도 아주 강력하게 나를 밤새 뛰어다니게 한 귀신은 처녀귀신이다.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때면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식은땀을 흘리기 일쑤였고 귀신이 한 발짝 움직이기 시작하면 나는 미친 듯이 도망쳤다. 그렇게 밤새 쫓기고 나면 아침이 되었고 피곤에 단단히 쩔은 나는 아픈 척을 했고 결석도 가끔 했다. 특히 귀신 꿈을 꾼 비가 오는 날 아침이면 학교 가는 게 더 찜찜했기 때문에 비 오는 날은 학교를 안 가기 위한 비법책을 낼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꾀를 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자주 꾼 꿈은 '이빨'이 빠지는 꿈이었다. 유독 앞니나 어금니 근처의 치아가 빠졌다. 꿈속의 나는 순간 생각했다. '어쩌지? 치아가 빠지면 가까운 사람 중에 누군가 죽는다고 했는데 죽으면 어쩌지? 본능적으로 나는 이미 빠진 치아를 다시 제자리에 심어놓고 꿈속에서도 안 빠진 척 연기를 했다. 살포시 건드려보면 치아가 옆으로 툭 넘어졌고 내 간도 툭 떨어졌다. 누군가가 불길한 꿈을 꾸면 침을 세 번 뱉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기에 잠도 아직 덜 깬 와중에 허공을 향해 '퉤 퉤 퉤' 침 뱉는 시늉을 했다. 다행히도 침 뱉는 연기가 먹힌 건지 누가 죽는다던지 다친다던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며칠 동안 누군가 다칠까 싶어 마음을 바짝 졸이는 건 나의 몫으로 남았지만 말이다.


꿈을 꾸기 싫어서 일부러 잠을 늦게까지 안 자고 버티다 늦잠을 잔적도 많다. 꿈을 꾸지 않을 정도로 몸이 피곤하면 꿈을 안 꿀까 싶어서 미친 듯이 피곤하게 만들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꿈은 내가 피곤하든지 말든지 아무 때나 찾아왔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난 어른이 되어 있었고 우선순위 넘버원인 귀신 꿈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아쉽다.






작가의 이전글2. 깨우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