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여정을 시작하며.
10년 뒤의 자기 모습을 상상하거나 그려보는 것.
초등학생 때는 터무니없는 꿈을 상상하다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면서 현실과 타협한 '직업'으로서의 무언가를 상상하기 시작한다.
나 또한 의사나 변호사 같은 멋있는 직업을 골랐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면, 10년 뒤?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당장 놀기 바빠진다.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면서 맛집 탐방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다 보면
이제는 마냥 놀기 쉽지 않은 고학년이 되어 있다.
그럼 직업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며 당장 공무원 시험공부나 대기업 취업 준비에 돌입한다.
그렇게 취업도 하고 직장 생활한 지 여러 해가 지나니 어느새 서른이 넘어있다.
그리고 이제야 다시 제대로 꺼내본 10년 뒤 나의 모습.
나이가 들수록 점차 상상이 되지 않는 형태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냥 결혼해서 애기도 한 두 명정도 낳고 육아에 전념하며 직장인으로 돈 벌고 있겠지.'
누구나 하는 그런 보통의 모습이지만 상상 가능한 그 모습이 조금 지겨워졌다.
지금까지는 사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지 아닌지 모를 목표들을 다 이뤄가면서 살아왔는데,
0~30세까지 진짜 열심히 그리고 칭찬받을 만큼 잘 살았다고 자부한다.
일찍 취업에 성공한 데다 직장도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정년 보장되고 월급도 평균 이상 인 곳에 다니니깐.
그런데, 문제는 재미가 없는 거다.
직장을 누가 재미로 다니냐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재밌던 적이 없었다.
승진을 해도 결국 똑같은 일을 할거고 월급이 많아져도 직업으로서의 성취감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수개월의 마음이 힘들었던 과정을 겪고 나서 결심했다.
90세까지의 인생에서 1/3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남들이 보기에 평범하고 엇나가지 않은 바른 삶'을 살아왔다면
앞으로 30년은 그동안 잘 다독여가며 묻어둔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살기로.
그중 하나가 바로 여행 에세이를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여행수필 읽는 것을 제일 좋아했는데,
그때부터 잘 수면 아래에 다독여둔 나의 장래희망이다.
물론 여전히 현실을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여행기만 쓰는 전업 작가가 되지는 못하지만
직장은 그냥 여행을 위한 수단,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부업' 정도로 생각하고
마음 편히 갖기로 나 혼자 정했다.
그리고 이제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한 걸음 나서면 10년 후에 나의 모습은 예측 가능한 모습에서 살짝은 벗어나 있겠지.
틀어지면 틀어질수록 기대감도 올라간다.
다시 초등학생이 된 것처럼 설렘도 같이 온다.
앞으로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