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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Aug 28. 2023

뿌리가 엉켜있는 씨앗처럼

연애 1년 6개월의 단상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중이다. 사귄지는 1년 6개월 정도 됐다. 


남자친구와 거의 하루종일 카톡을 하고 전화를 자주 한다. 

그런만큼 상대방에 대해서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세세하게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와 내가 너무 밀접하게 엮어 있어서 

가끔 힘들다. 가령 내 모든 생활을 다 알고 있으니 그것에 대해서 

그의 평가를 받게 되는 느낌이 든달까. 

오늘은 점심에 피자를 먹었어, 라고 말하는 순간 

그의 판단이 개입되는 것이다. 그거는 살 찔텐데. 라는 말. 


싱글일 때는 그런 사람이 단 한명도 없어서 외로웠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생각을 해도, 무얼 계획해도 

내 삶에 밀접하게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그게 너무 외로웠다. 

내가 어떻게 살아도 아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한명도 없다는 느낌이 

뼈에 사무치도록 외로웠다. 


지금은 반대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생각을 하든, 계획을 세우든, 

그것을 전부다 공유하는 사람이 생기니, 

그의 가치관과 내 가치관이 불일치 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도 다가온다. 


나는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커피 한잔의 값은 단지 커피 한잔을 마시는 데 끝나는게 아니라, 

카페에 와서 시간을 보낸다는 행위 자체, 

기분이 환기 된다는 점,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 안에 다른 사람과 함께 있다는 느낌 같은 것을 전부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것을 무조건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그만의 살아온 흔적과 

이유가 있다는 것도 안다. 그렇기에 우리는 커피 한잔을 두고도 

엄청나게 오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고 한다. 


가끔 이런 삶이 다소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생활의 과잉 같달까. 내 삶에 그가 너무 깊숙하게 들어와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일상생활에 대해서

우리의 의견을 전부다 얘기하고, 일치시켜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든다.


그와 나는 이제 서로를 떼어 내기에는 

너무 깊숙하게 얽혀 있어서, 

마치 땅에 뿌려진 씨앗이 점점 자라면서 

뿌리를 깊숙히 내려, 

옆에 있는 식물의 뿌리와 깊이 얽혀있는 것처럼..

서로를 떼어내려면 출혈이 너무 커서 

그냥 이대로 쭉 가는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쭉 가도록 한다. 

서로를 이해하면서, 그리고 그저 의견이 불일치 되어도 

화내지 말자, 짜증내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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