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 수술을 하느라 마취를 맞은 고양이를 데려왔다. 잠에 들어있는 고양이다. 다리를 바르르르 떤다.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려 하지만 고양이는 비틀댄다. 잘 걷지도 못한다. 목에는 플라스틱 캡이 씌워져 있어서 부자연스럽다.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다.
마취에 깨지 못해서 이리 저리 돌아다녀본다. 하지만 여전히 걸음은 느리고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온 몸에서 근육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흐물흐물한 몸을 지니게 됐다.
고양이는 내 손길을 피해버렸다. 단 한번도 그런적 없었는데 내가 다가가자 숨었다. '내 중요한 성기능을 제거해버리다니. 나쁜 집사녀석. 내가 얼마나 두려웠는지 알아? 지금 내 몸상태는 왜 이런거야. 나한테 무슨 짓을 했어.' 라는 눈길을 보낸다.
고양이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자꾸 숨는다. 나는 너무 서럽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에 들인 비용이 얼마던가. 너와 오래도록 함께 지내려고 한 나의 선한 의도를 고양이가 몰라주다니. 울고 싶다.
고양이는 저 구석 의자 밑 아주 깊숙하고 그늘진 곳에 몸을 웅크리고 가만히 앉아있다. 침울해보이는 표정으로. 모든 생기를 잃은 채.
어쩔 수 없다. 일주일이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을거라고 고양이에게 위로를 건네지만 고양이는 듣지도 않고 몸을 웅크리고 우울감에 빠져있다. 불쌍한 고양이.
나도 잠에 들었다. 아침에 침대에서 뒤척이는데 발에 뭔가 채인다. 고양이다. 고양이는 삐진 것이 풀어졌는지 내 발 밑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다. 원래 고양이는 나랑 같이 잔다.
고양이를 살펴본다. 눈에는 눈꼽이 껴있다. 고양이가 혹시 밤새 자신의 성적기능이 사라진 데 대해 뭔가를 깨닫고 슬피 울었던 걸까. 너무 안쓰럽다.
몸을 쓰다듬어 준다. 아프지는 않니. 물어보지만 야옹거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고양이는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누워있는 내 배에 올라와서 그릉그릉거린다. 나는 한참을 쓰다듬어준다. 그릉그릉거리는 고양이는 오랫동안 배 위에 올라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