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by 팅커벨

저는 치료 시기를 놓쳤던, 치료가 늦어진 조울 1형 환자입니다.

발병 시기는 어릴 적이었지만, 정식으로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한 건 20대 중반이었습니다. 그 사이 제 삶은 조증과 울증의 반복 속에서 점점 무너졌고, 병이라는 인식조차 없이 지옥 같은 시간을 오래 견뎌야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저처럼 병이 심각했던 조울 1형 환자가 8년 가까이 재발 없이 관해를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조울증으로 인한 파탄과 회복, 병식 형성의 과정, 전조 증상의 인지와 대응, 재정 회복, 일상 유지, 인간관계의 재정립, 그리고 사회생활의 복귀까지, 제 삶 전체를 찬찬히 돌아보며 써 내려간 기록입니다.

환우에게는 병을 버텨내기 위한 실질적인 전략과 공감, 보호자에게는 왜 이 병이 단순한 성격 문제나 의지의 부족이 아닌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임상전문가에게는 현장에서 약물치료와 병식 교육이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환자 본인의 관찰과 응답을 보여주는 자료가 되길 바랍니다.

조울증이 제 삶을 무너뜨린 것도 사실이지만, 그 병을 받아들이고 관리해 나가면서 새로운 삶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제 글이 조울증으로 고통받는 분들께,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애쓰고 있는 분들께 작은 실마리 하나라도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