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위인전을 자주 읽었다. 어려움을 겪던 인물들이 상황을 극복하고 큰 변화와 성공 이루어 내는 이야기들은 내게 감명 깊게 다가왔고, 언젠간 나에게도 ‘한방의 기적’이 찾아올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나의 조울증이라는 이름의 어려움도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거나, 인생의 완전한 나락을 찍고 나면 갑작스레 괜찮아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한순간의 변화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이었다.
우리의 삶은 위인전처럼 극적이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은 우리가 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변해간다. 사실 나의 병도 그러했다. 한걸음 전진한다 해도 그다음은 더 많이 퇴보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일상 속 작은 변화들이 쌓여서 어느새 나를 조금 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 책은 ‘한방의 기적’을 기다리며 살아온 내가, 결국엔 천천히 다가오는 기적의 가치를 배워가는 과정이다.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행복은 하늘에 녹아든 노을처럼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저의 삶에 스며들었다.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을지라도, 인내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삶 속에서 행복이 녹아드는 순간을 반드시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사실 나는 대단하지도 완벽하지도 않고, 여전히 흔들리고, 가끔은 너무나도 무기력해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용기 내어 글을 쓰는 이유는 지금의 내가 이 모순되고 서툰 시간을 스스로 기억해 주고, 완벽하진 않지만 분명 진심이었던 이 시기를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경험이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사례로써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의 이야기가 거창한 성공담은 아닐지라도, 삶을 견디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든 이의 여정을 응원한다. 때로는 우리의 변화가 느리게, 거의 보이지 않게 진행될지라도,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내고 그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 수 있는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여러분의 여정에 나의 경험이 작은 위로와 힘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의 동행이 서로에게 빛과 희망이 되어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