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으른 사람이 싫었다. 의지가 박약해 스스로 조차 통제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했고, 이해할 수 없었다. 게으름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그들을 비난했다.
학창 시절, 나는 꽤나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생회, 동아리, 교내 대회, 교회, 합창단 활동 등 빠지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 인 줄로만 알았다.
해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나는 부모님과 떨어진 서울 조부모님 댁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었다.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된 나는 생각보다 나태한 사람이었다. 학교 수업, 약속, 아르바이트, 교회 등 모든 스케줄에 지각을 밥 먹듯이 했으며, 도저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겠는 날에는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 약속을 당일 파토를 내고 숨었다. 중요한 온라인 과제도 미루고 미루다 불과 몇 초 차이로 제출을 하지 못하는 일이 잦았고, 오전 일정이 없는 날에는 오후가 되도록 일어나지 못했다. 상태는 점점 악화되었다. 배가 고프면 배달 음식을 시켜 침대에서 먹고 그 자리에서 다시 잠이 들기도 했다.
마침 그 즘, 심리학 교양 수업에서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빌라에서 자취 중이었던 그 청년은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고, 이웃과의 교류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퀴벌레 퇴치를 위한 한 이웃의 신고로 방역업체 직원들이 그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들어가 보니 그 청년이 누워있는 침대 주변으로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음식물 쓰레기로 가득한 플라스틱 용기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 올리자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고 한다. 교수님께서는 그 이야기를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표현하셨고, 듣는 학생들도 더럽다는 듯 ‘으으’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나는 웃을 수 없었다. 그 일이 남일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방 또한 이대로 방치하면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어쩌면 내 이야기가 되었을 이야기가 이렇게 대학교 수업에서 회자가 될 수 있다니 끔찍했고, 내가 어쩌다 이렇게 까지 되었을까 생각이 많아졌다.
성실함과 강한 책임감이 내가 가진 강점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당시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스스로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아무래도 부지런했던 나는, 엄마의 잔소리와 감시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진 ‘가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내 본성은 게으름에 잠식된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지금 모습이라는 생각에 두려웠다. 내가 가장 경멸하는 사람의 모습이 바로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니. 나는 그냥 본성이 게을러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싫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