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겪은 아픔은 손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듯하지만 그 붉은 여운은 하늘에 오래도록 머문다. 그 여운이, 어쩌면 우리 각자의 삶일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의 삶의 이유를 명확히 찾아야 한다’고 믿었다. 내 생명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나아지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죽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속 “살아가야 할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구절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남겼다.
돌이켜 보면 마음이 괜찮을 땐 삶의 이유 같은 걸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그저 흐르는 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삶을 이어가는 힘은 ‘얼마나 열심히 사느냐’, ‘어떤 이유로 사느냐’, ‘나를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느냐’ 같은 질문의 답에 달려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그날그날의 ‘기분’이라는 파도 위에 달려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삶의 이유와 목표를 세우는 건 우리의 방향성을 스스로가 결정하는 소중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그 이유조차 버거워지는 때를 맞는다.
우울이라는 병은 참으로 교묘해서, 그동안의 모든 노력을 무력하게 만들어버릴 만큼 강력한 것 같다.
그럴 땐 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힘을 조금 빼고, 그저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잠자코 기다려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제 나는 이 따뜻한 노을빛 아래에 멈춰서 본다. 바깥세상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의 시선으로. 누군가의 격려보다, 나 스스로의 이해로. 그리하여 다시 걸음을 내딛는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하늘에 녹아든 노을은 사라져도 그 붉은 여운은 오래도록 남는다.
나 또한 그렇기를 바란다. 내 마음속 여운이 언젠가 누군가의 밤하늘을 부드럽게 밝히는 빛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