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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y Apr 11. 2016

아침으로 가는 길


엄마, 밤 다음엔 왜... 새벽이에요? 아침이 바로 오지 않고...? 밤에 잠자고 깨면 바로 아침이면 좋겠는데 왜 새벽이 있는 거예요? 꼭 빨간불 다음에 초록불이 안 되고 주황불이 있는 것 처럼...?

자다가 깨어 새벽이라 더 자야한다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8살 라엘이가 물었다.

라엘이는 함께 홈스쿨을 하는 친구의 딸이다. 가끔 아니 자주, 생뚱맞은 질문을 해서 엄마를 당황하게 하는 데는 선수이다. 


한번은 라엘이가 나에게 다가와 진지하게 물었다. 


'이모! 라엘이는 어디에 있는 거예요?'

'뭐? 라엘이는 여기 있잖아? 이모 앞에!'

'그게 아니구요... 라엘이가 라엘이 다리에 있는 거예요? 팔에? 아니면 배에 있어요? 머리? 만약에 라엘이 몸통이 잘리면 라엘이는 어디에 있는 거예요?'


그나마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일거라고 판단해서 온 것 같았다.  그러나 나 역시 잠시 난감! 

아이의 진지한 눈빛에 사랑스러워 한참을 웃은 후  이 철학적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고민을 했다. 그 결과....!!!

'음... 사람은 다리가 없어도, 팔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가슴이 없거나 머리가 없으면 살 수 없으니까... 음...구지 말하자면 라엘이는 라엘이 몸... 위쪽에 있을 거야!'

몸 위쪽... 이라니...! 흐흐흐...  아이의 형이상학적인 질문에 이렇게 형이하학적인 대답밖에 할 수 없었던 나를 한탄하며 많이 웃었다. 


 새벽이라..... 오늘의 물음엔 뭐라 말해줄까? 즐거운 고민!


음...  라엘아! 


새벽은..... 아침으로 가는 길이란다. 

밤에서 출발해 아침에 도착하려면 새벽이라는 길을 걸어야 한단다.

이 길을 걷는 건 밤하늘의 달이기도 하고 별이기도 하지. 

밤에도 움직이고 있는 지구이기도 하고, 그 지구 위에서 함께 도는 산, 나무, 바다이기도 하지. 

어쩌면 잠을 자고 있는 라엘이도 아침을 바라는 기대로 그 길을 걷고 있는 거란다.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새벽은 

설레임이란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태초 이후 처음 만나는 오늘,

그 오늘의 태양을 숨기고 있는 새벽은

아름다운 신비란다. 


새벽을 만난 라엘아

아침으로 가는 길에 있거든

그냥 설레면 된단다. 

두근두근 뛰는 심장에 손을 얹고 달콤하게 기다리면 된단다.

이제 곧 

아침이 올테니까.


그 아침은 온전히 새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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