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크는 아이들
처음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을 때
아버님은 노발대발 하시며 애들을 바보 만들려고 그러냐 하셨죠.
어머님은 눈빛이 흔들리고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셨어요.
달리 설명해드릴 방법이 없어서 그저,
‘홈스쿨 한다고 바보 되진 않아요 아버님...’ 이란 말 밖에 못해드렸네요.
그날 이후 2년 반이 흘렀습니다.
아이들은 훌쩍 컸고 지금도 매일같이 자라고 있습니다.
엄마의 욕심만큼 깊이, 아름답게 가르치고 있진 못하지만
그런 중에도 아이들은 잘 배우고 잘 생각하며 열렬히 살고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생각하고 행동하려 애쓰고
자연에 관한 호기심으로 늘 관찰하며 찾아보고 발견하고 기뻐합니다.
신과 인간과 자연이 서로 상호작용해온 역사를 배우며 그 속에서 진리를 얻고
이야기를 읽고 쓰며
음악을 듣고 연주합니다.
매일 매일 즐겁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배우는 길 위에 있지만
아직 채워가는 중이지만
열심히 길을 걷고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님!
손주 바보될까봐 걱정하시진 않아도 되겠어요.
바보가 되기엔 이미 너무 똘똘해져 있는 걸요.
이젠 이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는 일이 훨씬 어렵겠어요.
스스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단단해져 있으니까요.
살아보니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기다려주는 것이었네요.
아버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만나면
우리 많이 웃어요.
아이들이 더 큰 웃음 드리도록
아이들도, 저도
오늘 더 자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