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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y Sep 29. 2015

아버님! 손주, 바보는 안 되겠어요!

집에서 크는 아이들

                                                                                                                                                                                                                                                                                    

처음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을 때 


아버님은 노발대발 하시며 애들을 바보 만들려고 그러냐 하셨죠.

어머님은 눈빛이 흔들리고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셨어요. 


달리 설명해드릴 방법이 없어서 그저,

 ‘홈스쿨 한다고 바보 되진 않아요 아버님...’ 이란 말 밖에 못해드렸네요. 


그날 이후 2년 반이 흘렀습니다.


아이들은 훌쩍 컸고 지금도 매일같이 자라고 있습니다.

엄마의 욕심만큼 깊이, 아름답게 가르치고 있진 못하지만 

그런 중에도 아이들은 잘 배우고 잘 생각하며 열렬히 살고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생각하고 행동하려 애쓰고

자연에 관한 호기심으로 늘 관찰하며 찾아보고 발견하고 기뻐합니다.


신과 인간과 자연이 서로 상호작용해온 역사를 배우며 그 속에서 진리를 얻고

이야기를 읽고 쓰며 

음악을 듣고 연주합니다.


매일 매일 즐겁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배우는 길 위에 있지만 

아직 채워가는 중이지만

열심히 길을 걷고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님!


손주 바보될까봐 걱정하시진 않아도 되겠어요.

바보가 되기엔 이미 너무 똘똘해져 있는 걸요. 


이젠 이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는 일이 훨씬 어렵겠어요. 


스스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단단해져 있으니까요.


살아보니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기다려주는 것이었네요.


아버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만나면

우리 많이 웃어요.

아이들이 더 큰 웃음 드리도록 

아이들도, 저도

오늘 더 자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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