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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y Oct 02. 2016

그해 크리스마스는 11월이었다

또다!  가게 앞에 놓여있는 리시안셔스!

 ... 누굴까....?


그 해 크리스마스는 11월이었다.

12월에 갇혀, 늘 같은 날만 살았던 크리스마스가 탈출해 내게로 온 것이었다.

내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그날 오후 첫 눈이 내렸고 그래서 나는 그날이 크리스마스라고 생각하는 게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지나가다가 이 꽃을 보고 생각이 나서 사버렸어요. 한 달 후면 다 시들어버릴 테니까 그냥 오늘 크리스마스 하기로 해요! 행복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 되길... 그리고 나에게 그 행복하고 따뜻한 날을 조금만 나누어주길....’


당황스러웠다. 모르는 남자에게서 그것도 11월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일은. 

작은 스케치북과 리시안셔스 한 다발... 그렇게 나의 크리스마스는 11월이 되었다. 


리시안셔스를 집어들고 가게로 들어왔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오늘은 더욱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엘리스의 그룹모임이 여기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번 인력 센타 교육 후 학생들이 스터디를 만들었다는데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다. 열심히 청소를 했다. 콧노래, 그래 콧노래를 불러야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저 꽃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룰루루~~~  


“이게 뭐야! 아직 청소도 안 돼 있는 거야! 루나!”

아.... 마치 출정이라도 하듯 소릴 지르며 들어오는 저 입장 씬은 바뀌지도 않는다. 

“앨리스! 하여튼 예쁜 말로 인사하는 걸 본 적이 없어! 부드럽게 좀 하면 입에 가시가 돋나? 도대체 왜 그래!"

"내가 아무 한테나 이러는 줄 알아? 관심없는 놈들한텐 친절해! 좋아하는 것들한테만 이러는 거지!"

"참.... 애정표현도... . 나 너무 사랑하는 거지?"

"알면 됐고!"

"큭큭큭... 근데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내가 원래 부지런 하잖아. 히히... 실은 학생들이 낸 과제를 아직 점검 못했거든. 미리 와서 좀 하려고.”

“그래? 앉아. 커피 줄게. 근데 과제가 뭐야?”

“검사지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배웠으니까 지인들 검사 해석 하고 분석한 내용을 글로 써 오라고 했어.”

“잼나겠네! 나도 요만큼 배웠을 때가 제일 재밌었는데!”

“재밌기도 하겠지만 멋모르고 사람을 난도질 할 때이기도 하지.”

“흐흐흐... 그건 그래!”

나는 커피를 내려주고 청소를 마저 했다. 앨리스는 메일로 받은 과제들을 출력해 와서는 빨간 사인펜으로 줄까지 그어가며 확인하고 있다. 꼭 시험지 채점하는 선생님 같다! 에니어그램 고수도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저 기질의 역동!!! 틀림없이 즐기고 있을 것이다. 오답찾기와 지적질!!! 


“이게 뭐야? 이 분은 유형 분석 하랬더니 에세이를 쓰셨는데?”

“뭔데?”

“큭큭큭... 며느리한테 쌓인게 많으시구만!”

“며느리 검사 한 거래?”

“어. 귀엽게 생긴 할머니 한 분 있어. 교육 받을 때도 가끔 며느리 얘기 하셨거든. 검사하고 분석한 후에 이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이나 전반적인 모습을 그려서 글로 쓰라고 했더니 이건 뭐... 경찰서에 제출해도 되겠어. ‘위험 인물 보고서’로! 큭큭큭”

"위험인물 보고서?"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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