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현실 소공녀 아니에요?

맞아요. 근데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요

by mess planet expert

안녕하세요. 저는 홍이라고 합니다.


살고 싶지 않아 치밀하고 조용하게 완벽한 죽음을 차분하고 의연하게 준비하던 중에 친구에게 들켰어요.

그 이후로는 기쁘게 생을 살아요.


살다 보니 선생님이 되어 "더 오래 살아서 많은 것을 저한테 알려주세요"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부를 축적하는 것에 관심이 없어요. 안타깝게도 명예를 쌓는 것에도요.


대신 저는 이런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연리지로 서로 붙은 나무에, 절 옆 보리수나무에, 모래목욕을 하는 참새에 관심이 있습니다.

매일같이 물에 뜨는 빛에도요.

모두를 위로하는 어두운 밤에도요.

이런 것에도요.
이런 것에도요.
이런 것에 시간을 뺏깁니다.

첫 글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했습니다.

어떤 여름이었던 울릉도로 열어봐도 될까요.


<안녕? 나는 나리분지입니다.


울릉도의 나리분지에는 끝없는 나리와 끝없는 안개만 있습니다. 근데 그렇기 때문에 계속 걸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친구의 언니의 이름은 '숲'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을 숲이라고 불러왔어요.

- 나 숲에 관심이 많아.

- 맞아. 넌 숲을 만나기 전에도 좋아했어.


- 그때는 안 먹어 본 카페의 음료를 무작정 좋아한 느낌이라면, 지금은 울릉도의 나리분지를 좋아하는 느낌이야. 나리분지는 실제로 내가 가봤으니까. 안개꽃과 나리꽃만 있는 원시림이거든.


- 나도 가보고 싶어.


- 음, 그래? 엄청 조용하고, 모든 산이 그렇듯이 상냥하지도 않고 불친절하지도 않고. 그래서 숲이랑 닮았어. 그래 같이 가자.


- 규칙적이지는 않지만, 질서는 있는. 하하. 산도 사람도 다 조용해서 서로가 상관없는 관계. 누가 죽든 서로 분명 보고는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관계. 하하


- 와

- 응?


- 좋다. 듣기만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