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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nyhippostory Sep 28. 2015

Bon appetit

너무 쉽게 범람한 마음의 흔적

영화 '심야식당'을 보다 말고 모처럼만에 냄비를 꺼냈다. 물을 끓이고 소금을 넣고 페투치니를 익혔다. 면이 부지런히 익는 동안 커피를 내리고, 주전자를 치우고 팬을 올려 마늘을 볶았다. 마늘을 익히는 건 항상 근사한 요리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잘 달궈진 기름에 마늘 볶는 걸 무척 좋아한다. 팬 위에 쏟아 부어진 마늘의 조각들이 알싸한 냄새로 마지막 몸부림을 치다가 문득 달콤해지기로 결심하는 찰나, 덜컥 내려놓는 그 순간의 마음과 표정, 아마도 그간의 심란함이 만들어냈을 미묘한 점성(粘性)을 좋아한다. 팬을 하나 더 꺼내서 두툼하고 속이 꽉 찬 계란말이도 구웠다. 달걀을 무려 다섯개나 깨트렸다. 

처음으로 열기(熱氣)가 닿은 음식, 주방의 분주함 같은 것, 그렇게 조금씩 성가신 것들이 인간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거라고 믿는, 그래서 늘 건강하지 못하다고 스스로를 타박하는 나는, 암만해도 참 피곤한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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