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이 되버린 2025.

미련없이 한 해를 보내며

by 소편

2025년 새해를 시작하며 나는 난생처음
내 이름으로 사업자를 냈다.

내 인생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삶만 있을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사업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자의라기보다는 타의에 가까운 시작이었다.
어찌 보면 주인은 따로 있고
나는 이름만 빌려준 사람에 불과했기에
이 일에 대해 큰 ‘주인의식’은 없었다.

그러나 이 일을 제안한 동업자가
본업으로 점점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 일’이란 무엇이었을까.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일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청소와 빨래만 하면 될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응대, 정산, 채용, 마케팅까지 얽힌
작은 중소기업과도 같은 일이었다.

시작하기 전부터 이 일이 결코 만만하지 않으리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녹록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지난 10년간 스타트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안 해본 일에 대한 두려움이 적었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은근히 즐기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예약을 받을 창구를 세팅하고,
게스트의 문의와 예약에 응대하고,
예약금을 정산하는 일까지는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늘 예고 없이 터졌다.
한밤중 도어락 배터리가 방전돼
게스트가 숙소에 들어오지 못한다거나,
누수로 객실 천장이 내려앉는다거나,
난방이 갑자기 고장 나는 일들처럼.

거기에 까다롭거나 무례한 게스트들과의 소통,
혹은 그들이 남긴 리뷰는
가시처럼 마음을 찔러 상처를 남겼다.

문제가 잠잠해질 만하면 또 다른 일이 터졌고,
깊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 이어졌다.
‘이 일을 왜 시작한 걸까.’
후회가 강처럼 흘러 나를 숨 막히게 했다.

하지만 이런 경험도 피와 살이 된다고 했던가.
수많은 일을 겪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일엔 굳은살이 생겨
‘그러려니’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일이 힘들기만 했던 건 아니다.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전해주는 게스트도 있었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순간들도 있었으며,
우리가 목표했던 매출을 달성하는 기쁨도 있었다.

무엇보다
어떤 일이든 시간을 들여 노력하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비록 내가 처음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 일이 내게 남긴 깨달음과 지혜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었다.
어디서 이런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

다가오는 새해에는
얼마나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될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더 성장하게 될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2025년아, 정말 즐거웠다.
미련 없이 너를 보낸다.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