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이 겪는 불멸의 밤들

by 소편

결혼한 지 어느덧 2년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결혼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와닿지는 않는다. 지금 내가 보내는 시간은 결혼 생활이라기보단, 오래된 연인과 동거하는 느낌에 더 가깝다.


2년 차라면 신혼의 달콤함을 한껏 즐길 시기겠지만, 우리는 결혼과 동시에 사업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신혼의 끈적한 달달함보다 사업 동료로서 마주하는 쌉싸래한 현실의 맛을 더 많이 겪었다.


평범한 신혼 생활이 어떤 것인지, 그 ‘달다’는 신혼의 열매가 정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겠다.

오히려 서로의 성격 차이, 그리고 끝없는 사업 이야기에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내키지 않는 화해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마음 한켠에 단단한 굳은살만 남았다.


지난 2년 동안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

결혼을 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과 공동의 사업을 시작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일은 험난한 산을 오르는 것처럼 버거웠다.


가끔은 변화한 삶 속에서 작은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묘한 공허함이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이게 진짜 내가 원하던 길인가.’

‘먹고사는 게 중요한데 이런 고민조차 사치일까.’

여러 생각이 뒤섞이며 정체성이 흐릿해지고 마음이 텅 비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사춘기도 아닌데, 나는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끝없는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목표 없이 물 흐르듯 살 순 없다는 생각 때문에 또다시 ‘나’를 찾으려 몸부림치게 된 것이다.


그 생각은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 또래의 친구들이 결혼 후 아이를 갖고 키워가는 모습을 보며, 막연하게 ‘나도 아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어찌 보면 위험한 생각이다.

진심으로 원하는 것도 아닌데, 삶의 방향을 찾겠다고 아이를 갖는 문제까지 끌고 오다니.

이런 안일한 마음으로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다.


남편은 지금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기대 상실감이 밀려왔고, 순간적으로 그에게 미움 비슷한 감정도 스쳤다.


사실 지금의 나 역시 아이를 가질 마음이 없다.

다만, 훗날 정말 갖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그때는 내 몸이 더 이상 허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

그 조바심이 남편보다 나에게 더 크게 자리한 것뿐이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올해의 끝에 서 있다 보니 마음이 더 위태롭다.

20대에는 새해를 향해 설렘이 있었는데, 어느새 지금은

‘남은 삶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라는 궁리뿐이다.

새해는 나에게 또 다른 전장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

아직 살아야 할 날이 더 많고, 이 모든 고민조차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니까.


사계절을 돌아 겨울이 다시 오듯, 지금의 차가운 공허함도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계절일 것이다.

다시 찬란한 봄이 찾아올 거라고, 조심스럽게라도 믿어보고 싶다.


예전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앞으로의 나도

불처럼 활활 타오르며 ‘나’를 잃지 않기를.

아니, 작고 희미해지더라도 절대 꺼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