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라는 이름의 휴식기

찬 바람 부는 계절, 숨고르기

by 소편

1, 2월은 차가운 날씨만큼

예약 캘린더에도 찬바람이 분다.


비수기인 걸 알고 있음에도

듬성듬성 비어 있는 캘린더를 보면

어쩐지 기분이 꽁기해진다.


하필 12월이 성수기라

가장 혹한 비수기와의 예약 낙차는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1월은 부가세 신고의 달이다.

작년 매출을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해의 성적표와 마주하게 된다.


그나마 목표했던 매출을 달성해

성적은 꽤 좋은 편이었지만,

만만치 않은 부가세 앞에서

희비가 교차했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다 보면

아무리 많이 벌어도

월세를 비롯해 유지·보수를 위한

각종 비용이 꽤 많이 나간다.


기본적인 비품만 사면 좋으련만

사람이 계속 드나드는 공간인 데다

건물마저 오래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예를 들면,

누수가 발생한다거나

도어락이 갑자기 고장 난다거나

배수구가 막혀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거나.


이 일을 하며 가장 자주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버는 만큼 쓰게 된다’는 것이다.


작년 한 해,

내게 가장 큰 시련을 안겨줬던 문제 하나는

해결하는 데만 무려 8개월이 걸렸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숙소 현관에 물이 조금씩 새고 있었지만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자

물의 양이 점점 불어나

신발이 푹 적셔질 만큼

찰랑이기 시작했다.


혹여 컴플레인이 들어올까

매일 마대자루로 물을 닦아내느라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현관은 누수의 시작점이었을 뿐,

다른 곳에서도 물이 새어나와

벽지까지 적시고 있었다.


결국 집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기사님을 불렀다.

하지만 처음 온 기사님은

원인을 찾기 어렵다고 했고,

그렇게 세 명의 기사님을 더 불러야 했다.


게스트가 없는 시간과 날짜를 맞추다 보니

어느새 8개월이 흘러 있었다.


문제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었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집주인은 비용 문제로 공사를 미루려 했지만

급한 쪽은 결국 나였다.


비용을 보태서라도

지금 해결하자고 말씀드렸고,

마침내 혹처럼 성가시던 문제는

정리되었다.


이 일은 수많은 문제 중

하나의 해결 사례일 뿐이다.

다채로운 사건과 사고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비수기란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는 아닐까 하고.


이 휴식기 동안

나는 다시 찬란하게 꽃필 봄,

성수기를 위해

메마른 땅을 천천히 다져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