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게스트하우스를 가본 적이 없다.
가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 내가 게스트하우스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꽤 큰 모순이다.
이 일을 시작했을 때, 거짓말이 아니라
나는 먼저 ‘게스트하우스란 무엇인가’부터 검색했다.
내가 알고 있던 게스트하우스는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숙박 시설 정도였기 때문에
정확한 정의가 궁금했다.
검색 결과는 의외로 간단했다.
외국인 여행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을 제공하는 곳.
그중에서도 ‘외국인’이라는 단어 하나가
나를 연신 마른 세수하게 만들었다.
모르는 내국인을 상대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외국인을 맞이해야 한다니,
눈앞에 커다란 벽이 생긴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우리 숙소에 오는 게스트들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의 큰 인사이트를 발견했다.
게스트 대부분이
K-pop 아이돌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에 온 어린 외국인들이라는 사실이었다.
교통이 편리하고, 가격이 부담 없으면서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숙소.
여성 전용인 우리 게스트하우스는
그들에게 말 그대로
‘덕질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문득
아이돌 팬들만 모이는 커뮤니티가 떠올랐다.
그곳에 우리 숙소가 자연스럽게 언급된다면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바이럴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부터 나는 고민했다.
다른 게스트하우스와 무엇이 달라야 할까.
결론은 단순했다.
‘사람이 기억되는 숙소’가 되자.
게스트하우스의 진짜 묘미는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누군가를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곁에 편안하고 친절한 호스트가 있다면
다시 찾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나는 그들에게
친구 같은 호스트가 되기로 했다.
그들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청소를 하러 가는 날에도
아이돌 화장법을 따라 하며
나름의 ‘꽃단장’을 했다.
마주치는 게스트마다
가장 친절한 미소를 건네며
서툴지만 그들이 좋아할 말을 골라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돌 얘기, 한국 메이크업과
화장품 얘기 등..
그런 나의 노력을 알아봐준 걸까.
1년 사이, 400개가 넘는 리뷰가 쌓였고
대부분은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호스트가 귀엽고 친절해요.”
“덕질하기 정말 좋은 숙소예요.”
“추천받아서 왔어요.”
후기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행복감이 밀려왔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나를 짓누르던 불안과 부정적인 감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게스트들의 한마디가
내 마음에 긍정을 피워내고 있었다.
물론 숙소를 운영하며
보이지 않는 역경과
검은 잔해들이 쌓여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피워낸 이 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쉽게 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게스트들에게
‘좋은 사람’, 그리고 ‘좋은 공간’으로
기억되기 위해
한결같이 이 일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