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한 해가 시작된다는 사실이 설레지 않았다.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을
모두가 약속한 규칙에 따라
‘새로운 해’라고 부르고 있을 뿐인 느낌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했던 작년의 새해는
인생의 2막이 열리는 것 같아
조금은 들뜬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의 시작은 조용했고, 적막했다.
아마 작년에 시작한 일을
올해도 그대로 이어서 하다 보니
큰 파동을 느끼지 못한 탓일 것이다.
그 와중에,
석 달 정도 함께 일하던 스탭이
연말의 가장 바쁜 시기에
개인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일을 그만두었다.
그 빈자리까지 온전히 내가 메워야 한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버거웠다.
원래도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닌데
게스트하우스 청소를 매일 혼자 감당하다 보니
온몸이 얻어맞은 듯 아팠다.
그 와중에도 새로운 스탭을 구하는 일은
결국 나의 몫이었다.
구인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지원자와 연락을 주고받고,
인터뷰까지 병행해야 했다.
지난해에만 네 명의 스탭을 채용했는데
그때마다 느꼈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일할 사람을 찾는 일 또한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게다가 외향인의 탈을 쓴 내향인인 내가
지원자와 마주 앉아 인터뷰를 본다는 건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였다.
지원자만 긴장하는 게 아니다.
나 역시 긴장한 얼굴로
상대의 말을 듣고 있었다.
떨림을 감추려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지원자보다 더 많은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고,
누가 면접을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일은,
무엇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일이라
누구에게든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내향적인 성향을 잠시 감춘 채
온 마음을 다해 대화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쓰러지듯 누워
한참을 일어나지 못한다.
몸의 에너지와 마음이
모두 소진된 느낌이 들다가도,
게스트가 남긴 한 줄의 후기—
“호스트가 친절해요.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 문장을 마주하는 순간
다시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사실 나는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스스로 믿기지 않는다.
아닌가.
어쩌면 사람을 너무 좋아했던 건 아닐까.
기대했던 마음이
어떤 이유로 상처가 되어
사람을 싫어한다고 착각해온 건 아닐까.
이제는,
사람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일에도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지금,
나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람과 마음을 나눠보는 일’을
시도해보려 한다.
어쩐지,
뒤늦게나마 새해의 설렘이
조용히 밀려오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