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그림을 보고 그려도, 모두의 그림이 다르다.
그림책 교실을 처음 신청하면서, 담당자에게 물어본 질문은 "그림을 잘 못 그려도 그림책을 만들 수 있을까요?"였다. 아마 이 강의를 신청하신 분들 대부분은 그런 걱정과 염려를 안고서 신청하였을 것 같다.
다행히도 돌아온 대답은 "할 수 있다"였다. 상담을 해 주신 분도 그림책 교실을 수료하신 분이셨다. 그래서인지 누구보다도 내 고민을 잘 이해해 주셨다. 그림책 만들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만들고, 내 개성이 가득 담긴 그림을 그리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다 보면 다 그리게 되더라고요."라는 막연한 말씀에 괜스레 힘이 났달까.
그림책 교실은 상반기에는 매주 그림책 일기와 그림책 모사하기가 과제로 주어지기 때문에, 미리 연습하면서 나에게 맞는 것들을 찾아갈 수 있다. 여러 작가들의 그림책 모사를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여 그리다 보면 나에게 맞는 재료들을 찾아갈 수 있다. 또 작가마다의 다양한 스타일을 그림으로 그리다 보면, 그중에 좋아하는 취향과 나의 개성이 섞여 나만의 그림스타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똑같은 그림을 보고 그려도, 모두가 다르다.
수업 시간 중 권문희 작가님의 그림책 <깜박깜박 도깨비>의 두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본 적이 있다. 똑같은 장면이 주어지고, 모두가 같은 장면을 보고 그림을 그려도 그림이 다 다르다. 모두 각자의 개성이 담기는 것이다. 그림만 보아도 어느 화가가 그렸는지 알 수 있는 화가의 그림이 있듯, 그림책도 작가를 모르고 펼쳤어도 그림책을 읽다 보면 알 수 있는 그림책 작가의 그림이 있다.
물론 그중에 그림을 엄청 잘 그리시는 분들도 계신다. 누가 봐도 잘 그린 그림을 보면 스스로 비교하게 되고 위축되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잘 그려야겠다"는 마음을 빼고, "'나'를 보여주면 된다"는 마음에 중점을 두면,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나는 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하면 그뿐.
세상 사람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생김새가 다 다르듯이, 취향도 다 다르고, 그림도 다르다. 각자의 취향이 그림에서 드러난다. 부드러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부드러움이 색감에서 드러난다. 사용하는 재료에서도 알 수 있다. 나는 따뜻한 느낌을 좋아하다 보니, 주로 색연필로 그린 그림이 좋다. 또 강렬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강한 색상을 쓰기도 하고, 불투명한 물감을 쓰기도 한다. 거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림에서 그런 거침이나 솔직한 모습들이 나타난다. 나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림에서도 동글동글한 느낌들이 드러나는 것 같다. 이렇게 내가 가진 것들로 표현하고 생각하다 보면 주변의 어떤 것들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
글과 그림으로 나를 이야기하는 그림책
게다가 그림책은 나의 글까지 담기는 것이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으로 모두 이야기를 한다. 그림에서 못다 전한 이야기는 글로,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그림으로. 그것에 나의 이야기가 담기고 나의 고유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겁낼 필요가 없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나는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을 만들면서 또 한 번 알아간다. 비교하지 않는 마음. 내 것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는 마음에 대해서. 그래서 역시, 수많은 염려들에도 불구하고 그림책 교실을 시작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