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가 불러낸 기억
카톡과 카스의 비연동 사건
이 매거진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곳이다. 다른 이들로부터 받은 소소한 선물이나 추억, 고마운 기억들을 기념하고 오래 간직하기 위해,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고 기록하는 곳이다. 그런데 한동안, 지금도 꽤 우울하다. 그래서 꼭지를 쓰기가 겁이 났다. 마음이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이 모순 아닌가. 그러나 인생은 슬프도록 찬란한 것이라서 그 우울이 노트북 앞에 앉게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카톡에서 카스(카카오스토리, 그냥 줄여 카스라고 칭할게요) 연동이 사라진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상하다 싶어 검색하니,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시스템 자체의 변화였나 보다. 어느 댓글에 이러다 카스에 저장해 둔 사진까지 다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길래...
놀란 마음으로 부랴부랴 사진을 다시 내려받다 아주 오래전 유치부 아이들과 그림책 수업을 하던 장면들을 보게 되었다.
언제나 네 편, 누구?
어린 친구들은 보통 무조건에 가깝게, 가르치는 선생님을 예쁘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다 공주같이 그리지는 않지만, 그 당시 수업 시간에 입었던 반팔 티셔츠와 안경, 머리끈, 입술색까지 다채롭게 색칠한 사진에 행복이 살며시 올라온다.
그 당시 이 책을 고르게 된 정확한 동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아이들에게 마음이라는 것이 이토록 다양하고 우리 마음은 풍성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려던 것 같다.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제목도 얼마나 힘이 되는지... 어쩌면 나에게도 동일하게 위로의 마음을 건네고자 했을지도.
기력 딸리는 요즘, 책쇼핑!
몇 년 전, 났던 표피낭종이 최근에 염증이 농양으로 악화되어 아프던 차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병원에 갔다. 병원 가자마자 초음파를 한 의사 선생님은 당장 수술해야 된다며...
그동안 가정이나 정신적으로 좀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있었던지라 피로가 몰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수술을 할 수 없어 2cm 절개하고 고름을 짜낸 후 거즈로 막아 경과를 일주일 동안 지켜본다고 했다. 수술한 날은 아픈 부위를 절개해서 고름 덩어리를 없앴기 때문에 달게 잤다.
그러나 상처는 깨끗하나, 그 부위가 지저분하고 저절로 봉합되기까지 기다리기에는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2차 수술, 조금 더 절개 후 봉합에 들어갔다. 문제는 염증으로 마취가 안 되어 생살을 바늘로 꿰매는 생고생을 그대로 해야 했다는 거다.
재발하기 쉬운 병이고, 살이 터지면 재봉합해야 한다는 말에 겁을 집어먹은 나는 일상이 마비되는 느낌이라 기분도 같이 우울해졌다.
행복하지 않아서
행복하지 않기에 행복한 순간을 찾아냈다. 그때가 얼마나 눈부셨는지... 조카를 돌보다 나도 모르게 아무 데나 누워 잠들던 순간. 조카가 돌아가고 나면 잠이 싹 사라지던 마법.
어린 꼬맹이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구름사다리를 타고, 그네를 타고, 모래놀이를 하다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오던 시간들.
어릴 적 사택에 살아 해가 지기 전, 한낮의 더위가 가시고 남은 햇살에 나무가 반짝이던 찰나의 감격. 여름이 오기 전 풋풋한 풀이 내뱉는 호흡들. 바람에 실려오던 나무들의 잎내음.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저녁이 되기 전, 더위가 한 풀 꺾이고 뭔가 자리를 잡은 듯한 평안한 오후.
아직 백 년의 반도 살지 못한 사람이 너무 추억에 젖어 있는 것도 그렇지만, 몸이 아프니 마음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다.
"괜찮아,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잖아.
숨이 찰 때는 조금 쉬어가는 게 당연해!
네가 어떤 마음이든,
우울하든 행복하든, 그 어떤 상태라도
나는 너를 응원해.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니까!"
수많은 마음의 집합체인 우리, 매일 행복할 수 있나요?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아서. 잠시 뒤돌아보고 아파하고 슬퍼해도 다시 나갈 수 있어요. 끝까지 그 마음 붙잡고 갈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