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타고난(?), 아니 사랑꾼 요리사!
과도한 모성애인가, 나이팅게일 천사의 현신인가
어느 때는 과도한 모성애의 소유자 같기도 하고, 가정적이고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이 걱정의 전부 같기도 한 사람. 바로 우리 어머니다!
이 매거진은 그런 어머니를 위해 만들었다. 먼 훗날, 어머니가 이 땅을 떠나면 그녀를 그리워하며 기억하기 위해 평소 어머니가 차린 수많은 반찬, 밥상, 먹거리를 찍어왔다.
그런데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하려면 언제 무슨 의미로 찍어둔 것인지 기억이 안 날 것 같아 오늘부터 당장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누가 인정하든 안 하든, 이미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인간이기에 떠오르면 말보다 실천! 누구에게 자랑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평소 어머니가 자주 하는 말처럼,
"그런 거 올리지 마라. 어머니 없는 사람들 서럽다."
를 몰라서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곁에 이런 천사를 두었기에 나란 존재가 이 땅에서 무탈했음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자료로 남기고자 하는 작업이다.
"알아요, 그래도 저도 힘을 얻어야지요!"
태산 같은 어머니인지라 남들 시선 상관없이, 쓰고 싶은 대로 사진 올리고 쓰려고 한다.
사진 속 사연
위에 올린 사진은 며칠 전 학원 수업을 끝내고 집에 들어서니 저렇게 차려져 있었다. 친구 세탁소에서 알바를 하는 어머니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날 사온 식재료로 반찬을 만들기 시작한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다.
"이거 고구마 줄기 맞죠?"
"응, 예전에 2천 원치가 요즘은 5천 원치이다. 너무 비싸다."
"이건 살구예요?"
"얻은 건데, 너 먹으라고."
색깔도 진짜 딱 살구색인 살구는 반으로 가르면 씨가 툭 튀어나오며 나비 모양이 된다. 털이 있는 과일에 알레르기가 있어 미리 물었다.
"털 없는 거 맞죠?"
"그래, 너 털 있는 거 못 먹잖아."
사진처럼 반으로 갈라져서 액세서리 모양처럼 바뀐 모습이 재미나서 찍었다. 예전에 방문했던 어느 소품샵에서 온라인 이벤트를 하길래 당첨되어 받은 예쁜 종지에 담아 사진으로 기념한다.
가운데 몽톡한 씨앗이 몸통 같고 양 날개를 펼친 살구 나비가 되었다.
"오~ 살구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요?"
그사이 또 간식!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어머니 도착!
오자마자 또 가방을 열더니, 무언가 꺼낸다. 저녁 대용 도넛과 핫도그이다.
학원에서 퇴근하자마자 배고파서 허겁지겁 집에서 먹은 국수-식구들이 먹지 않고 남긴-를 잔반 처리하듯 계란프라이 하나 얹어 해치우고, 막대 아이스크림 하나를 게눈 감추듯 먹은 뒤.
핫도그 하나, 깎아준 참외 몇 조각. 이러니 뱃살이 빠질 틈이 있나...
이렇게 하루에 세끼 아닌 여러 끼를 먹는 사람. 어머니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부엌에 서서 말을 하며 혼자 분주하시다.
텔레파시 통한 듯 도착한 감자 사건
어느 분이 수미 감자를 부모님께서 농사짓는다고 하길래, 미리 주문해 놓았다. 어머니는 언제 오냐고 물었는데, 다음 주 월요일 발송이라니 그러냐고 하셨다.
하늘이 우리의 대화를 엿듣기라도 하듯, 현관 앞에 놓여 있는 감자 꾸러미. 한 여름 산타가 다녀간 모양이다. 우리는 범인(?)을 안다. 바로 위층이다. 늦봄, 도시가스 공사건으로 충돌 아닌 의견 다툼이 있어 한 차례 진통을 겪은 터인데...
그래도 좋게 풀었고 예전부터 말없이 간식을 주고받았다. 어머니의 대화를 들은 것처럼 감자를 가져다 놓아서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 그 자체! 물론 주문해 둔 수미 감자는 때 되면 알아서 오겠지만, 어머니에게는 선물 같은 식재료이니 덩달아 감사.
이제 장마가 시작되었다. 후덥지근하고, 장마라서 그런지 며칠 전 극성이던 모기는 주춤. 그러나 공기는 무겁고 습하다.
오늘도 글을 썼으니 소임을 다했다 치고, 여름밤 정취에 젖어 저물어가는 하루를 만끽하련다. 선풍기 바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