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좋아하는지 짐작하면 인생이 보여

볶음밥의 향연

by 윤작가

내가 못하는 것을 하는 이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할 때 보이는 운전자가 다 대단해 보였다. 책 한 권 내지 못했을 때는 작가들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해 보였다. 무언가 알지 못하고 해내지 못할 때는 이미 경험한 이들이 그렇게 위대해 보이는 거다. 물론 나도 해내고 나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없는지도 모르겠다며 '어깨 뽕'이 들어가는 자만에 빠지기도 한다.


어머니의 볶음밥, 계란프라이도 많이 해서 식으면 맛없다고 직언한 불효녀, 나!

생전 아버지는 쌀밥에 집착했다. 자랄 때 하도 잡곡밥을 먹어 그런지 콩 하나 들어가도 싫어했다. 노름꾼 주제에 바라는 것도 많았지. 그래도 어머니는 고슬고슬 갓 지은 쌀밥을 대령했다.

어머니는 달걀과 미역을 좋아한다. 사실 미역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궁근종이 없었을 때는 그렇게 콩나물국을 끓이더니 콩 제품을 못 먹는 딸을 위해 미역국이 하루 걸려 식탁에 올라온다.

왜 아버지는 쌀밥에, 어머니는 미역국을 고집할까?

혼자 생각해 본 바는 결핍이다. 어릴 때 못 먹은 음식에 대한 갈망. 어머니는 고된 시집살이에 나를 거꾸로 낳았고 제대로 된 몸조리도 못 했을 것이다. 외할머니가 딸을 생각해서 끓여준 미역국이 좋았을까? 입덧이 심해 밥 냄새도 제대로 못 맡고 영양실조에 가까웠으나, 우량아를 낳은 어머니. 그때 먹은 미역국이 남아서였을까? 미역국을 보면 자신의 엄마가 생각나서일까? 그 속마음은 알지 못한다. 추측해 볼 뿐이다. 어머니가 해주는 거니까 싫든 좋든 먹는데, 미역국이 살짝 물리는 것은 어쩔 수 없네.


찬밥은 무조건 볶음밥으로 :ㅇ

생전 노름꾼 남편 대신 밖에서 일하느라 제대로 못 챙겨줬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머니는 달걀프라이도 서너 개 미리 해놓는다. 그게 싫다. 식으면 맛이 없으니까. 금방 해서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식감이 좋은데, 식으면 결국 없어질 때까지 처리(?) 해야 한다. 다른 식구는 집밥을 잘 먹지 않아서이다.

어머니 성의를 봐서 미각은 포기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 이렇게 사진을 봐도 볶음밥이 많다. 나물이 어중간하게 남거나 찬밥을 처리할 때는 볶음밥처럼 유용한 방편이 없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혜안이 적었다. 경험도 적고 철도 없고 다른 궁금한 거리가 많았으니까. 이제야 그때 그래서 그렇게 하셨나? 생각한다. 생각이 든다. 추측하고 공감하고 유추해 본다. 알 것 같다. 느껴진다. 이렇게 어른이 되나 보다. 늙어간다는 다른 표현이기도 하지만, 이제야 인생 맛 좀 알아가는 과정이리라. 애매하게 남은 반찬과 식은 밥을 볶아 재구성하면 새로운 식감으로 볶음밥이 탄생되듯이.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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