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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 Sep 07. 2020

엄마가 작가라고요??

필명 알라의 탄생 비화.

 나는 열 살과 여섯 살 두 아이를 둔 서른일곱 살 워킹맘이다. 평범한 듯 보이는 삶이지만 그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놀랄만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었다. 그 수많은 사건사고들은 앞으로 브런치에서 나의 수다로 하나하나 풀어가리라. 그 수다들에 앞서 오늘은 내가 작가가 된 이유와 나의 필명 알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시시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나의 브런치 서랍장에 처음 꽂혀야 할 이야기임이 분명하기에..

 서너 줄만 읽어봐도 딱 알겠지만 난 글재주가 별로 없다.  글쓰기를 전문으로 배운 적도 없고 글을 많이 써본 적도 없다. 그냥 나는 끄적이기를 좋아하는 낙서왕이었고 편지 쓰기와 sns 포스팅하는 것이 취미인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갑자기 왜 브런치 작가가 된 걸까?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나에게는 올해 10살이 된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있다. 첫째라서 태교부터 신경을 많이 썼었다. 책 읽고 클래식 듣는 것은 기본이고 귀찮아하는 남편에게 매일같이 배를 쓰다듬으며 태담을 시키기도 하고 출퇴근할 때 걷는 10~15분 동안 동요를 부르며 이동하기도 했다. (아마 그때 나를 본 다른 사람들은 정신 나간 여자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손글씨가 태교에 좋다 하여 좋은 글귀들을 직접 노트에 펜으로 정성스럽게 적어가며 태담을 나누기도 했다. 아들은 책 육아에 관심 많은 내 덕분에 태어나서부터 책을 많이 접하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사실 어려서는 스토리 위주의 책이라 더 많이 좋아하긴 했는데.. 커가면서 학습책으로 서서히 바뀌니 어려워하고 지루해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러나 나의 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고 아직도 다양한 보상과 이벤트를 통해 늘 책과 함께 하는 아이로 키우고 있다.  초등 1학년 2학년 때는 학습 위주의 공부보다는 책을 통한 육아를 이어갔다. 아이가 학교 수업과 연계된 학습지를 하긴 했으나 그건 매일 소량씩이었고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책 읽기와 놀이에 집중했다. 매년 방학 때면 100권 150권 책 읽기 프로모션을 정해서 성공하면 원하는 만화책을 사주기도 했고 소원을 들어주기도 했다. 아들은 점점 작은 성공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고 더욱더 책을 쉽게 꺼내 들고 펼쳐 읽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올해 초 초등 3학년이 되는 아이와 함께 이런저런 고민들을 많이 했었다. 등교 후에 태권도 학원과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집에 와서는 어떤 공부를 할지 서로 조율하고 계획했다. (3학년 때에는 학습 학원은 보내지 않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고 학원은 아들이 원하는 태권도와 피아노만 보낼 계획이었다.)

그. 런. 데!! 생각지 못하게 코로나가 터져버렸다. 코로나 19로 아들의 초등 3학년 1학기가 통째로 날아가버린 것 같다. 워킹맘이라 아들이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일하는 중간에 집에 가서 아들 점심을 챙겨 주고 올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고맙게도 아들이 반년을 혼자서 너무나도 잘 지내주었다는 것이었다. 나와 함께 상의해놓은 하루 일과를 아들이 스스로 시간과 순서를 정해서 마무리해놓으면 퇴근 후에 내가 봐주는 식으로 그렇게 한 학기를 버텼다. 하루 혼자 있는 시간에 비해 주어진 학습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더 늘리면 아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나름 머리를 써서 서서히 조금씩 티 안 나게 끼워넣기도 시도하고 조율도 하고 새로운 보상으로 새로운 공부를 시도하기도 했다. 

 내가 3학년이 된 아들에게 새롭게 시도한 것이 바로 글짓기이다. 우리 아들은 글씨를 정말 예쁘게 잘 쓴다. 초등 1~2학년 때부터 일기 과제를 해가면 담임 선생님들께서 칭찬을 많이 해주셨었고 본인도 그걸 아주 자랑스럽게 여겼었다. 초등 3학년 코로나로 5월 즘에 학교를 처음 가서는 새로운 담임 선생님께서 아들의 알림장 글씨체를 보고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 글씨체라며 칭찬을 해주실 정도로 아들의 글씨는 초등 3학년 남자아이의 글씨체 치고는 참 예뻤다. 그 예쁜 글씨로 글까지 잘 쓰면 얼마나 멋질까? 그냥 나의 바람이었다. 멋진 것도 멋진 거지만 아이가 나중에라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글짓기를 추가해서 시키기 시작했다.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이 있었는데 거기에 엄마표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서 도움을 받았었다. 그곳 선생님과 내 교육의 방향이 비슷했고 육아스타일 도내가 해오던 것들이라 롤모델 삼아 잘 보고 있었는데 마침 거기에서 여름방학 특강 이라며 매일 글짓기하는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독려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 아들에게도 글 짓길를 제안했고 글쓰기를 싫어하던 아들을 위해 프로모션 마감 후에는 아들이 그토록 원하던 현질(?)을 시켜주기로 했다. 그렇게 아들의 작가 인생이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먼저 필명을 지어보도록 했는데 아들은 ' BB작가'라는 필명을 스스로 짓더니 매일 새로운 주제의 글짓기를 이어나갔다. 중간중간 위기가 찾아오긴 했지만 아들은 20회에 걸친 글짓기 대장정을 마치게 되었다. 스무 편의 글을 멋지게 쓰고 난 뒤 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놀랍게도 글 쓰는 속도가 빨라지고 글의 양이 확연히 차이가 나게 늘어났고 스토리의 연결도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주제를 디테일하게 정해주는 선생님 덕분에 아이는 주제 선정의 고통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더 빨리 글쓰기 실력이 늘어난 것 같다.  아들이 15회 차 정도 글짓기를 할 때였을까..? 무심코 아들에게 던진 나의 한마디가 내가 작가로 도전하는데 계기가 되었다. 글짓기를 유독 싫어하던 그날.... 아들을 회유하려고 나의 이야기를 조금 해주었다. 엄마도 어려서 글을 잘 쓰고 싶었는데 엄마는 주변에서 아무도 글을 써보라고 권유하지도 않았고 책을 사주지도 않았다. 엄마는 시골에서 6남매로 자라다 보니까 지금 너처럼 이렇게 부모의 관심과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살았었다. 엄마도 작가가 되는 게 꿈인 시절이 있었다. 라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이야기의 30%는 거. 짓. 말이었다. 난 작가가 꿈인 시절은 없었다. 그렇지만 어려서 글을 끄적이고 소설을 쓰기도 했었고 친구들과 편지를 잘 주고받기는 했었다. 글 쓰는 것 자체는 그리 싫어하진 않았었다.  그렇다고 내가 글쓰기에 대한 갈망이나 로망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작가가 꿈인 시절이 있었노라고..... 갑자기 아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엄마, 이제라도 작가로 도전해 보는 건 어때? 글을 써봐 엄마도. 나 글 쓸대마다 엄마도 글을 쓰는 게 어때? 그래서 책을 내고 작가가 되는 거야!!" 아이는 순수하다 못해 사뭇 진지하기까지 했다. 당황스러웠다. 아니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작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어떻게 작가 될 수 있을까 인터넷을 뒤지고 노트에 끄적이고 혼자 고민을 해보았다. 

그러던 중 내가 그동안 눈으로 읽고만 있었던 브런치가 생각났다! 

'맞아!! 브런치!! 작가 신청 한번 해볼까? '

나는 곧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서랍에 끄적여 놓은 이야기가 조금 있었다.)

 작가 신청을 하고 며칠이 지난 뒤에 메일이 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이었다. 놀랍기도 하고 그냥 웃기기도 하고.. 그러면서 이면에는 벅차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이 지어지면서 제일 먼저 아들에게 전화했다. 

"아들! 엄마 작가 됐어~~  글을 써서 작가 신청을 했는데 작가가 되었다고 메일이 왔네?  아들 덕분에 엄마 글 쓰는 사람 된 거야~!! "

"엄마 정말? 엄마가 작가라고요? 진짜요? 엄마 축하해요~"

내가 직접 책을 낸 것도 아니고  프로처럼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나니 뭔가 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뭔가 엄마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괜히 좋아졌다. 

"그런데 아들~ 작가들은 보통 필명을 쓰거든.. 엄마는 뭐로 하면 좋을까? 엄마가 엄마 이름으로 글을 쓰는 것보다 뭔가 멋진 필명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

"음.. 엄마!! 알라!! 알라 어때요? "

"알라? 알라가 뭐야? "

"코알라 닮았잖아요 엄마가~ 그런데 작가 이름이 코알라는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알라!!  알라 어때요?"

웃기면서도 귀여웠다. 아이의 순수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알라라는 필명이 가슴에 확 꽂히게 맘에 들진 않았지만 아들의 이 벅찬 감정을 꺾고 싶지는 않았다. 순수한 마음을 덮고 싶지 않았다. 

"오~ 좋은데? 그래 좋아! 이제부터 엄마는 알라 작가야!! 엄마도 이제부터 아들 글짓기할 때 옆에서 같이 글 써야겠어!! 우리 멋진 글을 같이 써보자~"

그렇게 나는 작가 알라가 되었다. 그런데 곱씹어볼수록 마음에 드는 필명이더라. 알라.. 알라.. 코알라라는 귀여운 이미지보다는 뭔가 알라.. 니 자신을 알라.. 세상을 알라.. 마음을 알라.. 알아라.. 하는 의미의 알라 같기도 했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니까.  이렇게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고 나는 알라 작가가 되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심심하고 시시한 이야기지만 내가 이러한 계기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걸 처음으로 여기에 꼭 남기고 싶었다. 앞으로 나의 브런치 서랍장에 어떠한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갈지 모르겠지만  내가 나의 소소한 일상과  다양한 생각들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설레고 벅차다. 

작가 알라의 다음 이야기가 나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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