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엄마의 사적인 문명 붕괴 기록
그런데 이 거창한 시대의 한복판에서, 나는 오늘 아침 또 한 번의 '사적인 문명 붕괴'를 겪었다.
아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낸 뒤 현관문을 닫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건,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노란색 유치원 가방이었다. 수저통도, 알림장도 그 안에 다 들어있었다.
수천 개의 팝업창이 동시에 뜨는 고장 난 브라우저에 가깝다.
성인 ADHD라는 진단명을 가진 엄마에게, '일상'이란 매일 아침 인류의 생존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다.
오늘 아침의 최대 빌런은 '10년 전 시어머니가 선물해 주신 가느다란 토끼털 목도리'였다. 둘째가 자기 목숨처럼 아끼는 이 부드러운 보물 1호를, 나는 아주 당당하게 첫째 목에 칭칭 감아 내보냈다. 현관문이 닫히기도 전에 터진 둘째의 울음소리는 인류의 종말보다 처절했다. "애가 저렇게 좋아하는데!"라는 죄책감이 뇌를 스치기도 전, 내 시선은 내 손등에 닿은 뜨거운 커피로 향했다.
귀여운 공룡 뚜껑을 열고 아주 자연스럽게 뜨거운 커피를 부은 순간, 물통은 나의 '머그잔'이 되었다. 그리고 새 패킹을 주문한 게 벌써 며칠 전인데, 그 택배는 지금 우주의 미로 속에 갇힌 건지, 우리 집 주소만 쏙 빼놓고 여행 중인 건지 도무지 올 기미가 없다.
결국 나는 목도리가 빨래통에 있다는 모두를 위한 하얀? 거짓말과 함께,
'첫째의 물통'을 둘째의 가방에 쑤셔 넣는 것으로 상황을 수습했다.
이게 나의 일상이다. AI가 수억 개의 데이터를 단 몇 초 만에 처리하며 '최적의 해답'을 내놓을 때,
나는 아이들 물통 하나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쩔쩔맨다. 내 뇌의 알고리즘은 '효율'이나 '정확'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우스꽝스러운 착오들 속에서 나는 깨닫는다.
완벽한 프로그래밍보다 더 중요한 건,
엉망진창인 아침 뒤에도 아이들을 꽉 안아주며
"AI가 지배하는 무한 경쟁의 시대라고?
아니, 반드시 나만의 희망을 찾아야만 하는 시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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