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처럼,
고요하지만 언제 소용돌이에 빠져들지 몰라
겁이 나는 날엔
책을 부른다.
자꾸 무언가 잃어버린 것처럼,
뒤돌아 보게 되는 날에도
책을 먹는다.
알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에
오늘은 '감사'로 시작해야 하는데도
내일이 불안하고
쉰이 겁나는 날에도
내가 그저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집어 들고 펼치는 일.
그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엔
누군가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책을 플레이한다.
세상 아무 일도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거스름과 반항, 혹은 처방전.
설령
그것이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한 비겁한 방법이라 하더라도,
이제 나는 안다.
수많은 현실 도피방법 중에서
책으로 도망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적어도 나의 목숨과 생명에 리스크를 주진 않으니.
당분간
나는
또
도망 다닐 예정이다.
비록
책 속으로 도망가지만
책 속에서 빛을 찾아내길 욕심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