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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쳐야 또 잃어버리지 않아요.

돌볼게

by 세렌디퍼

올봄에 나는 '소'를 잃어버렸다.

언제 어느새 외양간을 탈출했는지 , 쥐도 새도 모르게 일어난 일이긴 하나 다행히도 아주 멀리 가버리지 못한 채 나에게 들통났다.


처음엔 왜 외양간을 뛰쳐나갔는지 화도 나고, 이해도 안 되고 엉망진창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멀리 떠나버리지 않아 줘서 감사한 마음이 시나브로 생기기 시작했다. 너무 멀리 가버렸다면, 내 '소'는 영영 찾기 어려웠으리라. 그리고 소가 없는 외양간은 곧 폐허가 됐겠지.



근처에서 잡힌 '소'에게 오늘도 이야기해 준다.


더 너를 아끼고 사랑하며 돌볼게.

닥친 현실에 두려운 나머지 너에게 부풀려 짐을 지우지 않을게.

성공하지 못한 날에도 따스한 밥 한 끼를 올곧게 차리고

비 웅덩이에 빠진 날엔 너를 위해 노래를 들려줄게.

엄마라 다 잘할 수 없는 날엔,

먼저 가버린 아비에게 실컷 푸념이라도 하며 짐을 덜어보자.

여자로 행복하지 않은 날엔 새빨간 립스틱을 살까?

그리고 거울 앞에 당당히 서보자.


끼니를 대충 때우는 일에 앞장서지 않을 거야.

병원이라도 가는 날엔 더 화려하게 당당하게 워킹하며

네가 제일 좋아하는 스웨터를 입자.

기분 좋은 옅은 향수도 다른 사람이 아닌
너를 위해 톡톡.



그렇게 외양간을 고쳐나가면

다시 '소'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 믿어본다.


나의 건강을 되찾아가는 일_

이제 정말 외양간을 고쳐나가는 것.


우리 각자 잃어버린 것을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찾아볼까요.


제대로 고쳐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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