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인지라 운전 연습은 퇴근 후 깜깜할 때 했습니다. 2시간씩 2번, 띄엄띄엄 총 4시간의 연습을 하고 토요일에 운전면허 학원에서 기능시험을 봤습니다. 달달 공식을 외웠던 T자 주차는 완벽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마지막 가속 코스를 향해 우회전을 하던 중 차가 보도블록의 연석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차 오른편 범퍼를 시원하게 긁었습니다. 운전면허시험장에는 “000님, 실격”이라는 통보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렇게 실격으로 저의 첫 도전이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며칠 있다가 반차 휴가를 내고 두 번째 기능시험을 봤습니다. 이번에는 T자 주차에서 차선이탈로 점수 미달 불합격. 그렇게 2번의 기능시험을 불합격하고 저는 한 동안 운전면허 따기를 포기했습니다.
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그때는 운전면허를 꼭 올해 따야겠다는 생각이 부족했나 봅니다.
시간이 어느덧 흘러 2022년 여름.
무더웠던 어느 날 남편이 퇴근 후 저를 한 대학교 앞에 있는 실내운전면허연습장으로 데려갔습니다. 범퍼카 같은 시뮬레이션으로 운전을 배우는 곳이었습니다. 운알못도 면허를 따게 해 준다나요?^^;
머리를 정성스럽게 손질한 남자 사장님이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저를 힐끔 보시더니 나이 있으신 분(?)들도 딸 수 있다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그날 저는 기능+주행 무제한 연습 3개월 권을 할부로 끊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3년 만에 다시 운전면허 따기에 도전했습니다.
학원을 등록한 지 이틀 후 저는 실내운전면허연습장의 운전대를 잡고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저에게 우회전, 좌회전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더듬더듬 기억을 살려 요리조리 운전을 해보았습니다. 사장님은 한 달에 따기는 어렵겠다며 천천히 해보자고 했습니다. 3개월 무제한 연습권이 끝나기 하루 전날 제가 운전면허를 땄으니 무려 3개월 대장정 끝에 운전면허를 딴 셈입니다.
이번에도 4번의 기능시험 탈락과 2번의 주행 시험 탈락. 3년 전의 탈락 경험을 더하면 총 9번의 탈락 끝에 저는 운전 면허증이라는 걸 소유하게 됐습니다.
T자 주차를 하다가 연석에 올라타기도 하고, 주행시험 중 차선 변경을 하다가 면허시험장 강사님께 호된 질책도 많이 받았습니다. 차선 변경을 못해 강남 도로 한 복판에 서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상황 끝에 지난 10월, 마흔 살 인생 만에 처음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했습니다.
누구나 잘하는 것도 있고 못하는 것이 있지요.
저는 기계 다루기가 무서운 사람입니다. 제가 다루면 이상하게 작동이 안 됩니다. 하물며 자동차는 어땠겠습니까.
지금이야 운전면허를 따고 고속도로도 타게 됐지만 삼 년에 걸쳐 운전면허를 땄기에 도전해도 안 되는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내가 못하는 것들에 의기소침해 있는 분께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세상에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어요. 그렇지만 지금 안 된다고 걱정하진 마세요. 여러분은 저보다 더 잘하는 것이 많잖아요!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