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개성이 가득한 가게들
우리 동네는 오래되고 작은 동네라서 조그마한 가게들이 많다. 어릴 적엔 그냥 모든 동네가 다 그런 줄 알았다. 서울이라고 하기엔 외각인 동네이다 보니 성인이 되고 큰 동네에 갔을 때 오히려 나에겐 체인점들이 더 생소한 것들이었다. 지금도 동네에는 각자의 개성을 지닌 작은 가게들이 많다. 동네 꽃집이나 새로 생긴 작은 빵집, 교회 집사님의 카페, 엄마의 수선가게.
나는 동네의 작은 가게들이 참 좋다. 각 가게마다 주인장의 개성들이 녹아있기에, 가게를 방문하는 것이 한 사람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그 사람의 개성이 보인달까?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연 가게들은 깨끗하고 세련되게 잘 꾸며놓았다. 하지만 우리 엄마 가게는 세련된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사실 수선가게라기보다는 꽃 집처럼 온갖 화분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그게 엄마만의 개성 있는 수선집을 만든다. 가게를 둘러보면 엄마의 성격과 감성들이 가득하다. 나는 그런 때 묻은 엄마의 가게에서 따뜻함과 그리움을 느낀다.
오늘은 교회 집사님의 카페에 들렀다. 24년도 달력에 그려져 있던 캐릭터를 버리기가 아까우시다며 벽에 오려 붙여 놓으셨다. 매번 카페에 갈 때마다 이런 작은 디테일이나 소품들이 늘어가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 집사님의 카페에는 또 집사님만의 개성이 뚜렷하다. 역시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작은 글귀부터 컵받침, 커피가 담겨 나오는 컵까지 통일되진 않았지만 집사님만의 감각과 성격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집사님의 카페에 가면 조용히 앉아만 있다 오는 다른 카페들과는 다르게 1시간 이상은 수다를 떨다가 나오게 된다. 나도 말이 많은 편이라 듣는 캐릭터가 전혀 아님에도 집사님 카페에 가면 오히려 듣는 입장이 되는데 그런 것들이 즐거움을 준다.
이런 조그맣고 각자의 개성을 지닌 가게들은 디자인적으로 브랜딩이 잘 되어 있는 것이 아님에도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드러낸다. 그리고 어떤 것에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움과 유연함이 느껴진다. 이런 것들이 나에게 가깝게 느껴지고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은 내가 그들 틈에 섞여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을 보면 어떻게 자신의 가게를 차리고자 다짐했을까 하는 경이로운 마음과 함께 그 가게를 운영하고 지켜나가는 모습, 그리고 그 스토리들을 들으면서 한 권의 책을 읽는 기분이 들고는 한다. 독립서점에 들러 어떤 책을 읽어볼까 고민하는 것처럼 팔리든 안 팔리든 자신의 이야기를 흥건하게 담아내어 자리를 빛내고 있는 책 한 권 같다. 삶이 팍팍하고 어려워도 작은 가게의 사람들이 삶을 운영해 나가는 것을 보면 어떻게 살지 막막하다가도 위로를 받고 또 힘을 얻곤 한다. 동네에서 개성이 담긴 가게들을 들르며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소상공인들의 삶은 녹록지가 않다. 당장 엄마의 가게만 해도 20년을 넘게 운영했지만 매달이 고비이다. 교회 집사님과도 오늘 얘기를 나누며 어쩌면 카페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프리랜서로서, 그리고 언젠가 소상공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인지 가깝고 친근한 그 삶들에 위로를 받으면서도 실제로는 그 삶들은 위로보다는 위태로움에 있다는 현실이 참 차갑고 냉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