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운명

20분 글쓰기

인연(因緣)은 '인할 인', '인연 연'의 한자어로 어떤 것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뜻한다. 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이고, 연은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라고 한다. 운명(運命)은 '옮길 운', '목숨 명'으로 초자연적 힘으로 이미 정해진 목숨이나 처지를 뜻한다. 인연은 사람 간의 관계라는 다소 가벼운 의미를 가지지만 운명은 목숨이 들어간 만큼 그저 가벼운 의미로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많은 인연과 운명의 예시를 접하게 된다. 길을 지나가다 마주치는 인연이 급진적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다던가, 결코 이루어질 것 같지 않던 사람들이 이어지게 된다던가. 우리는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들을 생각하며 내 삶에도 인연과 운명을 적용시키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인연과 운명은 거의 로맨틱한 이미지를 가진 듯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인연은 그냥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가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 주민이다. 운명은 그냥 삶을 살고 있는 나 자체이다. 현실에서 새삼 느끼는 인연과 운명은 드라마처럼 로맨틱하지도 극적이지도 않다.

그런 것들은 그냥 삶의 한 부분일 뿐이고 우리의 삶은 그냥 그렇게 흘러갈 뿐이다. 너무 재밌는 드라마도 그 회차를 1000회, 2000회로 늘린다면 단순하고 반복적인 드라마가 될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운명적으로 느껴지는 그 장면이 과연 현실로 닥쳐왔을 때, 그 이후의 상황은 운명적일까? 로맨틱하게 느껴질까? 그런 생각 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내일이 오고 있을 것이다. 일상적이어서 기록할 게 있나 싶은 하루에서도 우리는 몇 회분의 드라마를 찍고 있는지......

결국 이 글은 오늘도 드라마를 보며 극적 인연과 운명을 그리고 있을 나에게 하는 쓴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