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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n 04. 2024

브랜딩은 디테일

디테일함에서 오는 입틀막

브랜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그 브랜드의 팬으로 만들었을 때 마케터는 가장 희열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반대로 나도 몰랐던 브랜드를 접하고 그 브랜드의 팬이 되었을 때 남들은 모르는 성취감을 느낀다.

요즘 '이런 브랜드를 내가 이제는 알게 되었다니!' 하며 입틀막하게 만든 브랜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CHI, 취]

https://www.instagram.com/chi.seoul/

"CHI는 한국의 자연과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그 곳에서 느껴지는 찰나의 순간과 미감을 향으로 표현합니다. 수많은 화려한 향기들 속에서 과연 '우리다움'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우리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향, 잊고 있던 기억을 향으로 만들어갑니다."


취의 사이트에서 발췌해 온 소개글이다. 


내가 취를 접하게 된 것은 작년 어느 겨울날이었다. 직장을 다닐 때라 긴 90분의 점심시간을 이용해 삼청동에 자주 가던 어느 날, 계동으로 넘어가는 길 작은 모퉁이 공간에 취라는 브랜드가 작게 팝업스토어를 오픈한 것을 발견했다. 


[코너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5길 18

https://naver.me/59j5tP0d


종종 이 작은 갤러리(정말 이름 그대로 코너에 갤러리가 있다)에서 팝업스토어를 하곤 해서 꼭 이 길로 지나가보는 편인데, 이 날은 취가 자리하고 있었다.


삼청동 취 팝업스토어

취의 첫인상은 '한국적인 것'이 었다. 한국 전통의 미를 담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또렷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날은 SUMUK(수묵)이라는 새로운 향을 런칭한 것 같았다. 


맡아보니 문장으로 표현하기엔 어려운 한국적인 향이 후각을 건드리는 맛이었다. 

수묵의 설명은 아래와 같이 쓰여져 있었다. 


'한지 위, 붓 끝 따라 천천히 퍼지는 지난 기억들. 곱게 갈아낸 먹과 종이가 만나 피어나는 소나무의 향긋함 위로 시간의 흔적이 햇살의 온기 속에서 서서히 새겨진다.' 


아, 이 향을 이렇게 문장으로 찰떡같이 표현할 수 있을까?하며 다른 향들을 맡아보며 취라는 브랜드를 향유했다. 그렇게 브랜드를 맡다보니 또 다른 인상깊은 작은 공간을 마주했다.



수묵이라는 새로운 향의 이름에 걸맞게 한지에 수묵으로 글을 써놓은 수많은 한지들이 보였다.

그 옆에는 붓필로 방문록을 쓸 수 있는 한지들이 놓여져 있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시각과 후각 등 여러 감각을 건드리며 느끼게 하는 취가 나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렇게 취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전, 취가 성수동에서 팝업을 오픈했다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았다. 

이번엔 어떤 요소로 브랜드를 느끼게 했을지 궁금하여 바로 달려갔다. 


[취 성수 팝업스토어]

5/24(금)~8/18(일)

-서울특별시 성동구 연무장길 89

취 성수 팝업스토어 (출처: 취 인스타그램)

역시나 외관에서부터 취가 추구하는 한국의 향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안에 들어가보니 가마가 있었어서 관심있게 지켜보니, 직원분이 오셔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이 가마는 뭘까?

이번에 출시한 취의 향수 시리즈의 뚜껑이 가마의 뚜껑 모양을 본 떠 만들었어요. 

아! 이번에도 취는 나를 입틀막하게 만들었다. 

그제서야 이번 성수동 팝업스토어의 소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공간의 흐름을 따라 한국의 향과 미감을 경험하는 추억 여행. 가마에 한 가득 실린 향을 따라 향기로운 여정을 떠나보세요."


제일 인상깊은 수묵 (출처: 취 인스타그램)

이렇게 뚜껑이 가마의 뚜껑과 모습이 같다. 

개인적으로 수묵향이 제일 맘에 들어 룸 스프레이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아직 수묵향은 룸 스프레이로 출시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껏 취에 취하고 나서려는데 귀여운 가마 모양의 종이 퍼퓸들이 데롱 데롱 매달려 있었다. 

차나 가방 안에 넣을 수 있는 키링 형태의 퍼퓸이었는데, 자칫하면 떨어져 깨지기 쉬운 유리 소재의 차량용 방향제를 대신해 만들었다고 하셨다. 향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디테일한 배려에 다시 한 번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이번 성수동 팝업스토어의 킥은 팸플릿이었다. 

봉투 안에 취의 향들을 담은 종이를 오른쪽으로 당기면 모든 향들의 이름과 사진들이 뚫린 부분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가마를 지고 있는 가마꾼들이 걸어다니며 각 향들을 향유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디테일함을 놓치지 않는 브랜드라니, 취의 마케터는 누구일까. 

취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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