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 일기 with 자미 5. 페터 비에리의 책에서 얻은 세 가지 구절
오늘 너에게 소개할 나의 인상 깊은 구절의 공통점은 언제 읽어도 내 상황과 딱 맞아떨어져 늘 공감과 용기를 준다는 거야. 바로 독일 철학가이자 소설가인 페터 비에리의 구절들이 오늘 주제의 주인공이야.
페터 비에리는 2023년에 별세했지만 생전에 인간의 정신세계, 철학적 인식, 폭넓은 인문학 분야를 아우르며 연구와 저술 활동에 적극적인 사람이었어. 너와 내가 축가를 불러준 친구에게 답례로 받은 책 '자기 결정'의 저자이기도 하지. 이때부터 페터 비에리의 학문적인 소양과 통찰력에 빠져 그의 책들을 읽고 또 읽고 있어.
1. 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 지음>
페터 비에리를 처음 마주한 책이야. 너도 흥미롭게 읽어서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했던 기억이 나. 이 책은 107페이지의 짧은 책이지만 모든 내용에 형광펜을 칠해야 할 정도였어. 행복하고 주체적인 삶에 대한 요약집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은 먼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필수적인 존엄성과 행복에 대해 설명해.
중학교 사회시간 이후로 듣지 못한 '존엄성'이라는 단어와 누구나 흔하게 목표로 삼는 '행복'이라는 단어의 개념이 색다르게 다가오면서 몸에 퍼지는 전율이란. 모르는 것을 새로 알게 되는 것보다 알고 있었던 것을 또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의 기쁨을 알게 된 책이야. 이것이 바로 철학의 매력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행위와 사고와 감정과 소망에 있어서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의 사람이 되었을 때, 그것을 자기 결정적 삶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바꿔 말하면 자기 결정이 한계에 부딪히거나 실패하는 것은 자아상과 현실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할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p.16)
꿈이 거창했던 학창 시절보다 나의 가능성에 대해 더욱 열정적으로 고민하는 요즘이야. 이제는 부모님이나 주위 시선, 외부의 도움보다 나의 선택으로 채워지는 인생에 접어들었으니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으로 살고 싶어. 페터 비에리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었을 때 자기 결정적인 삶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해. 이 말, 너무 멋지지 않니? 내가 바라던 사람이 비로소 내가 되었을 때의 감격은 상상보다 훨씬 짜릿하겠지?
선천적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게으름과 희망찬 꿈의 거리가 벌어질 때 가랑이가 찢어질 때도 있지만 맷집이 강하니 한계와 실패에 매를 맞더라도 조금씩 좁혀 보려고.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자기 결정적인 삶을 위해.
2. 삶의 격 <페터 비에리 지음>
기분 관리가 현대인들에게 화두로 떠올랐지. 지금도 관련 책들이 어마어마하게 출판되고 말이야. 그만큼 요즘 사람들이 감정 조절에 취약해졌다는 뜻이겠지? 사실 약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해. 내가 원하지 않는 자극이 넘쳐나고 마음의 거울 대신 스마트폰만 붙잡고 사는 것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이니까.
'삶의 격'은 품격 있는 삶의 방식으로 8가지의 존엄성 이야기하는 책이야. 경험하고 행동하는 존재로서의 우리의 삶은 연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것이기 때문에, 존엄을 지키는 삶의 형태가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네 삶을 지탱해 준다고 말해. (p.15)
평상심은 자신의 감정에 이리저리 튕겨지는 공이 아니고자 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아무것에나 감정이 상하기를 원치 않는다. 우리 마음을 사로잡아도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우리 스스로 결정할 권위를 가지기 바란다. (p.389)
기분이 나쁘거나 상처를 받았을 때 원인이 아닌 감정에 집중했을 때 나의 정신을 갉아먹는 느낌을 받았어. 스스로 나의 존엄성을 해쳤던 거지. 앞으로도 수많은 문제와 슬픔이 찾아올 텐데 그 정도를 따지지 않고 똑같이 휘둘린다면 제정신으로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거야. 사회적 명예나 경제적 지위는 없지만 스스로 감정을 구분하고 대처할 수 있는 권위는 놓지 않으려고 해. 너도 알잖아. 세상에 멋있고 아름다운 것이 얼마나 많은지. 불필요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감정에 눈이 멀고 지질해지기 전에 스스로 감정을 결정할 권위로 품격 있게 기선제압을 해보자고. 이게 바로 진정한 삶의 권위라고 생각해.
3. 자유의 기술 <페터 비에리 지음>
'자유의 기술'은 자유를 조건적 자유, 무조건적 자유, 습득된 자유로 분류해서 우리가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담긴 책이야. 나는 특히 의지의 자유에 대한 내용이 인상 깊었어. 의지란 다른 소망보다 우위를 차지하여 어떠한 행동을 유발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해.
의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가진 능력이 아니라 본인이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팩트가 아닌 자아상이다. 이 자아상이 어떠한 것을 할 능력이 있다고 여러분에게 말하는 한 우리는 그 실현을 시도하는 데 의지를 가질 수 있다.
어쩔 때는 뻔뻔한 사람이 부럽더라고. 어디서 나온 자신감으로 행동에 확신을 가지는지 따지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가진 능력에 비해 당당한 사람을 보며 비웃기도 했고 염치없다며 흉도 봤던 것 같아. 이 모든 것이 나의 부정적인 자아상에 비롯된 판단이었음을 이 구절을 통해 깨달았어.
페터 비에리는 인간의 의지가 객관적인 능력이나 현실보다 주관적인 인식에 대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내 안의 긍정적인 자아상이 강한 의지를 만든다고 말해.
가능성의 실현은 팩트가 아닌 나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이 그동안 스스로 과소평가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만들었어. 나에 대한 부족한 믿음이 허술한 의지에 원인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내 자신감을 재정비하고 나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을 멈춰야지.
내가 수집한 인상 깊은 구절의 특징은 감동보다 깨달음의 성격이 강하네. 한 번뿐인 내 인생, 더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열정이 녹아든 것 같아. 특히 페터 비에리의 책들은 내 삶을 깊이 이해하는 길 위에 서 있도록 도와줘.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한 줄을 얻어가는 재미가 독서의 꽃이라고 생각해. 너와 책으로 피운 꽃을 함께 구경하고 가꾸는 시간이 새삼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서로의 존재가 너무 익숙해서 잠시 까먹고 있었던 사실, 우리는 이런 소통이 가능한 사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