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펜팔 일기 with 자미 4 : 독서 불모지에 피어 난 노벨 문학상

by 딸내미

대한민국의 작가 한강이 2024년 10월 10일에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어. 평소에는 조용한 독서모임 회원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한동안 우리나라 전체가 떠들썩거렸지. 나는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듣고 '출판사들 숨통 좀 트이겠다.'라는 생각부터 들더라. 늘 출판업계는 위기라고 말해왔지만 전자책, 오디오북, 디지털 콘텐츠의 등장으로 더욱 운영이 복잡하고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니까.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인해 출판업계에 새로운 활기가 돌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어. 평소 독서를 하지 않던 사람들이 책을 손에 잡게 된 강력한 계기가 되었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우리나라가 이뤄낸 경제 성장을 세계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했어. 성인 연간 독서량이 4권도 안 되는 대한민국에서 '한강의 기적'이 또 일어났네. 참 신기하고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보다 책 읽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너의 소망에 내 마음도 보태.


한강 신드롬을 우리가 함께하는 독서모임의 부흥으로 연결하는 네가 역시 모임의 우두머리답다는 생각을 했어. 나 역시 가장 오래된 회원으로 모임원들에게 부채감이 있어 독서모임에 대한 내 애정과 열정을 돌아보았는데, 결국 나부터 잘 하자는 결론이 났어. 8년 간 활동했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진 탓도 있는데 나를 위한 독서에 너무 매몰되었던 것 같아. 그래, 맞아. 독서모임이란 책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상대방의 독서에 예의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최근 1년 간 까맣게 잊고 살았네. 앞으로는 정신 차릴게. 충직한 모임원으로서, 책을 사랑하는 독서인으로서.


기억나? 우리가 독서모임에 처음 참석하기로 결심한 날. 함께 가기로 했으면서 다른 일정 때문에 나 혼자 가게 되었잖아. 얼마나 떨리고 초조했던지. 책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평소에 잘 읽지 않는 경제, 경영과 관련된 도서여서 잔뜩 긴장했던 기억이 나. 더군다나 독서모임이 내 인생의 첫 동아리였다고. 그래도 책 하나로 똘똘 뭉친 모임이어서 금방 적응을 했고 독서량이 확실히 늘어나기 시작했어. 자기 계발, 불교, 인문학 도서만 주야장천 읽다가 다른 사람의 책 취향을 알게 되고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접하게 되면서 한동안 도서관 지박령이 되기도 했지.


현재는 새로운 책 보다 집 안에 읽었던 책을 다시 잡아보고 있어. 인상 깊은 부분을 처음에 표시한 색깔과 다른 색으로 표시하고 있는데 처음에 읽은 나와 다시 읽은 나를 비교하는 것이 꽤 재밌더라고. 특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인 '삶의 격'은 어느 쪽을 펼쳐도 첫 장처럼 몰입이 되는데 이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 지루한 것은 딱 싫어하는 나에게 반복의 매력을 느끼게 해 준 책이야. 이렇게 독서는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니까.


책도 책이지만 너와 함께 나누는 글쓰기와 책과 관련된 이야기는 독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줘. 일상에 자리 잡은 취미가 독서라는 공통점이 네가 왜 특별한 친구인지 설명할 수 있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야. 앞으로도 이렇게 쭉 같이 읽고 쓰자. 쌓인 글자와 이야기만큼 네가 바라는 독서습관이 자리 잡길 바라. 많이 보고 배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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