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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Dec 16. 2016

돈 안되는 일은 일이 아닐까?

꿈톡수장 강주원 인터뷰1. 사회부적응자가 아니라 내 소리에 더 충실한 것

청년  청년

어느 날 한 공간에서 상반되는 두 청년을 만났다. 


청년 A. 그는고민이많았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어 20대내내치열하게고민했지만, 스펙쌓아서 대기업 들어가는것 외엔 별다른 길이 없어 보였다. 결국 대학 졸업 후 남들처럼 취직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도 되나’ 는물음이자꾸만생겨났다. 직장선배들을 봐도 자신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건 아니다'는 생각 뿐이었다. 결국 입사 두달 만에 그만뒀다. 이후공공기관, 제약회사, 청소년 진로교육단체 등 여러 곳에서 일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1년을 채우지 못했고 3년간 5번의 퇴사를 하게 된다. 그동안 그에겐 사회부적응자, 끈기 없는 놈이란 꼬리표가 붙여졌다.

 


청년 B.  그는 이제 막 서른이 되었다. "청년이 청년다운 세상,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라며호기롭게외친다. 말만이 아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꿈톡>이라는청년문화기획단을만들었다. 청년들의 고민을 풀어가고 힘을 실어주는 기획을 주로 한다.  대표적인 것이 '꿈TALK 토크쇼'이고, 얼마 전엔 청년 815명을모아 청년광복페스티벌도열었다. 그저 좋아서 사소하게 시작한 일이었는데, 현재는 어엿한 공간까지 갖춘 청년대표급 커뮤니티가되었다.  또래 청년들은그를 형, 선배, 오빠라 부르며 따른다.

청년 A와 B. 둘은 같은 인물이며 강주원의 이야기다. 그는청년문화기획단체 <꿈톡>의수장이다.

<꿈톡>은 한마디로 하면, 소통으로 행복해지는 공간이다. "청년이 청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모토 아래  청년들이 모여 만든 문화기획단체다. 청년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청년들의 꿈을 이야기하고, 고민을 풀어가는 기획을 주로 한다. '꿈TALK 토크쇼'외에도, 음악토크인  '꿈톡 크레파스',명사들과 함께 하는 '기부TALK', 꿈톡 클래스 등 다양한 청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고민을 나누고 서로 소통하며 새로운 청년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꿈톡은 오랜 방황의 결과

나는 '사회부적응자'와 '꿈톡 수장'이라는꼬리표를동시에달고있는강주원씨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나는 그에게 쏟아지는 상반된 이미지가 지금 청년을 향한 세상의 시선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를 만나러 꿈톡의 공간이 있는 카페 ‘레이지앤트’를 찾았다. 그는 커피를 내리다가 나를 맞아주었다. 얼마 전 새로 인수한 공간을 운영하느라, 꽤 바빠 보였다. 그래도 오후 한가한 타임이라 손님이 많지 않아서 이야기를 나누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꿈톡이 운영하는 카페에 놓인 흑판, 제공: 꿈톡

 강 수장은 지나온  20대를  ‘방황’이란 키워드로 떠올렸다. 

"'어떻게살까'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그럭저럭살기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 답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그런데 뭘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친구들과 고전을 읽으면서 '나답게 살아야겠다'고 어렴풋이 결론은 났지만, 확실하진 않았어요."

꿈톡 수장 강주원, 제공: 꿈톡

남들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지만, 남들처럼 기업에 입사했다. 운좋게 대기업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결국 두 달 만에 퇴사하고, 이후 들어간 곳에서도 1년을 못 넘기고 연달아 퇴사하게 된다. 기성세대가 보기엔 혀를 끌끌 찰 정도의 잦은 퇴사 이력을 갖고 있는데, 이 시간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나보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행복한 삶인가?  질문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수 없이 반복했어요. 그러다보니, 내가 언제 행복한지가 보이더라고요. 저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하고 그들과 감동을 주고받는 일을 할때 굉장히 행복했어요. 그래서 청년들과 감동을 주고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스스로 선언했죠."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 나눌 때, 정말 행복해요. 제공: 꿈톡

그렇게 삶의 목적을 잡은 뒤, 자신만의 방향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또래 청년들의 고민과 꿈을 나누는 청년문화기획단체 <꿈톡>은 그런 과정에서 탄생했다.


시작은 작고 사소하게

강 수장은 청년의 고민은 청년이 가장 잘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언과충고가 아니라 공감이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어릴때부터 친구들이 그에게 즐겨 고민 상담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또래 친구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사는지  만나서 같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뤄놓은것 없는 퇴사자 주제에 대중강연을 할 수도, 번듯한 심리상담을 해줄 수도 없었어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적은 수의 청년들과 소통해보자는 취지에서 꿈다방이라는 모임을 시작했어요."


소모임 온라인  플랫폼인 ‘위즈돔’에 <꿈다방>이란 모임을개설했다. 처음엔 2~3명씩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진로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진솔한 시간을 가졌다. 또래 청년을 만나 고민을 이야기 하는 순간마다 강 수장의 가슴은 벅차올랐다. 

 

"그 감동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 거의 매주 꿈다방을 열었어요. 10회쯤 되었을 때, 한 참가자로부터 '이 모임의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듣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죠. 뭐 안될거 있나 해서 강연을 기획했어요."


그래서  4명의 평범한 연사와 20명의 청중을 모객해 강연을 하게되었다. 고민을 나누던 작은 모임에서 ‘꿈talk 토크쇼’ 라는 더 큰 형태의 모임으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이처럼 강 수장이 청년들의 고민에 주목한 건, 자신이 '살아갈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꿈톡은 그의 오랜 방황의 결과물이었다. 


 10회가 지나자 알리지 않았는데도 꿈톡을 찾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20회가 지나자, 청년 관련 커뮤니티나 단체에서 꿈톡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2년 동안 25회 이상 토크쇼를 하면서, 1천명이 넘는 청년들을 모객할수있는 힘이 생겨났다. 이게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을까?

청년 815명을 초청해 치룬 청년광복페스티벌, 제공:꿈톡

"처음부터 확신이 있어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처음 모임 개설하고, 사람들이 올까 싶었는데 정말 오더라고요. 확신은 하면서 만들어졌죠. 이 일을 계속 해 나가면 나도 행복하겠다는 확신이, 하면 할수록 점점 강해졌어요."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나?

 좋아하니까 계속하게 되었고, 계속 하다보니 그게 일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꿈톡에서 발생시키는 소득은 0원이다. 입장료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입장료를 받는다 해도 다 기부해버린다. 소통에 어떤 벽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변이다. 그럼 대체 뭘 먹고 사나?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부업이 있었다. 강 수장만 해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을 따로 해왔다. 행사장 아르바이트도 뛰고 은행 청원경찰로도 일했다. 평일엔 직업인으로 일하고, 주말에  꿈톡 일을 한다. 힘들지 않을까?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힘들어서 꿈톡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안했어요. 오히려 꿈톡 덕분에 다른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었죠. "


재밌게도 일은 부업이고, 꿈톡이 주업이란다. 꿈톡이 있기 때문에 일상을 살아낼 힘을 얻는 거라고, 죽을 때까지 할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강 수장은 덧붙였다.

꿈톡에서 청년들과 이야기 나누는 강주원 수장, 제공: 꿈톡

“사람들은 뭔가를 할 때 어떤 목적을 생각해요. 이걸 해서 유명해져야지, 저걸 해서 돈을 벌어야지. 그런데 저는 꿈톡으로 뭘 이뤄야겠다는 목적자체가 없었어요. 그냥 사람들 만나는 게 좋았고, 사람들이 힘을 얻는 것도 좋았고, 고민을 나누는 자체가 좋았어요. 만약에 꿈톡을 해서 내가 돈 벌어야지, 뭘해야지 이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못했을거 같아요.”

 

흑역사 쓰는 사람들끼리 이야기합시다. 

꿈톡은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그냥 강연이 아니라‘상호 소통’에 핵심을 둔다. 연사로는 또래 청년들이 나선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에 누가 관심이나 가질까 싶은데, 공지를 올리고 일주일도 안돼 참석자 100명이 마감될 정도로 호응이 좋다. 강 수장이 말하는 모객 노하우도 '평범한 이야기'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누구나겪는고민들.  단지 고민을 나눴을 뿐인데, 꿈톡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단골 청중’도있다. 오호라, 꿈톡 토크쇼가 어떤 건지 궁금증이 커진다. 백문이 불여일견. 마침 21회차 꿈톡이 예정돼 있어 반가운 마음으로 찾았다.

꿈톡 21회차에 모인 청년들, 제공:꿈톡

 꿈톡은 매회 토크 주제를 달리한다. 그동안 ‘느리게 가는 청년’ ‘또라이나르시스트’ ‘외국인청년 특집’ '연애' 등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했고, 이번 회차 주제는 <퇴사>였다.주말 오후, 작은카페가 청년들로 꽉 찼다. 대략 70명 쯤 되어 보였다. 또래 청년 두명이 게스트로 나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걸로 시작됐다. 


진행구조는 단순했다. 누군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면, 사회자는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는지 살펴, 있으면 청해서 이야기를 풀어놓게 한다. 토론문화가 약한 우리나라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맥이 뚝뚝 끊기고 분위기가 애매해지는데, 신기하게도 꿈톡의 토크쇼에서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쭈뼛거리면서도 한 명씩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걸 듣다 보면 하나하나가 이야기 꾸러미고 보물이었다. 겉으로보면 다들 너무 평범한데, 와, 저런 경험을 했단 말야? 나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게 되었다. 강 수장은 꿈톡에 사람들이 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민을 해결해 주지 않아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구나’ 정도만 알아도 큰 위로가 돼요. 사람들이 저를 찾은 이유는 제가 성공한 사람이나 유명인이라서가 아니었어요. 같은 처지의 친구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줄 친구를 찾는 거니까요."

제공: 꿈톡

특정 주제를 두고 사람들을 모으면, 그 주제에 관심있거나 고민하는 사람들이 오기 마련이다. 비슷한 고민을 하기 때문에 참가자들 사이엔 이미 공감이 형성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야기에서 위안을 얻고 해답을 찾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나도 고민이 있는데, 이사람도고민이있구나. 그런데 이 사람은 이러이러하게 헤쳐나가는구나. 그럼 나도 나의 방식으로 가봐야지.’ 라는 게 생겨난다. 감동주는 강연보다, 오히려 평범하고 흑역사를 쓰는 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때 더 많은 공감이 생겨나고, 더 많은 호응을 얻는 이유다. 


카페를 가득채웠던 꿈톡 크레파스 3회 풍경, 제공: 꿈톡

사상 최악의 실업률과 성장률 시대를 맞아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두고, 너나할것 없이 멘토를 자청한다. 하지만 청년들이 정말 원하는 건, ‘이렇게저렇게살라’는 가르침이나 현명한 조언이 아니라 공감해주고,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이야기해주는 게 아닐까?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민을 마음편히 털어놓을 공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꿈톡은 그 요구를 읽어냈다. 형식도자유롭고, 주제도 없고, 모든게 단순하기 짝이 없지만, 꿈톡에서만큼은 청년들이 관객으로 뻘쭘하게 앉아 있지 않다. 그들은 주인공이되고,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하고 살아있다고 느낀다. 나는 거기에서 꿈톡의 힘을 느꼈다. 이들은 기름기를 빼고, 날 것으로 승부한다. 접근 방식이 세련되지 않지만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 평범항 사람들에게서 해답을 찾는 것. 그게 꿈톡의힘이자, 그들만의 특징이었다. 그리고 그건 자신들만의 공간을 마련한 과정에도 잘 드러나있다. 


(글은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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