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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Dec 16. 2016

책 한권으로 공간 마련하기

꿈톡수장 강주원 인터뷰 2. 일단 하고 보는 겁니다

이 글은  "돈 안되는 일은 알이 아닐까? 1"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책 한권으로 우리만의 공간 만들기, 이게 우리 방식!

꿈톡 참가자들이 많아지고 활동영역이 커질수록 그들만의 공간에 대한 요구가 절실해졌다. 그간 지원을 받기도 했고, 대여도 했지만 보다 안정적으로 모임을 할 공간이 필요했다. 서울에 100명 정도가 들어가는 공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당장 돈은 없다. 하지만 은행대출을 받을 수도있고, 지원단체를 통해 장기적으로 공간을 임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방법을 찾겠는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 사회에선, 뭔가를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화페’를 지불하는것이 상식이다. 그게 화폐경제다. 돈이 없으면? 당연히 원하는 걸 얻을 수도 없다. 돈이 곧 권력이다. 그래서 다들 그토록 혈안을 하고서 돈을 벌기 위해 애쓰는 거 아닌가. 하지만 이게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일종의 편견이라면 어떨까? 잠시 기억을 되살려보자. 돈이 전지전능한 권력을 행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겐 ‘물물교환’이라는 유서 깊은 교환방식이 있었다. 즉 돈이 없어도, 내가 가진 물건과 노동력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빨간클립프로젝트’라고 혹시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처음 들어봤다.


카일 맥도널드(좌)와 물물교환한 14인(우)

클립 하나를 물물교환해 집을 얻어낸 영화 같은 실화가 있다. 캐나다의 카일 맥도널드 (당시 26세)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집을 갖고 싶었지만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항상 가지고 다니던 빨간 클립를 시작으로물물교환을 시작한다. 규칙은 더크고 더 좋은 것으로 교환하는 것이었다. 1년 동안 총 14번의 거래를 거쳐 결국 2층 집으로 교환했다. 이 프로젝트는 블로그를 통해 연재되었고, 전 세계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았다.


빨간클립 프로젝트에 착안, 이들은 물물경제 방식으로 돌아갔다. 2015년 10월, 청년소통공간을 위한한국판 '빨간 클립 프로젝트'가시작됐다.  강수장이 이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누구 하나 반대랄 것도 없이 바로 시작되었다.

꿈톡의 청년 연사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 '우리는부끄러운청춘으로살수없다’를시작으로 물품교환이 시작됐다. 꿈톡블로그에 물물교환을 할 물품을 알리고, 메일로 교환하고 싶은 물건 목록을 받았다. 1만원이 조금 넘는 책은 찻잔세트, 그림, 소파, 중고 첼로 등을 거쳐 9번만에 150만원에 상당하는 시계로 교환되었다. 하지만 그 뒤 몇달간 진척되지 않자, 누군가는 쓸모없는 짓이라고 했다. 꿈톡을 시작하고 항상 들었던 말이었다. 시작하고 1년이다돼가던 어느날, 기적이 일어났다. 평소 이들의 활동을 눈여겨봐왔던 카페 주인이 10번째 물물교환으로 카페를 꿈톡에게 넘기겠다는 제안을 해온 것.


"사실 너희들이 빨간 클립프로젝트 시작한다고 할 때부터 타이밍 좋을 때 카페 넘겨줘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강남 대치동에 있는 카페운영권을 넘겨받았다.  1년만인 2016년 10월 31일, 꿈톡만의 공간을 첫 오픈했다. 오픈파티도했다.

얼마전 꿈톡 공간으로 마련한 <레이지앤트>카페 간판, 제공: 꿈톡

"2년 반 동안 꿈톡을 진정성 있게 이끌어온 보상 같아서 너무나 감사했어요. 잦은 퇴사로 저를 끈기 없는 사람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청년들이 자신의 주도권을 갖게 되면 잠재력이 터져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재밌으면 됐어요.

초창기 멤버 9명에서 지금은 6명이 주축이 돼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은 길게 회의하지 않는다. 준비하는 과정은 최대한 짧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행동한다. 행동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는 식으로 운영한다. 지금까지그렇게 행동해왔다. 오늘 해보고 이 부분이 부족했다 싶으면 다음에 반영하는 식이다. 그래서 작지만 빠르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들은 "우리에겐 우리만의 방식이 있어요." 라고 잘라 말한다.

꿈톡 공간이 된 레이지앤트 카페에 모인 청년들, 제공: 꿈톡

남들이 뭐라하든 자신이 옳다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올인하며 끊임없이 뭔가를 벌이는 꿈톡 멤버들을 보며, 나는‘사자같이 젊은 놈들’이란 말을 떠올렸다. 가진것이 없기에 오히려 대담한 청춘들을 이르는 말로, 구본형 선생이 쓴 책의 제목이다.  강수장은 자신에게 좋은 일이 무엇인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했고 그를 책임지며 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붙여진 끈기없는 놈, 부적응자란 꼬리표를 변명해주고 싶었다.  


그는 세상이 좋은 게 아니라 자신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알고 그를 향해 움직였다. 다수가 걸어가는 길이 자신과는 맞지 않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고, 자신의 방식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길을 걸었을 뿐이었다. '부적응자'가 아니라, '자신의 본능에 더 충실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강수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고개를 갸우둥하더니 말했다.

"계획이요? 생각해봐야 1년? 언제어떻게될지모르지않나요? 전 미래를 생각하지 않아요. 항상바뀔수있는데굳이계획을세울필요가없다고봐요. 제겐 지금 뿐이에요. 지금 이순간에 스스로에게 거짓말 하지 않고 내가 가장 원하는것을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삶을 살았을때, 내 스스로에게 거짓없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꿈톡멤버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저희에게 꿈톡은 일이 아니에요.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죠.”


 리차드 바크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어떤 일을 반드시 하고 싶을 수록, 그것을 일이라고 부르지 않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활동을 '일'이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내가 보기엔 그건 '재밌는 일'이었다. 동년배끼리 하는 꿈톡은, 체계는 별로 없어 보였지만, 참 재밌어 보였다. 재미는 본능적인 것이다. 어떤 일이 재밌게 보이면, 사람들은 알아서 그 판에 끼고 싶어진다. 재미는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무기다.

뭐가 됐든, 자기만의 재미를 찾아가는 것, 내가 행복한 길을 만들어 가는 것. 결국은 그게 성공 아닌가.

**꿈톡 공식 홈페이지: http://ggumtal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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