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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Dec 20. 2016

우리,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자!

[인터뷰] <열정에 기름붓기> 공동대표 표시형_무리는 벗어나 달리기

다른 길도 있을까?

딱히 하고 싶은 것도, 할 일도 없었던 두 청년이 있었다. 공교육 12년에 수능, 대학입학, 군대까지 멀쩡히 잘 이수해 오긴했는데, 생각해보면 개중에 스스로 결정해서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번도 앞서가는 삶을 살아본적이 없었고, 늘 뒤따라갔다.  '왜 우린 한번도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해보지 못한 걸까?' 라는 의문이 뒤늦게 찾아왔고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도대체 왜 사는 걸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 

스펙쌓기, 졸업, 취업 등 뻔해보이는 길을 따라가고 싶지않았던 두 청년은 의기투합했다.

'우리,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 


어딘가 '자기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 꿈이 있지만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글을 쓰기로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글을. 둘은 그를 <열정에 기름붓기>라고 명명했다. 그때부터 열심히 컨텐츠를 제작해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에 올렸다. 처음엔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니, 배부른 소리한다'며 핀잔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 일로 돈 한푼 벌지 못했지만,  둘은 어쨌든 버텼다. 그러는 사이 2년이 흘렀다.  그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는  현재 51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 12월 기준) 

제공: 열정에 기름붓기

자신들의 생각이 허황된 소리가 아니라 '좋아하는 일 하며 살아도 먹고 살수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온, "열정에 기름붓기". 내가 그들의 컨텐츠를 접한 건 2014년이었다. 당시에도 그들의 컨텐츠는 좋았다. 왜 그럴 때 있잖아. 살다보면 힘들고 우울해지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 그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열정에 기름붓기>에 가득했다. 마치 힘을 주는 보물창고 같았다. 짧지만 감각적인 글, 절묘하게 매치되는 사진으로 만들어진 힘 있는 컨텐츠는 '대체 이걸 누가 쓰고 제작하는거지?' 늘 궁금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더 전문적이고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해내는 그들의 행보를 보며 인터뷰를 꼭 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버텨왔고, 어떻게 메시지를 제작해내는지 그들만의 비전과 철학을 직접 듣고 싶었다. 그러던 중 공동대표 중 한명인 표시형씨와 연락이 닿아 인터뷰를 요청했다.    

 열기 공동대표 표시형(좌), 이재선(우): "하고싶은 걸 하면서 살 수 있어요, 저희가 증겁니다." 제공: 열정에 기름붓기
# '열정에 기름붓기'는?
2014년 이재선 (27), 표시형(26) 두 공동대표가 만든 컨텐츠 제작 그룹으로 소셜벤처다. 꿈과 열정을 응원하는 동기부여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모든 것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나 역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를 모토로 '주체적인 삶을 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퍼뜨리는게 회사의 목적이다.  
열기의 모토, 제공: 열정에 기름붓기


'꿈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

<열정에 기름붓기(이하 '열기')>가 시작된 계기는 매우 개인적이었고, 사건처럼 일어난 일이었다. 

 

"군대 전역하고 별 생각없이 열심히 살았어요. 열심히 공부했고, 인턴같은 대외활동도 열심히 했죠. 남들 다 하니까 따라가고는 있는데, 그러면서도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라식수술 후유증으로 일년 넘게 엄청 고생했는데, 눈이 아파서 뭘 할 수가 없었어요. 거의  외출도 못하고 사람도 못만날 정도여서 좌절감이 심했죠.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나를 다잡았어요. 주체적으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명히 나보다 현명한 사람들이 나과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나름대로 해답을 찾았을 텐데, 그게 궁금해서 그때부터 글쓰고 책을 읽었어요."


이재선과 표시형, 둘은 술을 마시며, '우리가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걸까?' 한탄하다, 뭔가 해보자고 뜻을 모은다. 마침 광고방송학과를 전공한데다 페이스북 페이지가 한국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뉴미디어를 가지고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자신들의 생각들과 고민들을 콘텐츠로 만들어 올리기로 한다.


"'돈을 못 벌어도, 동의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괜찮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어요. '이게 내 일이다'라는 생각은 없었고, 그냥 해야하고 하고싶었던 작업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고민과 문제를 풀 수 있을까, 해답을 찾아가며 정리해간거죠." 


  <열정에 기름붓기> 는  독자층이 다양한데, 특히 20~30대의 또래 청년들의 호응이 크다. 기존의 자기계발에 회의적이라는 청년들이, 비슷한 컨셉의 '열기'에는 왜 열광하는 걸까? 

"안녕하세요, 표시형입니다. 제 별명은 '표시'에요. ㅎㅎ", 제공: 표시형

"저희는 콘텐츠를 만들때 '나'나 '친구들'이 어떤 고민을 하며 살고 있는지 귀기울이는데서 시작해요. 기존의 자기계발서처럼 가르치거나 아는 걸 알려주는게 아니라, 내가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저의 관점에서 쓰죠.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풀어내서 그런지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내 이야기 같다'는 공감이 많아요. 그래서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이상하게 '열기'는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이들은 재료를 멀리서 찾지 않는다. 팀원이 모두 이십대 초중반으로 구성된 굉장히 젊은 조직이다 보니, 팀원들의 고민이 생생한 꺼리가 된다. '이 고민은 어떻게 하면 풀어줄 수 있을까?' 최대한 합리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자료들을 찾아서 콘텐츠를 만들어간다. 콘텐츠를 쓰는 바탕에 깔린 전제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 가장 일반적인 경험'이다. 사람들은 정말 비슷비슷한 고민을 한다고.  


"세상에서 나만 이런 고민을 할거라고 생각해서 친구에게 말하면, 친구는 정말 공감되는 고민을 들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구독자와의 관계도 친구같아요. 그냥 자연스럽게 친구가 돼요. 저희는 '어떻게 공감하게 만들까'보다, '어떻게 내 고민을 더 예리하게 풀어낼까'를 더 고민해요."


열기는 나의 고민을 이끌어내주는 공감능력 뿐 아니라, 콘텐츠를 뽑고 그를 전달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열기가 던지는 카피들은 감각적이고 직관적으로 꽂히는 힘이 있다. 대체 어떻게 메시지를 작업하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콘텐츠 하나를 뽑아내는데 대략 일주일이 걸려요. 그 일주일도 굉장히 치열하죠. 상상 이상으로 오래 생각하고 오래 써요. '미친거 아냐' 생각 들정로요. 팀원 중에 불을 켜고 자는 친구가 있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불을 켜놓고 자야,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잠이 확 깨면서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침 9시 출근해서 작업하기 시작해서 다음날 출근시간까지 밤새 하는 경우도 많고요."


열기의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1인 작업이다. 각자 제작한 것들을 두고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올린다. 개인제작과정도 치열하지만, 그를 다같이 피드백하는 과정은 처절하다. "이 문장은 전혀 와닿지 않는데" "이 메시지는 너무 진부하고 매력없잖아"는 식으로 냉정하게 깎아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적절한 단어 하나를 찾기 위해 밤을 새는 날도 많다. 알고보니 이들의 감각적인 카피는 순전히 엄청난 고민과 노력에서 오는 것이었다. 이렇게 업무량이 많다보니, 아예 합숙소를 구해서 팀원이 다 같이 산다. 그러면 팀내 갈등은 없을까? 

열정의 기름붓기 팀원들

"싸워본 적이 없어요. 다들 관점이 뚜렷하고 특이한데  또 되게 따뜻해요. 저희는 회의를 많이 안해요. 혼자 못하는 일을 청할 때만 회의를 하고, 오랫동안 고민하기 보다 빨리빨리 해보고 실패하면서 빌드업 시켜가요. 잃을 게 없으니까, 경험이라도 많이 쌓으려고 하죠. 월급은 많이 못줘도 업무에 관해서는 최대한의 역량와 자유를 보장하고 지원해줘요. 누군가가 시도한게 실패하면 모두의 잘못으로 받아들이고요."


이런 팀웍을 바탕으로 '열기'는 오프라인 활동으로 사람들과의 접점도 계속 넓혀가고 있다.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강연 프로그램 '열대야', 전국 단위 캠페인 '번데기 프로젝트', 전시회 '청춘, 밤에 뜨는 열기구' 등을 기획해 진행했다. 이처럼 온오프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을 해왔는데, 이런 배경엔 '완벽한 계획보다 일단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평소 마인드가 깔려있다. '고민하기보다 일단 해보고, 아님 말기'. 그래서 '열기'는 언제나 '작게' 시작한다.


얼마 전 연남동에 오픈한 무인서점도 그랬다.  '무인서점을 해보자'는 말이 나오고, 그날 바로 착수했다. 부동산을 알아보고 2주만에 공간을 정했고, 공사도 직접 해서 2달 만에 마쳤다. 모든 게 즉시즉결.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면 큰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지론이다. 페이스북 COO(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도 비슷한 말을 했다. 

수백 번의 이상적인 생각보다 한 번의 실행이 변화의 시작이다.
무인서점 공사전 모습. "왜 굳이 일을 벌이니?" 제공: 열정에 기름붓기
2달 후 완성된 무인서점. "쓸데없는 짓이라고? 우린 하고싶으면 끝까지 해내. 이게 우리 방식이지."  제공: 열정에 기름붓기 


좋아하는 일하며, 먹고사는 게 가능해?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뭐니뭐니해도 '머니'다. 돈이 벌려야 지속적으로 할 수 있고, 또 삶을 꾸려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열기는 어떻게 '자신들의 일'을 '시장이 원하는 일'로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초반 2년은 돈을 아예 못 벌어서 친구집에 얹혀 살고, 한달 20만원씩 용돈을 받았어요. 옷을 1년동안 안 산적도 있었고, 친구들까리 모여도 회비를 못냈죠. 그때는 '내가 과연 먹고살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래도 이로운 일을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죠."


시작하고 1년 반 만에 꽤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지만 수익이 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당시의 상황을 이재선 공동대표는 본인의 SNS에 이렇게 써놓았다. 

"솔직히 우리 돈 한푼도 못 벌었습니다. 하지만 가치는 멈추지 않고 퍼뜨렸어요. 그런데 이제부터는 돈도 많이 벌어보려고요. 돈을 못 벌면서 가치에만 묶여있는 것도 돈에 지는 것이고, 돈만 벌면서 가치를 잃는 것도 돈에 지는 거니까요. 우리, 돈에 지지 맙시다."


이들은 '생존'하기 위해 낮에는 온라인 대행사 일을 했다. 낮에는 대행사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했고, 밤에는 '열기' 컨텐츠를 만들었다. 대행사 일을 하며 온갖 '갑질'을 겪으며 힘들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오히려 회사 경험이 없던 그들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2년을 죽어라 하니까,  3년째부터 전문가로 인식되더라고요. 그동안 기울였던 노력이 저를 자연스레 전문가로 만들어주었고, 인정받기 시작했어요. 대학교에서 마케팅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도 들어왔고요. 이젠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 알게 됐어요."


현재 열기의 주 수입원은 도서컨텐츠다.  그저 좋아서 도서컨텐츠를 제작했는데, 그때마다 소개한 책이 엄청나게 판매되는 걸 보고 시장 가능성을 보았다. 지금은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네이티브 애드(특정 서비스 플랫폼에 적합한 방식으로 시작된 광고) 콘텐츠 형태로 책을 소개한다. 


"덕분에 열기 사무실로 많은 양의 신간서적이 와요. 좋은 책을 골라서 그를 제작해주면 콘텐츠 제작비를 받아요. 여전히 광고가 아니라 '콘텐츠'가 핵심이에요. 이게 제일 뿌듯한 일이에요. 누굴 속이지 않고 일하면서 수익까지 낼 수있다는 거요."

사진출처: 열정에 기름붓기 페이스북

2014년 때만 해도 페이스북에서 동기부여 콘텐츠를 제공하는 페이지는 거의 없었다. 있다해도 대부분 명언을 모아놓거나 강연을 짜깁기 하는 식이었다. '열기'가 올리는 콘텐츠는 페이스북에 올리기엔 진지하고 비교적 긴 내용이어서 처음엔 호불호가 갈렸다. 하지만 점차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지금은 비슷한 내용으로 콘텐츠로 제작하는 곳이 많아졌다. 그런데도 페이지 구독자 수 50만이 넘는 열기가 누리는 독보적인 경쟁력은 뭘까? 소리 하나 없이, 짧은 글과 사진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힘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저흰 이걸 직업이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작품으로 생각하고, 사명이라고 여겨요. 그래서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언제나 진심을 담으려고 해요. 정말로 쓰고 싶은 걸 썼는지, 마음에 들어야만 내놓아요.  그래서 만들어놓고도 올리지 못한 작품들이 많죠. 페이지 규모를 키우기 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가 뭘까, 이들이 뭔가를 성취하고 도전하는데 정말 필요한 게 뭘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가는 길이 꽃길이라 생각한다면 그거야말로 환상이다. 하고싶은 일을 한다해도 부질없이 느껴질 때가 있고, 가시밭길을 건널야 할 때도 있다.  도대체 내가 이 일을 해서 행복한가? 지금 너무 힘든데 내가 계속한다고 해서 행복할까? 표 대표도 그런 고민을 한다. 


(2편: 가슴뛰는 일이 없다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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