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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Dec 20. 2016

가슴뛰는 일이 없다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인터뷰] 열기 표시형 2_좋아하지 않아도, 잘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이 글은 "우리,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자!"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하고싶은 걸 하는 데도 괴로움은 따른다

창조적인 일은 보기엔 멋지게 보여도, 그만큼  반작용적인 부분이 있다. 창작에 따른 고뇌와 막중한 업무량, 스트레스는 본인이 아니면 짐작하기도 어렵다. 표 대표 역시 '즐겁지만 스트레스가 많다'고 인터뷰 도중에도 여러 차례 말했다. 


"쥐어짜내듯 작업하다보니, 점점 지쳐가더라고요. 밤마다 오토바이 몰고 다니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그러다 작년에 크게 교통사고가 났어요. 사고로 왼쪽 발가락 인대가 나갔고, 지금도 후유증으로 뛰는 운동을 못해요. 건강을 잃고나서, 그때 많이 후회했죠. 내가 너무  자기파괴적인 삶을 살았구나."


슬럼프에 빠진 적도 여러 차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내가 추구하는 일이라서 했는데 부질없이 느껴질때가 있어요. 도대체 내가 이 일을 해서 행복한가? 지금 너무 힘든데, 내가 계속한다고 해서 행복할까? 내가 만든 일인데 왜 즐겁지 않을까?" 

"작업할 땐 머리도 못깎아요. 이건 제 안을 쥐어짜내는 일이에요. 힘든데 그만큼 즐거움도 느껴버리니까...."  제공: 표시형

좋아하고 재밌게 해오면서도 가끔씩,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은 불쑥 찾아든다. 올해 슬럼프를 또 한번 겪으며 표 대표는 본인에게 이 일을 하는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 


"목표가 없는 상태에서 가다보니, 과정이 즐겁지 않았어요. 습관처럼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왔는데 고민해보니 그게 내가 정말 원하는 건지는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내가 정해야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는 그런 과정에 오는 우울과 스트레스, 괴로움도 모두 창작으로 풀어낸다. 열기가 펴낸 첫 책 <열정에 기름붓기; 꿈을 크게 꿔라, 깨져도 그 조각이 크다 편>도 그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작업한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즐거움, 행복만이 아니라 괴로움, 고통까지 모두 작품으로 승화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예술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면에서 표 대표는 진정 예술가였다. 자신의 삶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니까.  

2015년에 출간된 열기의 첫번째 책 "꿈을 크게 꿔라, 깨져도 그 조각이 크다 편"

"올해 많이 느낀게, '나는 나만의 정의가 많이 부족했구나'였어요. 저는 삶에서 나만의 정의를 내리는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 사람을 구성하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주거든요. 똑같이 행복을 이야기해도 다르게 받아들이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항상 생각해요. '나는 00를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얼마전 '삶'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렸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를 아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건 없다고 봐요. 내가 왜 태어났는지는 내가 만드는 거죠. 내가 결정한 삶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 그게 삶이고 자유 아닐까요?"


고민하면서 나아가는 중

표 대표  여전히 새파랗게 젊다. 자신에게 목표가 없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살아도 되나 그때그때마다 스스로 묻고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날선 젊음이고 훌륭히 청춘의 과정을 밟고 있다고 본다. 그는 아직 대학을 마치지 않았다. 오래 휴학했지만 앞으로도 더 갈 생각은 없다. 필요한 지식은 스스로 찾아서 습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경영을 하다가 경영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면, 그때 관련 책을 찾아본다던가 수업을 듣는 식이다.  그게 훨씬 습득도 빠르고 효율적이다. 그는 일을 통해, 고민을 통해,  본인의 학교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하고싶은 일을 하며 나아가는 젊음에겐, 세상이 곧 학교가 된다. 


'열기'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고, 여전히 하고 싶은게 많은  뜨거운 회사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을지, 궁금했다. 


"열기는 내 보물같은 회사에요.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내년에는 구독자들에게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에요. 카운셀링도 좋고, 명상도 좋고, 정신적, 감정적으로 케어해줄 수 있는 서비스요.  열정적이고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하는 이들을 지원해주고 싶어요. 지치지 않도록. 그런데 독자 니즈는 우리가 생각한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무인서점 같은 오프라인을 통해서 (독자들의) 진짜 니즈가 뭔가 알아봐야죠. ㅎㅎ"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영향을 받은 사람 내지 롤모델를 꼭 물어본다. 그가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를 보면, 어떤 이상과 철학을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건지 엿볼 수 있다. 표 대표의 롤 모델은 과연 누구일까?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버진 그룹 회장, 영국기업가)의 유머, 괴짜같은 기질을 좋아해요. 인생을 즐기고, 권위적이지 않는데 귄위가 있어요. 무엇보다 그의 유쾌함이 좋아요. 그런 괴짜가 세상을 좀 더 재밌게 만드는 거 같아요. 또 피터 틸(페이스북 초기 투자자)을 존경하는데 이 사람은 자기 기준이 확실하고, 그것으로 세상을 분석하는 능력이 있죠. 기술주의자고 명확한 낙관론자에요. 사회가 나아질것이라고 믿고, 그에 대한 방법을 제시해요. 그런 태도와 생각을 가져야 우리 회사를 계속 나아갈 수 있게 만들지 않을까 해요. 저도 그처럼 자기만의 솔루션을 가지고 싶죠."


 그러면서 덧붙였다. "그런데 저는 누구를 닮거나 따라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나’이고 싶죠.ㅎㅎ"

표시형 공동대표, 제공: 열정에 기름붓기

 표 대표는 해보고 싶은게 많다. 요즘 많이 화두가 되는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쪽으로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고, 한편 이 사회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지도 계속 생각한다. 살고 싶은 나라가 되어 이왕이면 괜찮은 사람들, 멋진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길 희망한다. 어떻게 하면 재능있고 멋진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가 늘 생각하는 과제다.  


'하고싶은 일'을 찾는 현실적인 방법

꿈을 좇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소리인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또 얼마나 배부른 소리인지 우리는 수 많은 사례와 이유를 이미 가지고 있다. 그런 틈바구니에서도 '열기'는  '우리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고 대담히 외치고, 그를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표 대표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지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어쩌다 하게 된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됐고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하고싶은 일이 되어갔어요.  대부분 하고 싶은 걸 찾지 못해서 방황하고 어려워하는데, 그럴 땐 내가 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서 그것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성취감을 느끼면 진짜 하고싶은 일이 될 수 있거든요." 


보통 '하고싶은 일을 찾으라'고 하면,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 내지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찾으라'고 조언해준다. 지당하신 말씀인데, 문제는 그걸 찾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게 함정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기본적인 질문도 채 해보지 못하고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내온 사람들에게 '가슴도 뛰어야 하고 잘하는 것'까지 찾으라 하니, 이거야 원. 참나 원.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건 운 좋은 녀석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멘붕이 올 수밖에. 그래서 표 대표의 말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만큼 중요한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성취감을 맛보다 보면 그 일을 좋아하게 된다.
좋아하게 되면 더 잘하고 싶고, 그러면 하고 있는 일이 점점 더 하고싶어진다. 


실은 내가 책을 쓰게 된 과정도 그러했다. 내가 잘하는게 뭔지, 좋아하는게 뭔지 보이지가 않았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썼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꾸준히 글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할수록 조금씩 그 재미를 느껴가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다. 표 대표는 다음의 말도 당부했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즐거움만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노력하는 건 힘들고, 거기에 도달하는 것도 힘듭니다.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죠. 기꺼이 그 대가를 감수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세요. 그게 내가 진짜 하고싶은 일을 찾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올 12월 세바시에 출연한 표시형 대표. "열정으로 이 시대 새로운 창업의 길을 발견하라." 제공: 열정에 기름붓기

인터뷰가 벌써 2시간을 넘어섰다. 표 대표는 갑자기 초점없는 아련한 눈길을 하더니, 다음 말을 남기고 일어섰다.  


"'열기' 일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이제 이게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요. 내 일상의 전부고, 일이고, 휴식이고, 내 낙이고, 내 취미에요. 내 심장과도 같아요. 이 일을 사랑하는 거 같애요. 진짜로. 하고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얻는 즐거움 중 하나라면, 내 일을 너무 사랑해서 미워할정도로 사랑할 수 있다는 거.  원래 사랑하면 힘들잖아요. 사랑이란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거랑 똑같은 거 같아요.


일을 사랑하는 자들에게선,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살짝 미친 것 같은 '열정'.  대충 해서는 느껴지지 않는 강도의 뜨거움인데, 그에선 그 뜨거움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하며 지켜본, 표시형 대표는 자신의 열정에 기름을 부어 스스로 불태우며, 다른 열정에 불을 옮기고자 노력하는 불길 같았다. 

때로 그 불길이 자신을 잡아먹을 것 처럼 너무 뜨거울 때도 있고, 때론 내가 대체 뭣 때문에 타야하는지 모를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계속 타오른다. 꺼지는 순간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타오르는 그 순간이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기 때문에.


표 대표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나는 진한 여운에 스스로에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뭔가를, 그토록 뜨겁게 사랑해본 적이 있었던가?



** 열정에 기름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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