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갖는 강력한 자기암시효과를 활용해보자
메이지시대 초기 ‘오나미’라고 하는 유명한 스모꾼이 살았다. 오나미는 '큰 파도'라는 뜻이다. 이름답게 그는 대단한 힘을 가진 장사였고, 기술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비공식시합에서 스승까지 이겼지만 공식시합에서는 숫기가 없어 제자들에게까지 패했다. 오나미는 선사를 찾아가 도움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하쿠주라는 스님이 근처 사찰에 머물고 있어서 오나미는 그를 찾아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선사는 이렇게 조언했다.
"자네이름은 큰 파도야. 오늘밤 이곳에 머물며 자신이 큰 파도라고 생각하게.
더 이상 두려움에 떠는 스모꾼이 아니라,
앞을 가로막는 건 무엇이든 모조리 쓸어버리고 삼켜버리는 그 거대한 파도가 되는거네. 그렇게 상상하면 이 나라 최고의 스모꾼이 될 걸세."
말을 마친 선사가 물러가고, 오나미는 좌선명상을 시작했다. 자신을 파도라고 상상하며, 차츰 파도의 느낌에 가까이 다가갔다. 밤이 깊어가면서 파도는 점점 더 커졌다. 파도는 꽃병의 꽃들을 휩쓸었고 심지어 법당의 부처상까지 삼켜버렸다. 새벽이 오기 전 사찰이 있던 자리에는 망망대해의 물결만 출렁일 뿐이었다. 이튿날 아침 선사는 엷은 미소를 띤 채 명상하는 오나미를 보곤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제 그 무엇도 자네 앞을 막지 못할 걸세. 자네는 파도야. 자네 앞에 있는 건 뭐든 다 쓸어버릴 거라네."
이후 일본 그 누구도 오나미를 이기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차드 멍 탄이 쓴 <내면을 검색하라>에 나오는 이야기다. '오나미'는 이름을 통해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던 내면의 힘을 퍼올렸다. 이름이 주는 놀라운 힘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세상에 자신을 인식시킬 수 있는 이름을 각자 부여받는다. 부모님이 예쁜 글자를 따서 직접 짓기도 하고, 작명소에서 짓기도 하고, 돌림자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이 이름으로 일생을 살아간다. 그런데 이 이름이 나의 행동과 나아가 미래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고 있는가?
우리 말에 '이름 따라 간다' 내지 '이름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모두 이름이 개인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때문에 부모들은 자식이 크게 성공하라는 뜻에서 이름에 “성”자를 넣거나, 대단한 인물이 되라는 뜻에서 ‘룡’자를 넣고, 아름답게 자라라고 “미”를 넣었다. 그런데 연구를 통해 이런 이름 효과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름효과란 인간은 무의식 중에 자기 이름과 유사한 이름을 가진 직업을 선택하거나, 비슷한 이름에 거주하는 등, ‘이름이 행동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조지프 시몬스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와 레프 넬슨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심리학과 조교수는 (이름이 길기도 하다) 5년간 메이저리그 선수 6398명, 경영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1만 5천명 등을 연구하여 이름효과가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예를 들면, 톰(Tom)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름과 비슷한 ‘도요타(Toyota)’차를 구매하고 토론토(Toronto)에 살 가능성이 높고, 데니스(Dennis) 데나(Denna)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치과의사(Dentist)가 될 확률이 높다. 뿐만 아니라 이름이 외모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나왔다.
이름은 한번 지어지면, 좋든 싫든 한번 수십년동안 지속적으로 불린다. 생각해보면, 오랜기간 동안 같은 단어로 반복해서 불릴 경우, ‘나는 00다’라는 되새김을 하게 된다. 이를 두고 '자기암시효과'라 일컫는다. 자기암시는 지속적으로 암묵적인 지시나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게 되면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름은 일생동안 반복적으로 불리는 단어로서, 매우 강력한 암시기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이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마저도 자라면서 만들어진 자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나는 그게 늘 안타깝고 아쉬웠다. 만약 원하는 상태나 꿈을 이름으로 짓게 되면 어떻게 될까? 매일같이 그 주문을 외고 들으며 스스로에게 매우 강력한 주문을 걸게 되는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한 이들이 있었다.
과거 호주 원주민들은 재능을 기반으로 이름을 짓는 풍습이 있었다. 악기 연주를 잘하면 ‘음악가’, 시간을 기가 막히게 잘 보는 이는 ‘시간관리자’, 치유의 힘이 있는 사람은 ‘영혼 치료사’로 부르는 식이다. 그를 통해 공동체에 자신의 재능을 자연스레 드러내고 또 그 가치를 인정했다. 이름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또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 등을 담아 호를 짓는 풍습이 있었다. 선비들은 부모가 준 이름자 외에 호를 지어 썼는데, 여기에 자신의 가치관, 관심사, 철학을 담아 자유롭게 지었다. 퇴계 이황은 명예나 권력을 좇기보다 신념을 지키는 것이 선비가 할 일이다는 신념을 ‘퇴계’라는 호에 담았고, 매월당 김시습은 자신이 좋아하는 정자인 매월당을 호로 삼아 취향을 드러내었다. 선비들에게 호는 자존감의 표상이자 자기표현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들처럼 이름이 가진 힘을 좀 더 적극적으로 쓰고 싶었다. 기업은 제품의 가치를 브랜드에 자신들의 비전과 가치를 담고, 많은 돈을 써서 그를 알린다. 브랜드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 브랜드가 있다면, 개인에게는 이름이 있다. 낯 모르는 이가 지어준 이름이나, 항렬을 드러내는 돌림자 대신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하루에도 수십번 불리는 이름에 나의 재능이나 비전, 나의 가치관을 이름에 담으면 어떨까???
직접 실험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3년전쯤 친구 6명을 모아 네이밍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자신의 가치관과 비전을 담아 자기가 원하는 이름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석달동안 작업을 했고 그를 통해 나는 ‘김글리’라는 이름을 지었다. 당시 마음먹은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때라 의기소침하던 차였는데, 글리라는 이름을 얻고부터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다. 김글리 이름으로 워크숍도 만들고 강의도 하게 되었으며, 책도 내었으며, 새롭게 강점코칭일과 교육일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간 꿈꿔왔던 일을 하나씩 해나면서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귀자라는 이름 못지 않게 글리라는 이름이 독특했던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 이름에 관심을 표했다. 대체 누가 이름을 지었고, 또 어떤 뜻을 있는지 매우 궁금해했다. 이 자리를 빌어 김글리 이름을 소개하고자 한다. ^^ '글리'에는 다음 3가지 뜻이 담겨있다.
1. 깊은 만족감, 행복
영어로 'Glee'는 행복, 깊은 만족감을 뜻한다. 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깊은 만족감으로 살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2. 글말로 이로움을 준다
이는 글과 말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나의 재능과 소통과 기여라는 나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3. '글로벌리더'의 준말
글로벌리더가 하도 많이 쓰이는 단어라 식상하고 또 내 입으로 말하긴 쑥스러운 단어다. 헌데 그냥 어렸을 때부터 ‘글로벌’과 ‘리더’라는 두 단어를 보면 참 좋았고, 가슴이 뛰었다. 내가 좋아하는 두 단어를 조합한 ‘글로벌 리더’에는 세계를 무대로 일하고 놀고 살아가고 싶다는 나의 비전이 담겨있다.
교육심리학에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게 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기대한만큼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원리다. 핵심은 '긍정적 기대'로 이에 부응하기 위해 사람은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해낸다. 나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글리라고 부를 때마다, 마치 그가 나의 비전을 지지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면 기분이 절로 좋아지고, 내 꿈이 이뤄지도록 응원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고맙다. 그리고 그 기대에 절로 부응하고 싶어진다. ㅎㅎㅎ
유대인들은 아이의 이름을 유대인의 역사에 나오는 위대한 선조의 이름으로 지어준다. 아브라함 야곱 이삭 사무엘 다윗 다니엘 등과 같이 구약성경에 나오는 위인들의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자녀교육의 첫번째 과정으로 자기 이름의 가치를 가르친다고 한다. 선조들의 위대한 힘이 이름을 통해 자식에게로 이어지길 바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하는데, 긍정적인 말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기 때문이다.
깊이 각인된 인식을 바꾸고자 할 때는 대개 이름을 바꾸는 게
가장 먼저 취해야할 조치이다.
세계 최고 마케팅 전략가로 알려진 '잭 트라우트'의 말이다. 인간은 살아있는 브랜드다. 각자가 가진 독특한 속성, 기질, 비전, 가치관 등을 조합해 그에 걸맞는 브랜드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름은 브랜드를 구축하는 핵심자산이다. 만약 누군가 방향을 바꾸고 싶거나 또 다른 자신을 보고 싶다면, 나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볼 것을 먼저 권유한다. 이름은 스스로를 환기시키고 방향을 제시하는 효과가 있다.
몇몇 사례가 있다. 어느 기업의 임원은 스스로를 '최고모험책임자 Chief Adventure Office'로 부르면서 일을 모험처럼 즐기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어느 프리랜서는 자신의 작업실을 ‘노마드 스튜디오 nomad studio'라고 이름붙였다. 정해진 사무실이 없이, 커피숍, 친구 작업실 등을 돌아다니며 일했지만, ‘노마드 스튜디오'라고 이름붙이는 순간 가는 모든 곳이 그의 작업실이 되어 버렸다. 이런 사례도 있다. 마케팅의 달인이 되고 싶었던 한 신입사원은 스스로를 마달(마케팅 달인)이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정말 마케팅 달인이 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다.
이처럼 이름을 지어주면, 그 대상에는 새로운 가치가 생기고 새로운 관점이 부여된다. 내게 맞는 이름을 가지는 것은 스스로를 응원하는 좋은 방법이자, 거창하게 말하면 내 삶의 방향에 대해 스스로 이정표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사람에게는 반복적이고 익숙한 것을 더욱 쉽게 믿고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나의 닉네임, 필명, 이름에 나의 소망을 담아보면 어떨까? 소망을 담은 이름은 내면에 숨어있는 나의 본성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으며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아직 만난 적 없는, 만나고 싶은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면,
그를 어떻게 부르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