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라 쓰고 경험이라 읽는다
실패가 유용한 건, 그를 딛고 설 때만이다. 그를 위해선 왜 실패했고, 그 순간 어떤 점들이 작용했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다행인 건, 실패는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는 것. 바둑에 '복기'라는 게 있다. 한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위해,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일이다.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함이다.그래서 복기를 패자를 위한 시간이라고도 한다. 다음번에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서, 이번의 경험을 배움 삼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를 되돌아보는 기술이 필요하다. 비판이나 평가하려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실패의 상황에서 써먹으면 좋을 기술들을 정리해보았다.
“축구는 실패투성이의 게임이다. 골을만들어내려고 수많은 드리블과 패스를 시도하다가 겨우 한두 골로 승부를 결정짓는 경기다. 그 숱한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한다. 따라서 축구는 실패를 컨트롤하는 경기다.”
2002년 월드컵의 신회를 만든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 '히딩크'의 말이다. 그는 실패를 컨트롤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었다. 그는 평소 '관찰력'이 대단했다. 경기장에 8~16대의 특수카메라를 설치해 경기 장면을 낱낱이 촬영했고, 카메라가 놓친 것들은 현장 분석 요원들을 통해 보완했다. 히딩크는 데이터를 모아 특징을 뽑아내고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얻어냈다. 이를 통해 그는 어떤 실수나 실패도 '경험'으로 승화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었다. 이는 그가 오대영이라는 불명예를 안고도, 후에 사람들을 열광케 한 승리를 이끈 배경이 되었다.
만약 모든 경험을 그처럼 '활용가능한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 그런 기술이 있다면 넘어지는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실패에서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즉, '실패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 보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은데, 우리의 뇌는 어떤 정보나 감각이 들어오면 습관적으로, 자동적으로 그를 재해석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보기'를 하려면, 먼저 나의 느낌과 생각을 상황에서 분리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경험과 느낌&생각을 분리하지 않으면 나의 선입관으로 경험이 분류되어 버린다. 기존의 틀에 갇히면 내가 배워야 할 부분을 놓칠 수 있다. 경험을 관찰하는 법은 관찰-느낌-욕구 세단계를 거친다.
▶▶ 방법
1. 관찰: 상황을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 어떻고 저떻다는 평가와 분석없이, '사진 찍듯이' 있는 그대로 상황을 보는 게 포인트다. (예: 누군가 내게 허락을 구하지 않고 내 컵을 사용한다.)
2. 감정: 그 순간 어떤 느낌이 올라오는지 인지한다. (예: 순간적으로 짜증이 올라온다.)
3. 욕구: 감정에 연결된 '나의 욕구(니즈)'를 인지한다. 감정과 욕구는 실과 바늘과 같은 관계다. 어떤 느낌 뒤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욕구가 자리잡고 있다. 느낌을 따라가면 어떤 욕구가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예: 나는 청결이 중요하다. 때문에 모든 그릇을 개별로 분리해서 쓰는데, 그게 침해되면 화가 난다. 그를 존중받고 싶다.)
▶▶효과
이 작업을 계속하다보면 순간순간 드러나는 나의 행동과 감정패턴을 볼 수 있고, 나아가 나의 숨은 욕구를 알 수 있다. 나에게 어떤 것이 중요한지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
모든 경험이 약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경험을 약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 바로 경험을 분석하는 것이다. 경험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능동적인 행위로 내가 경험한 것에서 최대로 많은 것을 빠른 시간 안에 뽑아낼 수 있게 도와준다. 경험분석에는 다음의 3단계가 있다. 간단하다.
▶▶ 방법
1. 사전) 기대하는 바, 목표: 어떤 프로젝트를 하기 전 기대하는 바와 목표치를 적어본다.
예) 북펀딩 프로젝트 오픈 / 300만원 모금/ 독자와의 직접적이고도 진솔한 소통을 경험하고 나의 컨턴츠를 세상에 표현하는 좋은 통로를 만들 수 있다
2. 진행) 과정 및 결과 : 실제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적어본다.
예) 한달 안에 북펀딩 프로젝트를 오픈했다. 목표액이 300만원이었는데, 3일만에 100% 달성을 이뤄냈다. 30일의 펀딩기간동안 무려 1000%라는 기록적인 펀딩을 기록했다. 매우 성공적!
3. 사후) 개선할 점/ 좋았던 점 / 드러난 나의 강점: 프로젝트가 끝난 뒤 잘한 점 / 개선할 점/ 드러난 나의 강점을 기록한다.
예) 잘한 점: 독특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양질의 콘텐츠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목표액을 1000% 이상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개선할 점: 배송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고민해보기 / 다음 프로젝트와 연계되는 지점을 마련하기
드러난 강점: 소통력, 문제 대처력, 콘텐츠 구성능력,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행능력, 목표를 세우고 그를 달성하는 전략적인 부분이 우수.
▶▶효과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일을 시작할 때 써먹으면 좋을 방법이다. 기대했던 바와 실제 결과를 비교함으로써 내가 가진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 강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것을 반복하면 현장에서 검증된 나의 강점을 알아갈 수 있다.
중국 육조 말에 안지추(顔之推, 531∼591)라는 뛰어난 문인이 있었다. 그는 방대한 지혜를 모아 '안씨가훈'을 지어 자손에게 전수했다. 자손 가운데 한 사람이 "이 많은 훈계 가운데 꼭 하나만을 지키라고 한다면 어떤 훈계가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안지추는 이렇게 답했다.
""일생을 살다보면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요,
실패가 있을때마다 '성(省)하고, 상(賞)하고, 약(躍)하라'는 교훈이다."
'성'은실패를 초래한 잘못과 결함이 무엇이었는지를 빨리 반성하라는 것이오, '상'은 실패로 인해서 형성된 열등감이나 패배감을 극복할 수 있는보상책을 마련하라는 것이오, '약'은 실패를 거울 삼아 도약하는 일이라고했다. 이를 속칭 '안씨패훈'이라 하여 우리 조상들이 실패가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마음에 새겼던 교훈이라고 한다.
첫 번째 실패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그 실패는 계속해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인디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에게 실패는 없다. 배움만이 있을 뿐. 충분히 배우지 못하면 그 경험은 언제까지나 반복될 것이다."
중요한 건 실패가 아니라, 그를 통해 무엇을 할거냐다. 심리학에 '노출요법'이란 게 있다. 문장에 마침표를 찍지 않거나, 바느질을 할 때 코를 일부러 빼먹는다거나, 신발끈을 일부러 다르게 묶거나 하는 식의 사소한 실수를 하고 고치지 않은 채 내버려 두는 심리훈련이다. 처음에는 괴로워하지만 사소한 실수를 한다고 해서 인생이 망치지 않는 다는 걸 서서히 깨닫게 된다고 한다. 심리학자 멜리사 맥크리어리는 이렇게 조언한다.
“일을 그르쳤을 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호기심을 키우세요. 이번 실수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지? 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1000번의 실험끝에 전구를 발명해낸 토마스 에디슨은 실패를 이렇게 생각했다.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성공하지 못하는 방법을 한가지 더 찾아낸 것이다.”
구글의 수석 엔지니어이자 명상가인 차드 멍탄은 <내면을검색하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을 구분 짓는 것은 실패에 대한 태도와 특히 실패를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넘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넘어진 뒤 무얼 하느냐다.
* 참고책
<비폭력대화>, 마셜 로젠버그 저, 한국NVC센터, 2011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피드백 분석편,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저, 고즈윈, 2010
<리더의 코칭> 배용관 저, 아비요,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