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보다 자기탐색이 먼저

스탠포드 MBA가 신입생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건

by 김글리

기업가는 내가 누구인지 아는 데서 시작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쉽지가 않다. 돈을 벌어도, 아름다워도 여전히 불행한 사람들도 많다. 나의 길을 찾기 위해 10년 이상 방황해오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하지만, 그 누구도 행복을 만들어줄 수 없다는 것. 내가 언제 행복한가’를 알아가는 건 결국 나의 몫이고, ‘내가 누군지 아는 일’과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나는 누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은 그래서 커리어를 탐색하기 전에 자기를 먼저 탐색하도록 한다. 스탠포드 MBA는 '기업가'를 창업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의 주도권을 쥐고 ‘다름’을 만들어가는 사람'으로 폭넓게 정의한다.

stanford mba.jpg 스탠포드 MBA 학생들 (이미지출처: gsb.stanford.edu)


모든 길의 출발점은 바로 자신을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운영방침에 따라 학생들에게 'CLV(Career Life Visioning)'이라고 하는 자아성찰 워크숍을 듣게 한다. 이 과정의 목적은 이렇다. 1) 내면을 성찰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고, 이를 통해 2) 학생들이 인생과 커리어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 결국 무엇을 하면서 먹고살까라는 '커리어 탐색'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자기탐색'의 연장선상이다. 자신이 누군지 잘 아는 것이 기업가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살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위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먼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경험할 시간


다시 돌아와보자.

대체 나는 누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예전에 IT쪽에서 크게 성공하신 분이 강의 중 이런 말을 해주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성공의 요람이라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말이에요. 오히려 실패의 요람입니다. 실패해도 계속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요. 99번 실패해도 1번 성공하면 그걸로 된겁니다. 경험하지 않으면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법입니다.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기회'를 주는 거에요.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아는 기회요."


자신에게 기회를 준다는 건,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허용해줘야 한다는 것과 같다. 경험하고 시도하는 가운데 내가 어떤 인간이며 어떤 길을 걸을 건지 스스로 답을 찾고, 어디에 뿌리를 내릴 것인가, 혹은 아예 뿌리내리지 않고 살 것인지 알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다음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만의 속도로 간다는 것


스물 아홉까지 실업자였던 사람이 있었다. 도대체 그가 왜 사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집에서나 사회에서나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보였다. 주위에서는 한심하다며 손가락질했지만, 정작 본인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서른이 넘어갈 무렵, 그는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5년 뒤 그가 사업가로 대성했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뉴욕에서 전통 차(茶)를 팔아 큰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훗날 다시 만났을 때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20대는 준비하는 기간이었어. 나는 20대에 반드시 무엇인가를 이루겠다고 발버둥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 20대는 미래의 폭풍에 대비하는 기간이야. 철저히 준비를 한 뒤에 전쟁터로 나가는 거지. 꿈꾸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10년은 결코 긴 기간은 아니야.”


「20대에 꼭 만나야 할 50인」(나카타니 아키히로 저)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를 읽고서, 자귀나무가 생각났다. 나는 "자귀나무"를 좋아한다. 내 본명을 거꾸로 한 이름인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귀자-자귀), 그의 흥미로운 생장속도 때문이다. 어느 책에선가 자귀나무에 대해 다음과 같은 특성을 읽었다.


“자귀나무는 아마 나무들 중에서 가장 게으른 나무일거다. 모두들 경쟁하느라 바쁘고 빠르게 달리는데 이 나무는 그렇지 않다. 오로지 다른 이에게 간섭 받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꿋꿋하게 자라 가장 늦게 꽃을 피운다. 다른 나무들과 달리 가장 늦게 장마철 즈음에 꽃을 피워 낸다. 하지만 그 향기는 다른 꽃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윽하고 깊은 향을 만들어 낸다. 느리지만 제대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출처 미상)

자귀나무_구글.png

누구에게나 시간은 다르다. 성공하는 방법도, 길도 다르다.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식을 찾으려면 스스로에게 그런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주는 수 밖에 없다.



미래를 생각해볼 시간을 허하라.


일본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청춘을 ‘수수께끼의 공백시대’라고 표현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간이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는 기간이라는 의미다. 그 기간 동안 수 없이 실수하고 실패하고 방황하겠지만, 그런 경험이 쌓여 자신이 정말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힘이 생긴다.


자신을 알아볼 기회, 인생을 어떻게 살 건지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면, 언제고 벽에 부딪히게 된다. 자신을 알지 못하면 결국은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남이 만들어놓은 답을 가지고 살 수 밖에 없다. 딴지총수 김어준은 "내가 누구인지는 나이를 먹으면 아는 게 아니라 포기할 뿐이다"라고 했는데, 나이가 많아진다고 해서 나를 아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자기 삶의 방향을 잡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방황을 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가운데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마음가는대로 이것저것 해보며 내가 정말 원하는게 무엇인지 혹은 내가 원하지 않은 게 무엇인지 하나씩 찾아간다. 그를 통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여행은 인생과 비슷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그 중 하나는 이거 때문인거 같다.


인생과 여행, 모두 뭔가를 포기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

래를 생각할 시간 없다면, 미래도 없다.


KcVeJcIH_H0jTyGaqQUP3XBSgmc.jpg 너의 모험을 시작하라! (출처:www.driveyouradventure.com)


"스스로에게 방황할 수 있는 큰 공간을 허용하라. 아무 이름도 없는 곳에서 철저하게 길을 헤맨 다음에라야 당신은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

-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저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실패가 두려울 땐, 이곳 아이슬란드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