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두려울 땐, 이곳 아이슬란드로 초대합니다

실패 시리즈1. 실패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by 김글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흔한 말이 있다. 실패도 좋은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말이지만, 잘 와닿지 않았다. 나는 실수할 때마다 자책과 자기비난이 심한 편이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다행인건 누구나 실패를 겪고 또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이 실패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었군) 그런데 가만보면 실패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누군가는 실패를 만나 고꾸러지는데, 누군가는 그를 딛고 일어나 더 씩씩해진다. 나는 그 차이가 궁금해졌다. 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들어내는 걸까?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대신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어떻게 실패를 대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많은 책과 자료를 보고 또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실패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중 내게 영감을 준 몇가지 이야기를 모아 <실패시리즈>로 엮어보았다. 나처럼 실패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바친다.



실패가 두려울 땐 이곳으로


모두가 실패를 두려워하고 전전긍긍할 때, 실패를 찬양하는나라가 있다. 행복을 찾아 1년 동안 세계여행을 했던 미국기자 '에릭 와이너'에 따르면 ‘아이슬란드’가 그렇다. 아이슬란드 인들은 유난히 실패에 관대한데 찬양하기까지 할 정도다. 시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며, 실패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와이너의 표현에 따르면 파리똥만큼 작은 나라로, 고작 32만명의 인구뿐인데 일년 내내 수많은 축제가 벌어져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map-of-iceland.gif 파리똥이라 표현되지만, 실상 세계에서 대한민국과 영토면적이 가장 비슷한 나라다. (출처: 구글)



실패해도 절대 안전함


이 자그마한 나라에 예술가와 작기 비율이 다른 어느 곳보다 높다.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아이슬란드의 유명 프로듀서인 '라루스'는 이렇게 답했다.

"실패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실패가 낙인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실패를 오히려 찬양하죠."


아이슬란드에선 실패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미국이나 다른 곳에선 실패해도 좋은 건, 그 결말이 성공으로 이어질때만이다. 차고에서 볼품없이 사업을 시작했던 창업가의 이야기가 빛을 발하는 건, 그들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즉, 실패는 성공을 더 달콤하게 해주는 에피타이저같은 역할이다. 하지만 이곳 아이슬란드에선 실패가 메인코스다. 이곳 사람들을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일이며, 설사 실패했다 하더라도 유럽식 사회복지제도 덕에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


덕분에 아이슬란드에는 마음내키는 대로 노래도 부르고, 글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이렇게 자유분방한 태도 덕분에 아이슬란드 예술가들은 엉터리 작품을 많이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를 기꺼이 인정한다. 하지만 엉터리가 없으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없다는 것. 그래서 에릭 와이너는 아이슬란드를 '거듭난 사람들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와이너가 어떤 아이슬란드 사람에게 물었다.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요? 더 이상 재기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요?”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아이슬란드 사람이 이렇게 답했다.


"블랙홀에 떨어지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블랙홀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Iceland_www wearefuterra com.jpg 아이슬란드의 황홀한 오로라... 이런 곳이라면 블랙홀은 없겠지. (출처: www. wearefuterra. com)

도전해봐. 도통 답이 없어보이는 게 인생인걸


그래서일까? 이들은 도전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한 사람이 매우 색다른 커리어를 갖는데 라루스만 해도 그렇다. 그는 현재 자그마한 음반가게와 음반사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는 프로체스 선수를 했고, 그 후 기자, 건설회사 중역, 신학자 등을 거쳐 지금의 음반프로듀서까지 왔다. 라루스는 도통 답이 없어보이는 자신의 이력을 두고 한마디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그게 아주 정상적인 삶이에요."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 행복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관심을 최대한 넓혀 여러 개의 우물을 판다. 성공보다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되는 사회, 이 틀에서 저 틀로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문화가 있는 곳. 그곳이 와이너가 발견한 아이슬란드였다.


나도 일전에 아이슬란드 여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녀도 비슷했다. 30대 중후반으로 보였는데 이력이 아이슬랜드다웠다. 버스 운전을 하다가, 디자이너를 했고, 또 지금은 명상가로 활동도 한다. 흠, 이력으로만 보면 나도 만만찮은데, 이곳이야말로 내가 살 곳이 아닌가!


guidetoiceland is 출처.jpg 뭐, 너도 여기서 살고싶다고오오오?? (출처:www.guidetoiceland.is)




나도 가능할까?


내가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뭔가를 찾고, 또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게 버거워보였는지, 하루는 지인이 이런 말을 툭 던졌다.


"인생은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야. 복잡한 게임도 아니고, 성취해야할 무엇도 아니고, 비전 따윈 없이도 그냥 살기만 해도 충분해. 좀 편하게 살아. 인생은 당신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다구."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우린 그냥 이유없이 태어났고, 태어났으니 살고, 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사라져야 한다. 그게 인생이다. 때문에 인도에서는 삶의 모든 것을 환상으로 여기며, 삶을 게임으로 본다. 이런 게임에선 개인적인 실패가 "극단의 여름 공연에서 실패자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 된다. 참 마음편하지 않나?


실패하면 안된다는 생각은 다시 말하면 '성공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면 어떨까? 그냥 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하다가 살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내 인생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더 많이 도전하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편해지지 않을까? 삶을 두려워하는대신 제대로 살고싶다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실패를 볼 필요가 있다.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에 나오는 대사가 위로를 준다.

"실패자가 뭔지 아니?
진짜 실패자는 지는 게 두려워서 도전조차 안하는 사람이야."


미스리틀 선샤인_빅비치.jpg 미인대회에 출전하고 싶지만 갑자기 자신이 못생긴걸 깨닫고 우는 손녀 올리브를 위로하는 장면. 할아버지의 대사다. (이미지 출처: 오마이뉴스 ⓒ빅비치)


참고: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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