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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May 26. 2020

스스로의 운명을 사랑하라

[북리뷰]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


나를 대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요새 명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디 가서 점 한번 봐본 적이 없고, 타로도 본적이 없습니다. 남들이 저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하는 것을 잘 믿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전부터 명리학에 푹 빠져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나를 아는 공부'를 해왔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충분히 탐색했다는 생각이 들자, 이제는 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되는대로 갈팡질팡 부딪히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세심하게 저를 운용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던 차 우연히 명리학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게 제가 알던 것과는 매우 다른 학문이더군요.


우선 명리학은 운명결정론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타고난 팔자를 어떻게 활용하고 경영할 것인가? 에 더 방점이 있습니다.


팔자는 내가 태어날 때 타고나는 우주의 기운으로 일종의 바코드입니다. 명리학은 그 팔자를 통해 운명의 이치를 파내려갑니다.  운명은 '명을 운전하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그만큼 주체적인 힘에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명리학은 제가 보기엔 어떤 것보다 매우 주도적이고, 개혁적인 학문입니다.


사주팔자 = 생년월일시에 스며든 우주적 기운 = 운명의 바코드


그런 명리학의 매력에 빠져 지난 달부터 책을 찾아보며 조금씩 공부해가고 있습니다. 여지껏 강헌, 박장금, 고미숙 등이 쓴 4권의 책을 읽었는데, 오늘 소개할 책은 고미숙의 책 <나의 운명사용설명서>입니다. 오늘은 이 책을 통해 명리학에 대해 살짝 엿보겠습니다. 그 매력에 한번 빠져보시지요~ ㅎㅎㅎ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저자고미숙출판북드라망발매2012.08.22.



내 운명의 지도 그리기, 명리학


한마디로 이 책은 운명에 대한 용법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고미숙 작가의 특징이 딴 소리를 많이, 광범위하게 한다는 건데요. 그게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잡설이 많아서 책의 밀도는 좀 떨어지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그리고 명리학에 대한 인사이트가 곳곳에 박혀 있어 주워담을 것들이 좀 있습니다. 또 글이 살아있어서 잘 읽힙니다. 어렵지 않고 다양한 예시들을 실어놔서 초보 입문서로는 괜찮습니다.


이 책은 운명의 지도를 그리는 것을 대 전제로 합니다. 고미숙이 말하는 명리학은 자기알기를 위한 학문입니다. 특히나 스스로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자 한다면, 명리학을 꼭 공부하라고 말하죠. 저도 동의합니다. '점'에 대한 선입견을 걷어내면, 명리학은 그 어떤 학문보다 주체적인 삶을 지지해주는 학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명리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미숙은 이렇게 답합니다. 


 스마트폰 출현으로 SNS 시대가 더욱 만개했지만, 개인들은 고립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지금 사람들의 삶에는 목적도 방향도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사랑을 하고 우정을 나누어야 하는 건지… 유감스럽게도 이런 질문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한다. -37


기술은 어느때보다 발달하고 있고, 삶은 점점 복잡해집니다. 불안이 일상이 되었고, 정보와 욕망은 차고 넘치지만 그렇다고 더 행복해졌나? 물어본다면 쉽게 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많아지는만큼 오히려 자신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거든요. 


사주명리학은 타고난 명을 말하고 몸을 말하고 길을 말한다. 그것은 정해져 있어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최대한으로 누릴 수 있음을 말해준다. 아는 만큼 걸을 수 있고, 걷는 만큼 즐길 수 있다. 고로, 앎이 곧 길이자 명이다! - 31


그의 말에 따르면  사람의 몸에는 태어나는 순간 우주적 기운이 프린트 되는데 그게 팔자입니다. 

팔자를 본다는 건, 그를 구성하는 오행의 종류과 특징, 어떤 움직임을 하고있는지를 보는 겁니다. 그 오행이 기본적으로 나를 구성하고, 내가 무엇을 욕망하는지도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런데 그 운명을 읽기 위해서는 공부가 좀 필요합니다. 먼저 팔자에 담긴 오행과 그 성질,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변화하는 것까지도 알아야 합니다. 


오행은 기를 목, 화, 토, 금, 수 의 5개 성질로 나눠놓은 것입니다. 각 오행의 성질은 다음과 같습니다. 


 팽창을 하며 물질과 에너지가 흩어지는 과정이 양의 과정이며, 물질과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이 음의 과정이다. 여기 팽창의 과정에서 처음에 한 방향으로 뚫고 나오는 힘이 목이며, 목을 통해 한 방향으로 뚫고 나온 힘이 사방팔방으로 무질서하게 흩어지는 과정이 화이다. 또 수축의 과정에서 한없이 흩어져 더 이상 흩어질 수 없는 상태까지 분열된 화를 거두어 수렴시키는 과정이 금이며, 금을 토앻 수렴되면서 외부만 굳어진 것을 그 속까지 단단하게 응고시켜 한 점으로 통일시키는 과정이 수이다. 팽창하는 목과 화, 수축하는 금과 수는 제각기 자기 운동상태를 고수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를 부드럽게 달래주며 중재하는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토이다. - 허훈 <마음은 몸으로 말한다> 이담 2010, 55~56쪽


이미지출처: <병을 이기는 건강법은 따로 있다> (조기성)


고미숙 작가는 팔자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다고 말합니다. 누구도 완벽한 팔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팔자의 용법입니다. 내가 가진 이 여덟개의 카드를 어떻게 쓸 것인가? 운명의 키는 바로 거기에 달려 있다고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말하죠. 


사주팔자(원국) 말고도 대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10년 단위로 지배하는 운세인데, 10년마다 그 흐름이 바뀝니다. 내가 가진 사주팔자가 이 대운의 흐름과 접목하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그게 무척 매력적입니다. 내가 가지지 않은 기운이 대운으로 들어오게 되기도 하고, 내가 이미 과하게 가진 기운이 대운으로 들어오기도 하면서 생동감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거든요. 사람들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시점도 이런 흐름과 맞물리면서 생깁니다. 


지금의 너는 이전의 시공간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존재라고 말해 주는 것이 바로 대운이다.  대운을 알면 전략을 짜기 쉽다. 시절 인연을 만나기 전에는 결코 어떤 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116~117


사주팔자, 명리학을 운명결정론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매우 큰 오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명리학의 근간은 바로 나의 삶은 내가 주인이라는 데 있습니다.

나의 팔자를 아는 것, 그를 운용하는 것이 모두 나라는 것을 아는 건, 내 삶의 주인아 바로 나라는 것을 말합니다. 


상처로 얼룩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든 책임과 원인은 세상과 타인들의 몫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이 인생의 주인이 아니라는 뜻인데, 따지고 보면 그게 더 심각한 일 아닌가.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주인이 되지 못하는 것, 그것이 곧 상처의 원천임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117




아모르 파티 (Amor fati) 스스로의 운명을 사랑하라


명리학의 가장 큰 매력은 개운입니다. 개운은 운을 연다는 뜻입니다. 운명을 개척한다는 건 의지와 노력으로 억척스럽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운명을 존중하고 그를 세심하게 조율해가는 과정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볼 수만 있어도 운명에 개입할 수 있는 접점이 커진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저는 자아도취에 쉽게 빠지는 편인데요, 명리를 공부하면서 좀더 겸허해졌습니다. 이전에는 일이 잘 되면 저의 능력을 잘 되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시 보니 저의 노력도 있었지만, 운이 따랐더라고요. 반대로 일이 잘 안되면 제 탓이라 여기고 자책하는 게 강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았거나 때가 아니었습니다. 살다보면 일이  술술 풀릴 때가 있고, 어떻게 해도 잘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모든 걸 내탓, 혹은 주변탓으로 돌리기보다는, 그 또한  하나의 흐름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흐름이 있는 것처럼 일에도 흐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이 안될 땐 무리하게 확장하거나 일을 벌이기보다는 오히려 공부할 때로 삼으라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중요한건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해내느냐 혹은 어떻게 겪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명리학이 명을 운전한다는 의미의 운명론이 되는 포인트가 바로 거기다. 명리의 이치를 알게 되면,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보더라도 인연의 그물망 속에서 보게 된다. -182


마지막으로 개운에서 매우 중요한 '용신'을 소개합니다. 용신은 아주 매력적인 개념인데요, 작가의 입을 빌어 설명하겠습니다. 


용신은 사주명리학의 하이라이트로, 사주의 태과불급을 순환시킬 수 있는 방편을 말한다. - 120

개운법은 운을 트는 명리학적 방편이다. 운을 트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오행을 용신이라고 한다. 거기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내가 어떤 생을 원하는가이다.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어서', '자유와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내 운명의 온전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라는 욕망의 전이가 선행되어야 한다. 용신은 그 순간부터 작동하기 시작한다. 용신은 내 안에 있는 또다른 나이다. 곧 ' 내 안의 타자'를 만나러 가는 여행이 곧 개운법이다. -240


용신을 찾을 때 반드시 익혀야할 사항으로 작가는 아래 세 가지를 말합니다.  


1) 몸을 쓴다. 

2) 재물과 능력을 쓴다. 

3) (감정, 자의식, 신념, 명분 등으로 이루어진) 마음을 비운다. 


운명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일상의 리듬을 바꾸어야 합니다. 일상을 바꾸어야 나의 습관이 바뀌고, 몸이 바뀌고 , 인연이 바뀐다고 하죠. 


작가는 무엇보다 글쓰기를 하라고 합니다. 그게 최고의 용신이라고요. 저도 동의합니다.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와 같습니다. 글을 쓰고 고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가운데 자신의 생각을 만나게 됩니다. 그를 글로 옮겨낸다는 건 스스로를 돌아보는 힘을 키우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더욱더 글쓰기를 가열차게 하기로. 오늘부터 1일 1포스팅을 할 생각입니다. 


저도 공부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향후 10년을 보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관련 책들을 읽으며 개념을 잡고, 그 다음부터 저의 삶에서 적용해가며 터득해나갈 참입니다. 기대가 됩니다. 저자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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