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나 용기가 아니다
2019년 일입니다. 제 이야기를 직접 책으로 만들어 출판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몇 년째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성 출판사와 함께 책을 출간한 경험은 몇번 있었지만, 독립출판 경험은 없었습니다. 하고 싶었지만 과연 가능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될까, 안 될까 주저하는 동안 2년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한 번도 안 해본 일이기 때문에 시작하기가 어려웠고, 잘 알지 못해서 두려움이 컸습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건 전문가가 해야하는 게 아닐까?’
그러다 우연히 '독립 출판 마켓'을 가게 되었습니다. 독립출판으로 책을 낸 창작자들이 모여서 직접 책과 굿즈를 판매하는 곳이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책들이 있었어요.책 사이즈도 제각각, 내용이며 출판 방식도 제각각이었습니다. 대체 이런 것도 책이 될까 싶은 것들도 많았습니다. 슬며시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대체 이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만든 걸까? 창작자 여러 명을 붙잡고 물었더니,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대답을 내놓더군요.
“아, 이거요? 독립출판워크숍 수업을 듣고 한 달 만에 만들었어요. 인디자인만 좀 다룰 수 있으면 금방 해요. 책을 내고 싶었는데 기존 출판 시장은 좀 어렵잖아요. 그래서 직접 만든 거죠.”
'할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2년을 주저하며 흘려보낸 사이에, 누군가는 한 달 만에 책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별로 어렵지 않다고요. 그간 어렵다고 생각해 시도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에 큰 자극받고 당장 독립출판 워크숍을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들불처럼 맹렬히 책 편집 작업을 해나갔습니다. 한달짜리 워크숍을 듣는 동안, 원고편집과 표지디자인, 인쇄출판까지 숨가쁘게 진행했습니다. 처음엔 될까 싶더니 하다보니 정말 되더군요. 출판과정이 어렵긴 했지만 못할 건 아니었습니다. 못하는 게 있으면 전문가를 찾으면 되었고 모르는 게 있으면 인터넷을 뒤져 하나씩 배워가면 됐습니다. 한쪽 팔에 염증이 생길 정도로 치열하게 작업한 끝에, 6개월만에 책을 완성하고 직접 만든 출판사에서 정식출판했습니다.
생각만 하던 과정을 직접 해내면서, 크게 절감한 것이 있었습니다.
'도전을 가로막는 건, 실력이나 용기의 유무가 아니구나,
도전의 가장 큰 적은 ‘나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 그 자체구나.'
전문지식이 없어도, 잘 몰라도 주눅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쫄지 않고 오히려 내가 모른다는 걸 당당하게 받아들이면, 그를 메울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열려있고 새로운 방식을 찾을 여지도 있었죠.
사람들은 ‘경험이 없으면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경험치가 쌓여야 판단의 근거도 생기고, 일머리도 생깁니다. 하지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일을 풀어갈 수도 있습니다. 당시 책 제작비로 수백만원이 필요했는데 이를 충당하려고 크라우드 북펀딩을 했습니다. 한 달만에 200만원을 모았고, 그걸로 인쇄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해당 경험의 유무'가 아닙니다. ‘문제를 풀어갈 적절한 방식을 찾아낼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혼자 고민하고, 내가 아는 것만 가지고 끙끙대면 답이 없습니다. 해결하고 싶은 과제를 찾고, 부족한 것은 외부의 인력과 지식을 투입해서 연결시켜 나가면 돼죠. 이를 가리켜 ‘연결창의성’이라고 합니다. 책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의 저자 스티브 존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뇌에 새로운 지식이 투입되면 뇌세포 사이에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창조가 일어난다. 좋은 아이디어는 자유로움이 아니라 연결, 융합, 재결합을 필요로 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연결’이 쉬워졌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면 없는 지식이 없습니다. 몰라서 못한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말이 되었죠.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연결하는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관건은 경험이 없다고 주눅 들지 않는 것. 모르니까 열려있고, 모르니까 새롭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자격만 부여하면, 세상의 지식과 세상의 경험들이 내게 달려올 겁니다. 그걸 연결하기만 하면 됩니다.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다르게 보고, 오히려 새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말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 하루, 내가 해보지 않은 것, 모르는 것을 찾아 다른 지식과 경험을 연결해보면 어떨까요?
한 달에 한 두번 출근 경로와 방식을 바꾼다.
일주일에 한 번,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낯선 데이’를 만든다.
오늘 점심엔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메뉴에 도전한다.
내비게이션의 도움 없이, 스마트폰 지도없이 낯선 길을 가본다.
딱 반나절만 스마트폰을 끄고 지낸다.
한 번도 말 걸지 않았던 동료에게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걸어본다.
아무 이유 없이 칭찬을 하거나 선물을 준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당당하게 인정한다.
부족한 부분을 보면, 이를 무엇을 해볼 계기로 만들 것인가 생각한다.
“이정도면 잘했다” “나 정도면 정말 괜찮지” 스스로를 기꺼이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