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해빗 Habit
정말 '의지력'이 강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우리가 영어공부에, 금연에, 체중감량에 실패하는 건 의지박약이기 때문에 그런 걸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지만, 좀 다른 답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
바로 습관을 다룬 책 <해빗 Habit>이다.
이 책은 인간행동연구 전문가인 '웬디 우드'가 쓴 책이다. 그녀는 현존하는 심리학자 중 가장 많은 인간행동을 관찰하고 탐구한 과학자로 손꼽히는데, 30여년에 걸친 연구를 집약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확실히 읽어보면, 수 많은 연구와 검증, 사례가 나와 개인 경험담으로 쓴 습관책보다 밀도가 높다. 웬디 우드는 뇌과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습관의 형성원리와 작동방식을 분석하는데, 어려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다양한 실제사례를 통해 풀어내 쉽고 재밌게 읽힌다. 이 책을 읽고 가장 좋았던 건, 습관에 대한 확실한 개념정리와 더불어 어떻게 습관을 구축하는지 알게 된 것.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 내 의지력에만 기대지 않고, 습관을 만드는데 집중하게 됐다.
의지력이 강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흔히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어떤 일들은 의지력으로 가능하다. 예를 들어 두 달 집중해서 글을 쓰거나, 며칠 벼락치기 공부를 하거나, 몇 주간 식욕을 꾹 참고 단기간에 살 빼는 것. 하지만 의지력이 통하지 않는 일들도 있다. 영어공부, 다이어트, 금연과 같은 새해 단골 목표로 등장하는 일들.. 주먹을 불끈 쥐어보며, '올핸 영어를 마스터하겠어, 올핸 살을 5키로 빼겠어!!' 도전해보지만 생각대로 잘 안된다. 실패하면 '내가 의지력이 부족한 탓이야!!' 자책하게 되고 무기력이 심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절대 당신탓이 아니라고,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 수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은 불굴의 정신력으로 좋은 습관을 형성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제력 대신 습관을 활용했다. 스스로의 의지력과 끈기를 과신하지 않았고 고통스럽게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4회 이상 달리는 사람 중 93퍼센트는 날마다 운동하는 장소와 시간, 즉 '상황'에만 집중했다." - 위의 책, 16p
쉽게 고갈되는 의지력이 아니라, 습관을 이용해야 한다. 야심찬 목표, 완벽한 계획, 강철같은 의지력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왜 그를 '지속'하지 못할까? 바로 자신의 습관이 언제, 어떻게, 왜 작동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저자 우드 교수는 습관에 대한 단순한 몇가지 법칙을 알면 삶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습관이 무엇이고,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걸까?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 삶의 43%가 습관'으로 이루어져있다. 놀랍
게도 우리는 일상의 절반정도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는 말이다. 샤워하고 옷입고 밥먹고 지하철 타고 이런 일들 무의식상태에서 '늘 하던 대로' 진행된다. 습관은 비의식적 자아가 관여하기 때문에 의지력과는 상관없다. 의지력으로 어떤 일을 시작은 할 수 있지만 그를 지속하는 건 습관의 영역이다.
반면 의지력은 의식상태에서 하는 행동이다. 인간에겐 '실행제어기능'이란게 있는데 마음과 두뇌가 무언가를 결정하고, 정보를 처리하고 해결책을 생각하고, 실천해내는 일련의 사고작업이다. 인생의 많은 과제를 이 실행제어기능이 처리하는데, 매우 중요한 작업인만큼 소모되는 정신적 에너지도 크다. 실행제어기능은 의식적 자아의 지배를 받는다.
실제로 습관과 의지력은 작동하는 뇌의 영역도 다르다. 습관에 반응하는 뇌는 '조기비핵'으로 반복하는 일을 관장한다. 학습에 반응하는 뇌는 '미상핵'으로 시작하고 배우고 생각하는 일을 관장한다.
무슨 행동이든 처음엔 '의식적 자아'가 보낸 신호에 의해 시작되고 조종되지만, 시간이 지나 특정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이때부턴 주도권이 '비의식적 자아'로 넘어간다. 같은 시간대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대에 운동하고, 피곤하면 커피를 마시고, 틈날 때 담배를 찾는 것이다. 이 비의식적 자아가 바로 '습관'이다. 의지력은 에너지 소모가 크고 고갈되기 쉬운 반면 습관은 거의 비용이 들지 않고 고갈되지 않으며 계속해서 해내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습관에서 정말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 일 잘하는 습관, 건강한 식사 습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대화습관이 우리의 의식적 자아 밖에서 생성되고 기능한다는 사실이다. 즉, 습관은 의지력과 무관하며, 의지력의 영향력 밖에 있다.
이쯤되면 왜 다이어트를 실패하는지, 금연이 안되는지, 영어공부가 안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애초 살을 빼는 건 의지력으로 가능하지만, 유지는 의지력이 아니라 습관이 형성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왜 살을 뺀 사람들이 1년 이내 95%가 다시 본래 체중으로 돌아오는 이유도 습관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습관은 신호 – 행동 – 보상으로 이뤄지는 일련의 시스템이다.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목표와 보상이 필요하다. '건강한 몸 만들기'라는 (목표)를 세우고 30분 조깅을 하면 (행동) '상쾌함 & 체력향상'이라는 (보상) 을 얻게 된다. 보상은 습관이 형성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 보상은 다음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도록 부추긴다. 이처럼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과정을 '학습'이라고 한다. 학습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굳건히 뿌리를 내리면 의지력 없이, 힘들이지 않고 지속하는게 가능해진다.
습관은 익숙하고 일관된 신호에 반응한다. 우울해지면 단 음식을 먹는 것,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잔을 마시는 것, 오후 3시만 되면 커피와 쿠키를 먹는 것, 이 모든 것이 ‘습관’이다. 그런데 습관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의 뇌는 흡족함을 느낄 때 잽싸게 포착해 기억에 저장해두고, 나중에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그를 불러낸다. 오후 3시에 기운이 떨어져 커피와 단 과자를 먹었더니 다시 기운이 나고 기분이 좋아졌다면, 뇌는 그를 기억에 저장해둔다. 그리고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예전의 좋았던 경험을 불러내 반복한다. 이를 ‘신호화’라고 말하는데, 어떤 행동을 할 때 가장 적절한 보상을 얻으면 그 상황을 뇌가 통째 저장하는 걸 말한다. 보상과 신호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몇 번 반복하면, 이젠 오후 3시만 되면 자동적으로 커피를 마시고 쿠키를 먹는 습관이 만들어진다. 이는 왜 보상이 있어야 습관이 형성되는지 설명해준다.
삶에 도움이 안되는 습관을 바꾸는 것도 위의 매커니즘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앞서서 습관은 신호- 행동- 보상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습관을 바꾸는 건 결국 '행동'을 바꾸는 것과 같다. 행동을 바꾸려면 먼저 그 행동을 일으키는 ‘신호’가 무엇인지 포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후3시만 되면 쿠키를 먹는 습관을 한번 뜯어보면 이렇다.
신호: 오후 3시가 되면 에너지가 떨어지고 졸음이 온다.
행동: 자리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쿠키를 먹는다
보상: 에너지가 생기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때 유의할 점은 보상은 이전 수준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에너지가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보상이었다면 쿠키 말고도 이런 기분을 내도록 하는 행동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본다. 책에 실제 나오는 사례자는 쿠키나 커피가 아니더라도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고 동료에게 다가가 잠깐의 잡담을 즐기는게 비슷한 효과를 준다는 걸 알아냈다. 그래서 오후 3시가 되면 자리에 일어나 커피 대신 물을 한잔 마시고 쿠키를 먹는 대신, 동료에게 다가가 짧은 잡담을 주고 받았다. 그렇게 해서 그는 습관을 바꾸었다. 이는 습관을 바꿔치는 전략으로, 어떤 행동을 다른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전략이다. '커피와 쿠키'를 '물과 잡담'으로 바꾼 것이다.
습관을 바꾸는 몇 가지 전략이 더 있다. 그 중 하나가 기존 습관 위에 새로운 습관을 덮어쓰는 ‘덮어쓰기 전략’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산책하는 습관이 있다면 여기에 스트레칭을 더한다거나, 영어문장을 외우는 습관을 덮어쓰는 것이다. 이 닦는 것이 치실사용을 덮어쓰거나, 물 마실 때 비타민 먹는 습관을 덮어쓸 수도 있다. 기존에 만들어진 습관에 편승하기 때문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좋은 습관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습관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패턴이며, 에너지가 거의 들지 않은 아주 효율적인 방식이다. 또 습관은 신호 – 행동 – 보상으로 구성된다. 이제 습관을 설계하는 다섯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1. 늘 동일하게 유지되는 안정적인 상황을 조성하라.
먼저 주변 상황부터 정돈해둔다. 다이어트가 목표라면 주변에 인스턴트 음식은 치우고 과일을 눈에 띄는 곳에 둔다. 영어공부가 목표라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영어책을 놓아두고 알람을 설정해 매일 같은 시간대에 공부한다. 상황을 내가 원하는 목표에 맞게 재배열해두면 더 쉽게 이룰 수 있다.
2. 좋은 습관으로 향하는 마찰력은 줄이고, 나쁜 습관으로 향하는 마찰력은 높여라.
마찰력은 어떤 행동을 더 쉽게 만들거나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마찰력을 높인다는 건 어떤 행동을 할 때 더 수고롭게 만든다는 것이고, 반대로 줄인다는 건 더 쉽게 만든다는 뜻이다. 마찰력을 적절히 활용할 수 만 있다면 의지력이나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고도 자제하는 게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한다면 뷔페에 가서 먹을 때 가능한 음식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SNS중독이라면 휴대폰에서 페이스북 자동로그인 설정을 해지한다. 쇼핑중독이라면 쇼핑앱을 휴대폰에서 잘 안보이는 곳에 숨긴다. 마찰력을 높여 수고롭게 만들어 덜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마찰력을 활용하면 원치 않는 일은 마찰력을 높여서 나에게 멀리 떨어뜨려놓고, 원하는 일은 마찰력을 최대한 낮춰 내 쪽으로 당겨올 수 있다.
3. 행동을 유발하는 나만의 신호를 발견하라.
습관은 앞서 익숙하고 일관된 신호에 반응한다고 말했다. 모든 습관에는 신호가 존재한다.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게 담배피는 것의 신호이고, 자기 전 누워서 폰을 확인하는 건 SNS를 보는 것이 신호다. 때문에 습관을 들이거나 바꾸기 위해서는 특정 신호를 잘 포착해야 한다. 새로운 습관을 들이려면 일정한 신호를 주는 상황을 계속 만들어내고, 기존의 습관을 바꾸려면 그 습관을 불러내는 신호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면 습관을 바꿀 수 있다.
4. 기대이상으로, 신속하게 보상하라.
상황과 마찰이 습관이 형성되는 길을 닦는다면, 신호는 엔진에 시동을 거는 것과 같다. 보상은 습관이라는 자동차가 계속 굴러갈 수 있게 연료를 공급하는 일이다. 보상이 없으면 습관도 지속되지 않는다. 보상은 즉각 이뤄져야 하고,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내적인 것도 포함된다. 어떤 행동을 하고소 충분히 좋다고 느껴지면 뇌는 도파민을 내보는데, 이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만들어서 그 행동을 계속하도록 만든다. 도파민은 분비 후 1분 내에 습관학습을 촉진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보상을 해야한다. 습관형성에 가장 효과적은 보상은 행동 그 자체거나 행동의 일부에 내재되어 있을 때다. 자원봉사후 느끼는 보람, 재밌는 이야기를 했을 때 누군가 웃어줄 때의 재미, 아침에 일어나 운동했을 때의 뿌듯함이 그를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든다.
5. 마법이 시작될 때까지 반복하라.
습관이 장착되기까지는 의도적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한다. 고민하지 말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반복한다. 아침에 운동을 하기로 했으면 자기 전에 아예 운동복을 옆에 두고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하게 된다. 이건 한예슬씨의 방법이다. 이걸 몇 번 반복하면 아침 운동이 습관으로 장착된다. 처음엔 죽도록 어려워도 반복하면서 조금씩 쉬워지고, 또 그 안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면 평생 습관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일상 습관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좋은 습관은 유지하되, 그렇지 않은 습관은 다른 습관으로 대체하거나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 작업을 한 지 3주쯤 되었는데, 이미 자리를 잡은 것도 있고 아직 안되는 것도 있다. 책에서 습관을 힘쎈 머슴으로 비유하는 데, 무척 와닿았다. 제대로 된 습관을 들이기만 하면 그 습관은 나를 애쓰지 않고 원하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테다.
습관은 애쓰지 않는다. 이 힘 위에 올라타 당신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라. 습관으로 완성된 삶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이것이 의지박약과 노력만능이라는 거짓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줄 단 하나의 과학이다.
-위의 책, 342p